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행자부 공동주택 건물 과표 개편안 발표’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8)
언론이 '강남 불패' 비호하려는가
.........................................................................................................................................................
행정자치부는 3일 아파트에 대한 ‘건물과세표준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은 과표가 건물의 면적과 노후도 등으로 책정되어 있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소유자 보다 지방 아파트 소유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모순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과표’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사회 여론이 높았고, 이번 행자부 안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강남지역 ‘세금인상률’을 강조하고, 이 지역 지자체 반대여론을 과대포장하며 행자부의 이번 개편안을 흔들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5일 사설에서 “‘특수지역’ 시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주장해, 정부와 강남지역 주민들을 이간하며 강남지역 주민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신문은 단연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며 정부의 정책이 “다주택 소유자들의 주택보유와 거래 자체를 죄악시하고 응징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남?서초 등 일부 자치구의 반발을 연일 부각시켜 사실을 호도 했다. 또 ‘세율조정’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5일 사설 <취득?등록세 인상은 ‘세금폭격’이다> 4일 <강남 재산세 최고7배 인상><대치동 삼성 38평형 재산세 12만원→92만원>에서 ‘세금폭격’‘응징대상’과 같은 감정적인 표현까지 사용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격했다. 또한 조선은 거래세 인하를 주장하며 “정부도 그렇게 약속해 왔다”고 말해 마치 정부가 ‘말 바꾸기’를 한 것처럼 몰았다. 그러나 “과표현실화에 대한 거래세율 인하가 지금 적절치 않다”고 말했을 뿐, 정부도 정책기조 자체는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정부가 말을 바꿨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더구나 이 사설에서 조선은 “‘특수지역’ 시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인 셈”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정부와 강남지역 주민들을 이간하고 이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또한 조선은 3일 <“LA로…상하이로…”해외부동산 투자 열풍><3주택자, 허둥지둥 팔면 ‘절세베팅’ 못해> 5일 <2주택자는 양도세 4천만원 늘어> 등에서 다주택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이에 대응한 ‘절세 방법’을 소개하기까지 했다.
6일에도 1면 <재산세 개편안 서초구서 거부>에서 조선일보는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들은 행자부 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도 서초구를 비롯한 양천구, 송파구 등 몇몇 지자체의 거부 움직임을 부각했다. 이어 8일 <정부 “구청서 재산세율 결정땐 수용”>에서 조선은 행자부가 서초구의 과표 개편안 거부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 보도에서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결정했던 재산세 과표나 세율이 자치단체에 따라 차이가 나는 ‘재산세 지방자치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라고 추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행자부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수용’ 운운한 것은 재산세의 과표?세율 결정권을 지자체가 갖고 있다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마치 정부가 지자체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또한 과표개편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서초구청의 입장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동아일보는 4일 3면 <대치동 38평 12만6천원→92만 6천원>에서 “서울 강북지역도 강남보다 인상폭은 작지만 중소형 아파트 기준으로 재산세가 평균 20% 정도는 오른다” “세금에만 의존하는 부동산 대책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집 값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는 등의 보도로 정부의 조제정책을 폄하하고, ‘주택 공급 확대 및 신도시 개발’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양 사실을 왜곡했다. 사설 <재산세 한꺼번에 7배로 올려서야>에서 동아일보는 “소수의 투기꾼을 잡자고 선의의 피해자를 더 많이 만드는 정책은 강남을 때려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영합하려는 발상이라는 의심을 살만도 하다”며 정부정책을 왜곡했다. 이어 “정부는 재산세율을 함께 조정함으로써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세율인하를 주장했다. 또한 동아는 <“조세저항 어쩌나”강남지역 구청반발>에서 서울 강남권의 반발여론을 부각했다.
중앙 역시 5일 사설 <재산세 올리면 다른 세금 낮춰라>에서 정부 정책이 다주택 소유자들을 ‘죄인시’한다며 “개인의 조세부담이 높아지지 않도록 세제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세율 인하를 주장했다. 또 4일 <대치동 38평 아파트 12만원서 92만원으로> <투기지역 사람들 한숨; 팔자니 크게 오른 양도세 부담 “팔 수도 안팔 수도”> 등에서 조세저항을 우려하며 강남?서초 등 일부 자치구의 반발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행자부의 과표 개편안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신문은 5일 사설 <보유세 정상화, 첫발은 뗐지만>에서 “정부의 이번 조처는 공동주택 재산세의 과세 형평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구실을 할 것…전반적인 부동산 보유과세 체계를 정상화하는데도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겨레는 해당 자치구의 반발여론과 일부 언론의 부추김을 지적하며 “재산세가 갑절로 오른다 해도 실효세율은 선진국 등에 견줘 여전히 낮다…공평과세에 이르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한몫을 하기에는 아직도 크게 힘이 달린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할 것을 촉구했다. 4일 한겨레는 <시행권 가진 기초단체장 ‘협조’ 필수>에서 이번 과표 개편안은 ‘시도별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 거친 뒤 최종안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서울 강남?서초구 등 일선 자치구의 반발여론을 비중 있게 보도한 것과 달리, “정부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라고 보도해 차별성을 보였다. 8일 <과표결정권 중앙정부 이관 추진>에서 한겨레는 서초구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과표 개편안에 반발하자 정부에서 “과표 결정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과표 개편안대로 시행돼도 강남이 낼 재산세는 ‘시가의 0.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표 개편안을 거부한 서초구 문제를 지적한 ‘강남북 균형발전과 공정한 재산세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의 성명을 보도해 서초구의 반발만을 부각한 조선일보와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재산세 개편’ 반발 설득력 없어>에서 서초구청장의 주장이 “값비싼 부동산 보유자들을 배려한 행태일 가능성이 짙다”며 “(아파트 재산세가)다른 지역과 형평을 맞추고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5일 사설 <재산세 인상과 주민 반발> 4일 <강남 재산세 최고 7배 인상> <대치동 31평형 재산세 80만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역시 강남·서초구 등의 반발을 비중 있게 보도했으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 인하를 조심스럽게 주장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 및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보유세 인상’과 ‘과표 현실화’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노골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세금의 인상폭을 부각하고, 강남?서초 등 일부 자치구의 반대의견을 부각해 오히려 이들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강남주민들을 ‘선동’하기까지 했으며, 일부 의견을 마치 서초구의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왜곡하기까지 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이 같은 ‘딴죽걸기’는 처음이 아니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에는 정부에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질타했던 이들 언론은 막상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자 ‘다주택 소유자들을 죄인시 한다’며 또다시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물타기’까지 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며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 하락을 우려한 지극히 정략적인 처사는 아닌가. 아니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일부 극소수 부유층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것인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정녕 부동산 투기세력의 ‘대변지’인가. 우리는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부동산 문제마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 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자중하라. 이제는 ‘강남불패’에 까지 영합하려는가.
2003년 12월 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