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동아일보 일제징용과 이라크 파병 관련 기사를 비교 한 민언련 논평(2003.10.8)
등록 2013.08.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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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는 학도병으로 내몰더니 지금은 이라크 파병 선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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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의 위무선양(威武宣揚)과 동양평화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제일선에 선 출정장병으로 하여금 안심과 용기를 가지고 신명을 다하게 하는 데는 총후(후방)에 선 일반국민의 정신적·물질적 후원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제국 신민으로서 응분의 의무와 성의를 다하고자 시국대책을 강구 실시하고 있는 중 조선군사후원연맹은 그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1937년 8월2일 조선일보)


"이러한 정세에서 미나미 총독의 영단은 역대 총독이 상상도 하지 않던 병역의 의무를 조선민중에게 부담시키는 제일보를 답출(踏出)케 한 것이다. 이에 조선 민중도 이 제도가 실시되는 제1일부터 당국의 지도에 순응하여서 그에 협륙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1938년 4월3일 동아일보)
"전승의 영광에 빛나는 양춘, 찬연히 빛나는 반도 통치사의 한 페이지-제국의 숭고한 사명 수행에 바친 2천3백만 민중, 애국의 지성이 결실하여 이에 조선인 지원병 제도와 신조선 교육령이 형영상반(形影相伴)하여 실시되어 반도 통치에 하나의 신기원을 획한 환희의 날"(1938년 4월 4일 동아일보)


위의 기사는 일제가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을 자행하고 있던 당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징병독려 보도들이다. 조선과 동아는 일제의 징용을 '제국 신민으로서 응분의 의무와 성의' '제국의 숭고한 사명'로 미화하며 우리 젊은이들을 일본 제국주의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이랬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2003년 오늘, 또다시 '한미동맹'이라는 미명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이라크 파병을 종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라크 파병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사실상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고 나섰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 9월 14일 첫 사설에서 조선은 "현재 한·미간에는 주한미군 재배치 등을 포함한 한미동맹 재정비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북핵 공조 문제까지 걸려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파병 결정은 장·단기적 국익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공짜점심은 끝났다>에서 양상훈 논설위원은 아예 노골적으로 파병을 주장했다. 이 칼럼에서 조선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미국이 막대한 피와 돈을 들여 만든 안보 우산 아래서 우리 시장문은 닫아건 채 외국 시장엔 우리 물건을 소나기식으로 내다팔아서 먹고살았다"며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청이 '그동안 먹은 공짜 점심값'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19일 사설에서 조선은 "국가의 진로와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첫 번째 기준이 국민여론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며 "자칫하면 국가적 결정이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포퓰리즘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여론을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심지어 20일 김대중 칼럼에서는 "우리의 실리는 곤궁한 처지에 놓인 미국을 도와준다는 데" 있다면서 "(미국을)지금 도와주면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친미'적인 주장을 늘어놓았다.
조선은 10월 2일 사설 <建軍 55년·韓美동맹 50년, 이라크 파병>에서 "파병 문제에는 우리의 안보·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수동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껏 일방적인 수혜자의 위치에 있던 한국이 이번 일로 미국을 도우면서, 한·미관계가 쌍방향 관계로 발전한다면 미국 내에서 한국의 적극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능동적 측면도 함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이제 이 문제는 마냥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라크 파병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조선은 이라크를 다녀온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논란을 빚자 8일 사설에서 "지금의 논란은 마치 조사단의 활동과 보고서를 무슨 절대적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고 있다"며 "이라크 파병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 정부가 한·미 동맹 관계와 국제정세·국내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지, 조사단에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동아일보 역시 조선과 마찬가지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파병'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동아는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9월 14일 사설 <이라크 추가 파병, 신중한 결정을>에서 "동맹이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한국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며 "'먼 나라 전쟁'에 대한 명분 다툼과 당장의 안보 이익을 따져보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파병'을 지지했다.
15일 사설 <이라크파병, 국제공조 필요하다>에서 동아는 "유엔결의에 의한 평화유지활동(PKO)이라면 파병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미국에 국제공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의 10월 1일 <한미동맹, 새 50년을 위해서>는 '황국신민의 책무'를 강조하던 과거가 떠오르는 사설이었다. 동아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조인하던 당시 한국은 전쟁의 참화에서 갓 벗어난 가난한 나라…한미동맹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경제발전에 매진한 결과 세계의 변방에서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아는 "최근 여러 부문에서 이완된 듯이 보이는 양국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이라크 파병 및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한미동맹의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파병'을 주장했다.
동아 10월 8일 사설에서 "정부는 필요하다면 2차 조사단을 보내서라도 파병 때 우리 군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 줄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국제여론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파병의 명분도 더 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국제여론을 고려해 '파병할 것'을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라크 파병' 주장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시대로 되돌아 간 듯한 느낌이 든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파병관련 사설에서 미국을 '일본'으로 '한미동맹'을 '내선일체'로 살짝 바꾸기만 하면 될 정도다.
이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입만 열면 '민족지' 운운하는 모습은 역겹기까지 하다. 지금도 두 신문은 국가의 안보와 미래를 거론하며 마치 '이라크 파병'이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절대절명의 과제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조선과 동아는 '이라크 파병'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는 국제관계와 한미관계, 국내 여론 등을 다각도로 충분하게 고려해 전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결정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일제 때는 제국주의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학도병으로 내몰았던 조·동은 과거를 참회하는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 이라크 파병을 선동해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지 말라.

 


2003년 10월 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