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SK비자금 관련 조선·동아 편파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0.11)
'SK비자금 사건'이
'대통령 측근비리+1' 사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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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비자금 사건이 조선·동아의 편파적인 보도로 변질될 '위험'에 놓였다. 한나라당이 훨씬 많은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최도술시 관련 부분을 조선·동아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9일 1면 Top 기사에서부터 최도술 씨 연루사실을 부각하며 이를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호재로 악용했다.
조선일보는 <최돈웅 100억 중 일부 유용혐의 포착>(8일)보도에서 제목과 달리 기사의 상당부분을 최도술씨에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SK측이 과연 최씨만 보고 돈을 줬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며 대통령 연루의혹을 간접적으로 제기했다. 9일 사설 <대통령 집사가 돈 수수 혐의라니>에서 조선은 "최도술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으로, 대선 때는 지역 회계 책임자로 있어 '집사'로까지 불리는 인물"이라고 전제하고 "이 돈의 성격은 노 대통령 당선 축하금이거나 뇌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노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또한 최씨가 돈을 받은 시점과 관련해서도 "대선 후에 돈을 준 것은 '신실세' 그룹을 겨냥한 로비용이라는 점이 비교적 명백해지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 측근 인사 전첼르 끌어들였다. 이어 조선일보는 10일 기사 <노대통령 측근 줄줄이 '비리 도미노'>에서 아직 비리연루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이광재 실장까지 거론하며 "과거에도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집권 7개월여 밖에 되지 않는 정권 초반에 대통령의 핵심 측근 다섯 명이 동시 다발적으로 비리에 휘말리는 것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라며 청와대를 공격했다.
10일 사설에서도 조선은 "(최도술씨 연루 의혹에 대해)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는 살아 있는 권력, 앞으로 4년이상 국정에 영향을 미칠 권력의 실세가 대선이 끝난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이미 부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SK로부터 100억대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 유용 가능성'을 부각했다. 8일 보도에서 조선은 안 중수부장이 최의원에 대해 "죄질이 다르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검찰은 최의원이 일부 유용한 혐의를 잡아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최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발부를 시사하자 10일 <'최돈웅 100억' 어디로 갔을까>와 사설 <최돈웅 의원은 100억 밝히고 출두하라 당선 축하금은 최도술 집사만 받았나>에서 조선은 "한나라당은 대선에 패한 입장이긴 하지만 솔직하게 얼마를 거둬 얼마를 남겼는가를 밝히지 않은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대여 비판은 전혀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목할 것은 검찰이 최돈웅 의원에 대해 일부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포착한 듯 '죄질이 다르다'고 설명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최 의원 개인비리로 몰고가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 역시 조선과 같이 1면에서 헤드라인에 최도술씨의 이름을 부각했으며, 3면에서도 <최도술씨만 보고 거액 건넸을까>에서 "대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으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을 부추겼다.
또한 동아도 최도술씨가 러시아로 출국하는 당시 출금조치가 해제된 것에 대해 '미스터리'라며 의혹을 부풀렸다. 동아일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공식적인 수입 및 지출 명세 외에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비공식 후원금'이 상당한 규모일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자금 문제를 함께 거론하면서도 "후보단일화 직후부터는 민주당에 상당한 규모의 기업 후원금이 몰렸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라며 민주당의 대선자금 문제에 더 비중을 뒀다. 9일 사설 <끊이지 않는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서는 "사회를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보는 듯한 인식이나, 이른바 '코드인사'를 고집해 온 것도 그 기저에는 도덕적으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며 "대통령 측근들의 잇단 비리 연루 의혹은 노 정권의 이런 의식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참여정부를 공격했다. 10일에도 최씨가 청와대를 그만 둔 것을 두고 청와대가 이를 사전에 알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9일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 "돈의 일부를 당 공식 기구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단서가 포착됐을 뿐만 아니라 SK측의 청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10일 사설 <최돈웅 의원 검찰 소환에 응하라>에서 동아는 "한나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의원 비리가 노출될 때마다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철지난 노래'를 그만 틀어야 한다"면서도 "검찰은 최 의원 쪽에 유입된 100억원 중 상당액이 영수증 처리가 안됐고 청탁이 개입됐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하지 않는가"라며 최 의원 개인 비리 쪽에 무게를 뒀다.
경향신문은 정치자금 개혁을 거론하면서도 최도술 씨 등 대통령 측근 비리에도 무게를 실었다. 사설 <대통령 측근들의 비자금 의혹>(9일)에서 경향은 "청와대는 쉴새없이 불거져 나오는 측근 의혹에 대해 강건너 불보듯 할 게 아니라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때"라며 "더 이상 국정책임을 맡아야 할 청와대가 의혹의 진원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10일에는 최도술 씨와 관련해 청와대 비서관에서 물러난 이유와 청와대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으며, 사설 <최도술 수사 눈치봐선 안된다>에서도 "검찰은 최씨의 금품수수뿐 아니라 출금해제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정치개혁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최돈웅 의원에 대해서는 초반부터 '개인비리' 쪽으로 선을 그었다. 중앙은 최돈웅 의원과 최도술씨에 대해 "최의원과 최전비서관의 혐의는 개인차원의 비리로 가닥이 잡혔다"며 "두 사람에게만 출국금지 조치를 한 이유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죄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8일 못박았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상수 의원에 대해서도 "개인 비리 성격의 혐의를 추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최도술씨 연루와 관련해 <대통령의 사람들 도덕성 깊은 상처>(9일)에서 "대통령의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역대 정권들도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스캔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조기에 그것도 대량으로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후에도 최 의원에 대해서는 '개인비리'쪽에 무게를 뒀다.
문화일보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9일 <한나라엔 '풀베팅' 민주엔 '보험'?>이라는 제목으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이던 최돈웅 의원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문화는 "(최 의원을)출국금지 조치까지 한 것은 우선 액수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이라며 안 중수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처럼 개인 유용혐의를 두면서도 "최 의원에게 넘어간 돈의 상당액이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최도술 씨와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사전에 이 문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 등 항간의 의혹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10일에는 최도술씨 문제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노대통령과 연관성 여부 촉각>에서 최도술씨가 받은 돈의 성격과 규모 등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의혹을 보도했으며, 민주당의 대선 자금과 관련해 정대철 의원과 이상수 의원의 발언이 엇갈렸던 점을 보도했다. 한나라당과 관련해서도 한겨레는 100억 사용처에 대해 "선관위의 회계감사 등을 피할 수 있는 '외각조직'이나 이회창 전 총재의 '비선조직' 등으로 흘러간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최돈웅 의원과의 무관함을 강조하고 이를 개인비리로 몰고 가는 것을 꼬집었다.
SK 비자금 사건은 음성적 정치자금의 문제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 비자금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언론들은 '대통령 측근비리' 운운하기 전에 취재력을 통원해 부패한 정치자금 유통실상을 밝혀내야 한다.
사건만 터지면 대통령 흔들기에만 연연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서, '편집증적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하고 싶다.
2003년 10월 1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