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 2003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1.3)
등록 2013.08.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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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기대상', 이게 본연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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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상 시상식이 2003년에도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MBC는 12월 30일, KBS와 SBS는 31일에 각각 '연기대상'을 방송했다. 그러나 방송3사의 2003년 연기대상은 모두 자사 출연 연기자들에 대한 '상 나눠주기', '자사 홍보', '스타급 연기자 관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상 나눠주기'가 가장 심각한 방송은 SBS였다. SBS는 3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네티즌 투표와 심사위원단 심사로 '10대 스타상'을 선정해 10명의 연기자에게 상을 주고, 당일 전화투표로 남녀 2명의 연기자에게 최고인기상을 시상했다. SBS는 '10대 스타상'외에도 최우수 연기상은 물론, 드라마의 장르를 자의적으로 쪼개 각각 따로 연기상을 만들었다. '드라마 스페셜 연기상', '특별기획 부문 연기상', '단막, 특집 부문 연기상'에다 몇 편 되지도 않는 '시트콤 연기상'까지 선정한 것이다. 게다가 '뉴스타상'이라 이름 붙여진 신인상은 무려 10명의 신인 연기자들에게 나누어주어 SBS가 상을 준 연기자는 모두 45명(중복 수상 포함, 비연기자 제외)에 이르렀다. SBS의 드라마에 출연한 주조연급 연기자라면 상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SBS는 'TV MC 부문'과 '라디오 부문'으로 나눠 특별상까지 선정하는 등 억지로 짜맞춰 상을 나눠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MBC와 KBS도 '상 나눠주기'는 마찬가지다. MBC의 경우 '신인상'에 4명의 연기자를 선정했고 연기자와 작가는 물론 아나운서, 리포터, 성우 등 무려 13명에게 '특별상'을 줬다. KBS는 '최우수연기상' 4명, '우수연기상' 4명, '조연상' 4명, '신인상' 5명, '인기상' 4명 등 상마다 공동수상자를 선정해 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또 분명한 장르의 구분 없이 애매한 '단막특집상'과 '코믹연기상'까지 만들어 억지스럽게 수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방송3사는 공통적으로 2003년 연기대상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미명 아래 네티즌이 투표하는 상을 만들었다. 방송사 제작진들의 자의적인 선정으로 '선정기준'에 있어 논란을 일으켰던 예년의 사례를 비춰보면 시청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시스템에 있어 문제를 드러냈다. 인터넷 투표의 경우 SBS는 아예 한 사람 앞에 3표씩 중복투표를 가능하게 했고, MBC도 <연예대상>에서 ARS투표 이용료를 무료로 했으며, 중복투표까지 가능하게 해 특정 연예인에 대한 열혈팬들의 무더기 투표의 우려가 있었다.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시청자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방송사들의 시스템 개발 노력이 없는 한 '네티즌 선정' 또한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상식 내내 보였던 방송사들의 '자사 홍보'도 심각했다. SBS는 마지막 '연기대상' 시상을 앞두고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윤세영 회장까지 자사 홍보에 나섰다. SBS는 1월 1일부터 목동 신사옥에서 방송을 시작한다며 "제2의 도약을 시작하는…보다 나은 방송, 최첨단 시설을 가진 방송", "한국의 디지털TV를 열 SBS 목동 신사옥은 SBS에게 제2의 창사, 출발의 의미"라는 등 노골적인 홍보멘트를 내보냈으며, 목동 신사옥 현장을 연결해 신사옥 전경과 내부 시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KBS는 SBS만큼 심각하지 않았지만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2004년 방송예정 드라마들을 출연연기자와 함께 소개해 시상식 장을 빌어 자사 드라마를 홍보했다.
연기자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어설픈 '축하무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청자들을 배려하는 시상식이기보다는 참가 연기자들끼리 웃고 즐기는 '당신들만의 행사'처럼 보였던 것이다. 또 시상자나 수상자로 나선 여성 연기자들의 지나치게 선정적인 옷차림도 문제로 지적할 만하다. 해가 갈수록 가슴은 더 깊이 파이고 치마는 더 짧아지는 연예인들의 옷차림은 가족단위로 TV를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을 낯뜨겁게 만들었다.
연말 연기상 시상식은 1년 동안 드라마 제작에 힘쓴 연기자들을 격려한다는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억지로 상의 숫자를 늘여, 자사의 간판프로그램에 출연한 대부분의 연기자들에게 상을 주는 것은 상의 권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연말 연기대상을 연기력과 관계없이 스타급 연기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락시키는 꼴이다. 또 방송3사 모두가 이런 수준의 시상식을 연말 황금시간대에 내보내는 것은 전파낭비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을 자사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대상으로 생각한다거나 특정 '연기자들의 팬'으로만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SBS가 2003년 12월 31일 밤부터 2004년 1월 1일 새벽에 걸쳐 방송한 <2003 SBS 연기대상>을 1월 1일 낮 12시 50분에 재방송하는 모습은 과연 시청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했다.
방송3사는 연말 연기상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올해 연말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올해 같은 방송사와 연기자만의 시상식은 공중파에서 방송되지 않는 편이 낫다.

 


2004년 1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