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 체포'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16)
등록 2013.08.07 18:33
조회 329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접근하라  
.........................................................................................................................................................

 

 

 

미군주도 연합군과 쿠르드 애국동맹(PUK)은 이라크 현지 시각으로 지난 13일 저녁 티크리트의 한 농가에 숨어있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이번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로 이라크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우리 언론 역시 후세인 체포가 이후 이라크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15일 성급하게 이라크 현지 '치안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추정하더니 16일에는 일부 보도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계속 될 것으로 추측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후세인의 체포에 대한 바그다드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부각하며 이라크 내 '치안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그러나 정작 이라크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면서도 조선은 '전투병 파병'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순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15일 2면에 <"오늘을 기다렸다" 환호·총성>에서 '평화가 온 것 아니냐' '24년 간의 전쟁이 끝나고 잘 살수 있을 것이다' 등 현지의 긍정적인 반응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바그다드 관장의 긍정적인 전망을 실었다. 4면 <저항군 구심점 붕괴…치안 급속히 안정될 듯>에서 조선은 '후세인 잔당 세력'의 저항과 공격이 계속될 것을 언급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전망이며, '사실상 종전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조선은 이어 <한국정부 "환영…파병에 유리한 조건 조성됐다">에서 '정부 관계자와 중동 전문가들'이 "이라크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며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부각했다. 기사 말미에 후세인 신병처리와 관련해 이라크인들의 반미정서를 우려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이후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그러나 16일 조선일보는 문갑식 특파원의 르포기사에서 '후세인 체포는 곧 이라크 평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임홍재 대사와 현지인의 의견을 보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15일 <후세인 체포, 부시 재선가도 파란불>에서 "저항세력의 구심점이던 그가 체포됨으로써 이라크 재건작업의 양상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라크 저항세력이 크게 3개 분파로 분열되어 있어 구심점을 잃어버린 "추종세력들이 급속히 와해될 전망이 커졌다"고 추정했다. <미 "We got him" 일성… 일제히 환호>에서는 후세인 전 대통령 체포에 따른 이라크 내 '환영여론'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16일에는 동아일보 역시 <굽히지 않는 저항세력> 등의 보도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와 달리 조심스러운 보도태도를 보였다. 파병문제와 관련해 후세인 체포 사실에 따른 정치·경제적 변화를 언급하며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중앙은 15일 2면 <후세인 생포 "공포의 망령 제거됐다">에서 바그다드의 축제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각계의 입장과 이라크 주민들의 다양한 입장을 보도해 '환영여론'을 중심으로 보도했던 조선과 동아의 보도와는 차별성을 보였다. 5면 <"테러 줄지는 장담 못해">에서 중앙은 임홍재 주이라크 대사 전화인터뷰에서 현지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중앙은 사설 <후세인 체포와 이라크 파병>에서 "우리도 이라크 재건작업에 대한 지원과 안정화 노력에 대한 기여를 가능한 한 빨리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필요가 높아진 셈"이라며 "여야는 정부의 추가 파병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기 전에 당론을 확정하고 동의안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후세인 체포가 곧바로 이라크 현지 치안 회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5일 <이라크 3大분파 판도변화-"反美 폭력저항 중지 미지수">에서 "저항세력이 내부조직 붕괴 내지 전략 재편의 진통을 겪겠지만 미군정에 대한 폭력저항이 종식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15일 <정부 파병 운식 폭 넓힐 '호재'>에서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의 치안 회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군 '최고먹잇감' 포획 기세등등>에서도 "후세인 체포가 미국의 이라크 완전 장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그 이유로 "이라크 저항세력의 활동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해온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암묵적 지지를 받아온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체포가 이라크의 치안상황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는 보도는 없다. 오히려 후세인이 체포된 직후 14일과 15일에도 바그다드에서 폭탄테러가 계속되는 등 후세인 체포가 이라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판단이 대세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15일 보도에서 섣부르게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정되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전투병 파병' 주장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간 우리는 언론의 섣부른 추정보도의 위험을 지적해왔다.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언론의 섣부른 추정 보도는 이라크 파병 문제 등 주요 현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조선일보가 '이라크 치안 안정'을 부각한 이면에는 국내 파병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속내마저 엿보여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론은 주요 현안일수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직 이라크 상황을 예단하기엔 이르다. 좀더 지켜보고 차분하게 보도해도 늦지 않는다.

 


2003년 12월 1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