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의 KBS 시청률 보도> 등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1.20)
조선일보는 시청률 갖고 장난치지 말라
시청률하락, 내부분열, 공영방송 역할시비는 단골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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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일보의 KBS 비난이 상당부분 억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11월 18일 진성호 기자의 <조선데스크> ''정연주 코드' 비판하는 KBS PD'에서 KBS 뉴스9의 시청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KBS2TV의 광고도 안 팔리고, TV수신료 분리징수 법개정을 앞두고 있는 등 KBS가 '사면초가'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모든 위기가 '정연주 사장'의 취임에 기인하는 것으로 몰고 갔다. 특히 이 글에서 조선은 KBS 오강선PD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마치 KBS 내부에 조선일보만 주장하는 이른바 '정연주 코드'를 둘러싼 내분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강선 PD가 쓴 글의 요지는 현업에 종사하는 오락PD로서 '세간의 연예오락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바꿔달라'는 간절한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코드'에 맞는 글의 일부 내용만 인용해 KBS 내부를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어수웅 기자가 <밤 9시 뉴스 시청률 판도 변화-MBC '약진' KBS '하락'>이라는 기사에서도 보수성향의 시청층의 이탈로 KBS 9시뉴스의 시청률이 낮아지고, 반대로 MBC는 오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실제 11월 이후 시청률표를 보면 이전과 비교해 9시뉴스의 시청률에서 크게 의미를 둘 만한 변화를 찾기 힘들다. MBC 뉴스데스크와 비교해서도 7∼10%의 시청률 차이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다만 주말의 경우 KBS의 시청률이 확연히 낮아져 MBC와의 시청률이 비슷한 정도이다. 조선일보는 주말 KBS 뉴스9가 뉴스시간을 대폭 축소했으며, 이에 비해 MBC 뉴스데스크는 전문기자제 도입 등 주말 뉴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두고 애써 '보수적 시청자의 이탈'이라고 주장하며 보수층을 KBS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선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6일 기사에 등장한 시청률 조사전문가조차 "아직 큰 의미가 있는 수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음에도 이런 정황들은 깡그리 무시하고 조선일보는 '하락' 운운하며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가 시청률을 가지고 '악의적인 장난'을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MBC에 '개혁적인' 김중배 사장이 취임했을 때도 똑같은 '장난'을 쳤다. 조선일보는 2001년 7월 17일
"공영방송으로서 역할도 비판받고 있다. 여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차입경영이 논의되는 등 MBC는 최악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사내외 진단이 나오고 있다"
"MBC 시청률 고전의 가장 큰 원인은 뉴스 부문 하락이다. … 1위인 KBS '뉴스9'의 시청률은 19.4%로, '뉴스데스크'와는 무려 7.8% 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졌다"
"위기의식은 MBC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2001/7/17,
놀랍게도 위 기사는 2003년 11월 18일 <조선데스크> 진성호 기자의 글이다. 개혁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는 MBC를 흠집내는 2001년의 논리가 최근 조선일보의 'KBS 흔들기'와 빼다 박았다. 시청률하락, 내부분열, 공영방송 역할시비 등 세가지 '코드'가 단골메뉴다. 조선일보는 KBS든 MBC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곡까지 동원해 무조건 비판하며, 과거의 '억지주장'을 오늘에도 답습하는 구태의연한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시간만 나면 미디어면을 통해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을 비판해왔다. 그런 조선일보가 엉뚱하게 '시청률'을 근거로 공영방송을 공격하고 있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은 시청률 경쟁한다 비판하고, 교양프로그램과 보도에는 시청률이 낮다면서 '쥐락펴락'하는 조선일보식 비판에 기가 찰 따름이다.
조선일보는 시청률로 장난치지 말라. 조선일보의 '이현령 비현령'식 비판이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독'임을 깨어있는 독자와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다.
<첨부-KBS, MBC 시청률 관련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2001. 7. 17
MBC 시청률 3위로 급락...뉴스 크게 떨어져
전문가들 "4개월새 3.1%P 하락은 이례적"
勞報 "창사후 가장 심각한 경영난 눈앞에"
김중배 사장 취임 5개월째를 맞은 MBC가 경쟁력의 위기를 맞고 있다.
MBC는 불과 넉달여만에 시청률 ‘넘버1’ 채널에서 ‘넘버3’으로 추락했다. ‘시사매거진 2580’보도에 따른 연예인들의 출연거부 사태가 이어졌고, 공영방송으로서 역할도 비판받고 있다. 여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차입경영이 논의되는 등 MBC는 최악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사내외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던 지난 2월 MBC의 채널 시청률은 11.5%(TNS미디어코리아 조사)로, KBS1·2, SBS를 압도적으로 누른 안정적 1위 방송이었다.
그러나 5월 시청률이 8.2%로 뚝 떨어지면서 KBS1과 SBS(지역민방)에 뒤진 3위 신세가 됐고, 시청률이 소폭 올랐지만 6월에도 3위 자리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채널 시청률이란 각 채널에서 방송된 뉴스 드라마 등 모든 프로그램의 가구시청률을 평균한 것. 이번 조사에선 평일 오전 6시~11시, 오후5~12시와 주말·휴일 오전 6시~새벽 1시까지를 분석시간대로 해 월별 평균을 냈다. 시청률 전문가들은 불과 4개월만에 채널 시청률이 3.1%포인트나 하락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한다.
MBC 시청률 고전의 가장 큰 원인은 뉴스 부문 하락이다. 지난주 전체 뉴스 순위 10위권안에 MBC는 4위인 ‘뉴스데스크’(11.6%), 단 1개만 들었다. 나머지는 8개가 KBS, 1개가 SBS다. 1위인 KBS ‘뉴스9’의 시청률은 19.4%로, ‘뉴스데스크’와는 무려 7.8%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졌다. 과거 ‘드라마왕국’으로까지 불렸던 MBC는 주말극 ‘그 여자네 집’이 드라마 시청률 3위에 올랐을 뿐, 1~2위와 4~8위를 모두 KBS SBS에 내주고 9·10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섹션TV 연예통신’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 일부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그나마 체면을 살리고 있다. 그러나 ‘시사매거진2580’의 보도에 따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거부로 연예오락프로그램들마저 머잖아 파행방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위기의식은 MBC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MBC노보는 최근 ‘한소리’에서 “봄 프로그램 개편이후 시청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뉴스건 드라마건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전 프로그램의 동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경영 역시 이제껏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차입경영이 논의되고 있는 등,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경영난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내부 인사 문제도 거론했다.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도덕적 물의를 빚은 비전문가를 자회사 사장에 앉히려다 문제가 되자 중도하차시키는가 하면, 특정인을 해외근무자로 파견하기 위해 현직 근무자에게 그 특정인을 후임으로 추천하라고 종용하는 정실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MBC노보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임원회의에 보고된 ‘방송3사 TV프로그램 직접제작비’ 분석 보고서에서 MBC의 총 제작비가 가장 많아, “A사에 비해서는 (연간) 채널별로 96억원에서 450억원, B사에 비해서는 290억원이나 많은 제작비를 지출한 셈”으로 조사됐다.
진성호기자 shjin@chosun.com
○ 조선일보 2003. 11. 6
밤 9시 뉴스 시청률 판도 변화 MBC '약진' KBS '하락'
평일 6%P·주말 0.6% 차로 좁혀져
방송사 위상과 이미지를 결정짓는 KBS와 MBC의 밤 9시 메인 뉴스 시청률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 9시뉴스’의 시청률이 떨어지는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시청률 조사 회사인 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KBS 9시뉴스’의 평일 시청률(전국 기준)은 지난 8월 24.0, 9월 23.3, 10월 21.3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MBC 뉴스데스크’는 8월 11.8, 9월 10.9, 10월 12.9등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의 경우 ‘KBS 9시뉴스’는 전달 대비 2포인트 낮아졌고 ‘MBC 뉴스데스크’는 KBS에서 이탈한 만큼의 시청률이 상승했다. 또 이번 달 들어서도 KBS의 하락세와 MBC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 4일 ‘KBS 9시뉴스’ 시청률은 10월 평균치보다 낮은 20.2∼20.7였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평균치를 웃도는 14.0∼14.3를 기록해 격차를 6포인트 정도로 좁혔다.
주말 9시 뉴스의 시청률은 더욱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 TNS가 서울·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KBS의 경우 8월 12.8, 9월 14.2, 10월 11.6로 9월에는 약간 올랐지만 10월에 큰 폭으로 떨어졌고, MBC는 같은 기간 8월 10.8, 9월10.7, 10월 11.0로 소폭 상승, 양사 간 격차가 0.6포인트로 좁혀졌다. 평일 뉴스 시청률도 지난 5월에는 10포인트 가깝던 격차가 지난달에는 7포인트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시청률 전문가들은 최근 KBS에서 보수 성향 시청자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데 일치하고 있다. 한 시청률 조사기관 관계자는 “아직 큰 의미가 있는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송두율 사건 등을 다룬 ‘한국사회를 말한다’, 주말 9시 뉴스 직후에 방송되는 ‘미디어 포커스’ 등 KBS의 소위 개혁 프로그램이 KBS의 보수적 시청자들을 이탈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 조선일보 2003. 11. 18
[조선데스크] '정연주 코드'를 비판하는 KBS PD
“개혁의 장애는 개혁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보수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못된 점은 오락 프로그램을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고 시사, 보도, 교양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없는 오락 프로그램 때리기나 하지 말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면 되는 것이다.” 연예PD 입장에서 쓴 이 글은 KBS 종사자들의 생각이 적어도 ‘정연주 코드의 주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또 다른 KBS PD가 역대 KBS사장을 품평하는 것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홍두표 사장 시절이 좋았다”고 했다. 이유는 명쾌했다. 홍 전 사장만큼 TV를 열심히 본 경영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뉴스나 시사다큐만 보는 게 아니라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똑같이, 아니 더 중시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사장이 직접 말단 PD에게 전화를 걸어 호평이든 악평이든 서슴없이 해댈 때 PD들은 감동했다는 것이다.
홍 전 사장은 초단위 시청률 조사를 통해 시청자 눈길을 끄는 아이템을 발굴해 톱뉴스로 보도, 뉴스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물론 홍 전 사장에 대한 평가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TV수신료와 전기료 통합징수도 재정이 바닥났던 방송사를 구하려고 그가 이뤄낸 ‘업적’이라면 업적이었다. PD·기자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홍 전 사장 재임 중 KBS가 시청률 1위 채널로 올라설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정연주 사장 취임 후 KBS는 그때와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한때 더블스코어 시청률로 MBC를 눌렀다던 KBS 9시 뉴스가 요즘은 주말 서울 수도권의 경우 MBC와 0.6포인트 박빙의 차로 좁혀졌다는 데이터까지 나왔다.
KBS 2TV 광고판매율도 최근 60대로 떨어졌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한다. 80∼90의 광고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MBC, SBS와 비교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야당은 편파방송을 이유로 TV수신료를 전기료와 분리징수하도록 법개정을 추진 중이고, 방만한 예산운영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도 받을 처지다. 사면초가다.
정연주 사장은 지난 13일 밤 KBS 1TV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일행과 ‘뒤풀이’ 술자리를 가졌고, 최 대표 차에 둘이 탄 채 밀담도 나눴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이날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 해결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방송법 개정안 심의를 하루 앞둔 17일에도 정 사장은 국회를 방문, 최 대표를 만났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공영방송 KBS가 살길은 이런 편법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업무 외 시간의 술대접 접촉’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언론개혁 대상’ 1호 아닌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던 정 사장이 어려워지니까 이젠 이렇게 변해버렸나”라는 비판도 들린다.
16일 KBS 1TV ‘뉴스9’에는 ‘현장포착-인간적인 노 대통령 영상’이란 보도가 전파를 탔다. 뉴스 밸류가 떨어지지만 노 대통령 부부의 서민적이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재편집해 방영, 느닷없다는 느낌을 줬다. ‘땡노 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실추된 공영방송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KBS는 무엇보다 더 많은 국민을 껴안을 수 있는 공정한 시각부터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장은 임기 동안만 머물다 떠나지만 PD와 기자는 남는다.
KBS의 발목을 잡았던 5공 말기 편파방송 후유증이 다시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 KBS 식구들은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2003년 11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