논평_
「열린우리당 도청용 녹음기 설치 사건」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9)
언론계 전체가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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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당 의장 사무실에서 발견된 '도청용 녹음기'는 한 지방신문 출입기자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음기를 설치한 기자는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스스로 사실을 밝히고 "서울 중앙지들은 특종을 많이 하는데 지방지는 여건이 그렇지 않아 녹음기를 놔두고 나왔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및 현주건조물침입죄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열린우리당은 경찰에 선처를 부탁하되 해당 신문사에 출입기자 교체를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자가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가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언론과 언론인의 윤리 문제이다. 우리는 최소한의 언론윤리조차 실종된 언론계의 현실을 보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기자 윤리를 저버리더라도 특종을 해야 '능력있는 기자'로 인정받고,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보다는 '빠른 보도'와 '특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우리 언론계의 잘못된 풍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또 메이저 신문들이 독점하고 있는 파행적인 신문시장 구도에서 위법한 행동을 해서라도 인정받고 싶은 지방지 언론인의 왜곡된 경쟁 의식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해당 기자는 물론이고 우리 신문, 나아가 언론계 전체가 깊이 반성할 일이다.
그동안 우리 신문들은 권언유착, 왜곡보도와 오보, 각종 언론인 비리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왔으며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은 이러한 신문의 신뢰도 추락에 큰 책임이 있다.
지금이라도 신문들은 실추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도(正道)로 나아가라.
보도의 '질'로 경쟁하기 보다는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특종을 '만들어 내겠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는 것을 언론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04년 1월 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