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관련 검찰 수사'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3)
등록 2013.08.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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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은 보이고, 한나라당 '95억+a'는 안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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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일 SK비자금 100억 원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전 재정국장 이재현 씨의 첫 공판에서 '지난 대선 당시 쓰고 남은 한나라당의 대선잔금이 신고액인 29억 원의 최소 2∼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한나라당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수십 억의 '뭉칫돈'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특히 조선일보는 이를 단신으로 보도해 한나라당에 불리한 사실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조선일보는 3일 뉴스브리핑 코너에 <검찰 "한나라 대선잔금 60억-90억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단신 보도하는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2면 하단 <"한나라 대선잔금 신고액의 2-3배">에서 "대검 중수부는 2일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쓰고 남은 돈은 95억원"이라며 "(검찰이)선관위에 대선 잔금을 대폭 축소 신고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관련 보도를 1면과 4면에 비교적 자세하게 실었다. 그러나 1면 기사에서는 <한나라-노캠프 대선잔금 축소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공판에서 검찰이 밝힌 수사내용을 전하며 노 대통령의 대선캠프 대선잔금 문제까지 거론해 본질을 흐렸다. 이어 4면 <'수십억 대선잔금' 출처는 어디>에서는 한나라당의 대선잔금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는 "(한나라당이) 대선잔금을 29억원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을 치른 뒤 최소 60억-90억원의 대선잔금을 남겼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검찰은 대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 계좌에 95억원이 남아있는 사실을 포착해 이 돈이 선관위에 신고된 29억원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대선잔금인지도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동아는 "검찰은 한나라당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대선잔금이 회계 처리상 후원금 한도가 넘쳐 따로 보관한 것인지, 기업에서 받은 음성적인 돈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본질을 흐렸다.
한겨레신문도 3면 <한나라 대선잔금 신고액의 2∼3배>에서 한나라당 전 재정국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이 밝힌 대선잔금 수사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한나라당 이재현 전 재정국장 공판과정에서 밝혀진 '대선 잔금' 외에 검찰이 계좌추적 과정에서 찾아낸 '뭉칫돈'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한나라 계좌에 74억 뭉칫돈>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일 한나라당 재정국 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74억원의 '뭉칫돈'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면 <'74억 뭉칫돈' 불법 대선잔금?>에서는 "특히 계좌추적을 통해 비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관련자도 새롭게 드러날 수 있어 수사진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이번에 발견된 뭉칫돈도 기업에서 받은 음성적인 돈이어서 선관위에 신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이 돈이 한나라당이 기업에서 받은 불법 대선 자금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SK 1백억원'에 이어 또 다른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이번 대선 자금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 전반의 불법 비자금 실상이 밝혀지고, 이를 정치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자는 것이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이 중심에 있는 '대선비자금 문제'를 노 대통령 측근 비리의혹으로 덮으려는 시도로 한나라당 비호에 치중하고 있다. '조-한 동맹 커넥션'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오늘(3일) 조선일보는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검찰의 강금원 씨 구속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사설까지 실은 반면, 정작 한나라당의 '95억원'에 이르는 대선 잔금 및 7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뭉칫돈' 의혹은 축소 보도했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불공정한 보도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 정치권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특정 정당을 비호하기 위해 사태의 본질을 축소·은폐하는 지금과 같은 언론구조 속에서 정치개혁은 요원할 뿐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 비호'에 빠져 독자들의 정치개혁 염원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

 


2003년 12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