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21)
무책임한 파병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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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언론의 추측 예단보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지난 18일 정부는 이라크 추가 파병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 부대의 규모나 형태,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여론 수렴과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불확실한 출처를 근거로 파병의 규모와 형태, 파병 지역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 추측, 예단 보도하고 있다. 그동안 반전 여론에 밀려 눈치를 살피던 이들 언론이 정부의 추가 파병 방침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한 게 아니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기 전부터 파병 부대의 성격과 규모, 시기, 주둔 지역 등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른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파병의 규모와 구성을 점쳤다. '건설 의료지원단을 대폭 포함한 3000∼4000여명'(18일 동아), '특공연대 주축 5000명선'(18일 중앙), '공병부대 주축 최대 1만명'(18일 국민일보), '특수부대 보병 공병 등 5천∼6천명 수준'(18일 조선), '보병부대 주축 공병 의료부대 포함된 5000∼7000명'(18일 문화) 등 언론들의 파병 규모 예상치는 제 각각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일에는 각각 '6000∼1만명', '최대 1만∼1만2000명'으로 파병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파병 규모가 작을 경우 대미 발언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는가 하면 "안전을 위해 1개사단 병력이 필요"하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기사의 제목으로 뽑아 파병 규모를 '1만 2000'명까지 늘려 잡는 등 파병 규모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전투병 파병 사실상 확정>(조선 18일 1면), <내년 1,2월께 이라크 북부 모술 전투병파견>(동아 20일 1면), <"특전사 비전투병 함께 파병">(중앙 20일 1면) 등의 기사를 통해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로 다뤘다.
한편, 일부 언론들은 파병을 위한 '일정표'를 상세히 제시하는가 하면 '제2의 중동 특수'를 노리는 재계의 '기대'를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파병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제시하면서 정부 결정을 일찌감치 앞질러 나갔다. 조선일보는 20일 기사를 통해 '보수가 좋고 현지에서 한국군의 인기가 높아' 파병 지원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으며, 파병 지역으로 꼽고 있는 '모술 등 이라크 북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된 곳으로 분류된다"거나 "북부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까지 동원했다.
파병 형태에 대한 어떠한 공식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파병 반대 운동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이 보이는 섣부른 보도 태도는 이들이 '대규모 전투병 파병'이라는 특정한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우리는 일부 언론에게 묻고 싶다.
언론은 파병 부대의 구성과 규모를 결정하는 권한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파병 문제에 대해 민주적인 의사 수렴 절차를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앞 다투어 파병 규모를 점치는 행위가 올바른 보도 자세인가?
우리는 강력히 촉구한다.
군부 등 외교 국방라인의 입장을 '받아쓰기'하면서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거나 파병 규모를 부풀리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도대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어느 나라 언론인가? 미국 언론인가?
전투병 파병이 초래할 '가공할 사태'를 언론이 책임질 수 있는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렴한 무책임한 파병 선동을 즉각 중단하라.
2003년 10월 2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