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결'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5)
'거야 횡포', '언급'조차 못하는 언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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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법안'이 209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재의결 되었다.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국회 등원을 거부해 2004년 예산안 심의조차 불가능하게 했던 한나라당의 9일간의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을 무색케 한 압도적인 득표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들은 한결같이 한나라당의 무리한 '힘겨루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국정혼란의 모든 책임을 '특검법'을 거부한 노 대통령에게 돌렸다. 또한 현 정국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치정국'으로 몰고 가며 야3당이 공조할 경우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각해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정작 특검 논의의 발단이 되었던 정치권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힘 겨루기로 몰고 가며 이번 특검 재의결로 노 대통령이 '국정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은 1면 머릿기사 제목을 <3야공조 압도적 재의결>로 뽑았으며, 재의결 투표상황을 보도한 <야 "노대통령에 대한 사실상 탄핵">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그동안 대통령의 통치행태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이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키웠다. <코너몰린 노대통령…총선 4일전까지 특검>에서도 조선은 "노 대통령은 자신이 행사한 거부권이 국회 재의결로 뒤집어짐에 따라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며 "행정권력이 입법권력에 의해 제압당하는 망신을 당한 셈"이라고 노 대통령을 몰아 부쳤다. 이어 사설 <특검파동 9일간의 나라 꼴>에서 조선은 국회 파행과 산적한 국정현안이 미뤄진 모든 책임을 '국회가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특검법안을 거부한 대통령'에게 지웠다. 반면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다. 동아는 <노측근 의혹 총선정국 최대변수로>에서 이번 특검법 재의결 이후의 정국구도를 '총선 정국'이라며 '시계제로의 혼전양상'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다시 한번 위력 보인 '3야의 힘'>에서는 야3당이 공조할 경우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나 권력부패구조 청산을 명분으로 분권형 개헌안 통과도 가능하다'며 여권과 야3당간의 대결이 첨예화될 경우 이번과 같은 야3당의 공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동아는 사설 <209명이 재통과시킨 특검법안>에서 "그동안의 국정 공백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큰 정치가 더욱 아쉽다"며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가 올바른 대응은 아니었다고 해도 국정의 총체적 책임은 결국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노 대통령의 책임을 부각했다. 또한 동아는 재심임 제의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강야 쇼크…노정부 사면초가>에서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탄핵(1백 82명)도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도 남는다"며 노 대통령과 여권이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사설 <대통령 '오기정치' 반성해야>에서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은 "9일간의 청와대와 야당 간 극한대치로 황폐화한 정치권에 남은 것은 극도의 불신과 대립뿐"이라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1차적 책임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수사결과 '뇌관'…총선까지 살얼음>에서 "측근비리 특검이든, 대선자금 수사든 어느 쪽에서라도 변수가 돌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이에 따라 청와대와 한나라당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정국을 분석했다. 이어 사설 <국회 이제 민생부터 챙겨라>에서 "노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오기싸움을 벌이느라 정기국회 막바지의 황금 같은 시간을 10일이나 허송했다"며 이번 사안에 양비론으로 접근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해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막강한 '3야의 힘' 노대통령 앞길 험난>에서 이번 특검 재의결로 "대통령 한 사람에게 힘과 권위가 모아졌던 지난 40여년 동안의 헌정 체제가 사실상 의회권력으로 대치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겨레는 한나라당이 장외투쟁과 단식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매달린 것은 "특검을 불법 대선자금 논란에 대응할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세정국 돌파·내부결속 당지지도 급락 총선부담>에서 한겨레는 최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 파문으로 형성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고 당내 결속도를 다졌으나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국회 파행에 따른 책임 논란으로 당 지지도가 급락한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사설 <이제 특검에 맡기고 민생 챙기라>에서 "애초 국회의 특검법 의결과 대통령의 거부권은 각자 권한에 따라 한 것"이라며 "국민과 국정을 볼모로 한 이런 다수당의 횡포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한나라당의 잘못을 분명히 지적했다.
이번 특검법안의 재의결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었다. 이미 민주당과 자민련은 공식적인 TV토론 자리에서도 '특검법안 재의'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조'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 철회 등을 주장하며 9일 동안 국회를 마비시키는 무리수를 두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태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도대체 국회까지 마비시키면서 특검 재의를 주장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를 마비시킨 것에 대해 분명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국회는 거대 야당의 횡포로 마비되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은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덧씌우는가
또한 한나라당의 '협박정치'로 인한 국회마비를 마치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치정국인양 사실을 호도 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열망하는 정치개혁 과제들은 실종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왜 노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벌린 '장외투쟁'의 책임까지 덧씌우는가. 지금 정국의 상황이 과연 대통령만의 책임인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12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