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아토피와의 전쟁'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6.12)
등록 2013.08.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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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아토피 특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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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KBS1 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방송한 특집3부작 '우리아이 몸이 이상하다-아토피와의 전쟁' 편은 공정성을 잃은 방송 내용으로 아토피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마음에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얼마 전부터 어린이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병'이 급증하면서, 이제 '아토피'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건강 정보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생로병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했다. 그러나 KBS의 <생로병사...>는 프로그램 제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성'마저 잃었으며, 그 과정에서 현상을 왜곡하는 내용을 무책임하게 방송했다.
<생로병사...>는 프로그램 내내 특정 의료단체의 시각에서 아토피에 접근했다. KBS는 '대한소아알레르기 협회'의 양의학 의사들과 함께 어린이 아토피 공개 진료실을 열고 아토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 6명을 선정해 그들의 치료과정을 보여주는 방법을 취했다. 프로그램은 양의들의 치료 방법과 치료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며, 양의학만이 진정한 '아토피 치료법'인양 보여주었다. 반면 다른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아토피 치료에 도전한 사람들을 의학에 '무지'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아이의 아토피 증상을 호전시킨 한 출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왜곡되게 표현했다고 KBS 게시판을 통해 제작진에 항의하기도 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주장하는 치료방법을 선택한 6명의 어린이들이 낳는 과정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생로병사...>팀은 제작진이 의도한 치료를 받을 어린이와 청소년 6명을 선정했으나,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는 2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명의 어린이들은 화면을 통해 당시 상태만 밝히고 끝냈다. 특히 제작진은 프로그램 말미에 약간의 호전을 보인 한 출연자의 농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제작진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면 마치 아토피가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생로병사...>는 접근방법 자체도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아토피 피부병의 심각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프로그램 내내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과도한 음향효과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병으로 흉측하게 된 피부가 수시로 부각되었다. 심지어 아토피 아이들의 벗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어 아무리 나이가 어린 환자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 정도였다.
간접광고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생로병사...>는 아토피의 한 원인으로 미국 의학계에서 주장하는 '집먼지 진드기'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치료 촬영에 동참한 한 출연자의 집에 집먼지 진드기가 뚫고 나올 수 없는 특수 침구를 제공했다. 물론 이를 사용한 후 아토피가 호전되고 있는 출연자의 밝은 모습을 함께 보여줘 이에 대한 간접광고의 혐의가 충분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KBS 게시판에는 이 침구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으며, 이 침구를 제작한 업체가 게시판에 상품명까지 밝히는 등 KBS 게시판이 상품홍보의 장이 되고 있는 지경이다.
아토피 피부병은 <생로병사...>제작진들이 지적한 것처럼 사회·환경적인 병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되고 주거 환경이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아토피 피부병 발병률이 급증했다는 것은 <생로병사...> 프로그램 내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생로병사...>는 이 같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 속에서 이를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혜안'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 같은 관점에서 '아토피 피부병'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환자의 가족들을 '무지'한 사람 취급하며, 오로지 양의학의 관점에서만 이를 보여줬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자신들의 주장을 드러내기 위해 편집을 통해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교묘하게 왜곡하고, 치료에 동참했던 출연자들에 대해서도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보여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KBS는 그동안 일요스페셜이나 그 밖의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친환경적인 방법을 통해 질병을 극복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온 바 있어, <생로병사...>의 내용은 일관성마저 잃은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의 시각이다. 제작진들은 의료인의 시각으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토피 환자들은 철저히 대상화되고 말았다. 무신경하게 함부로 보여주는 아토피 아이들의 벗은 모습은 굳이 아토피 아이를 둔 가정이 아니더라도 심한 거부감과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아토피에 무지한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토피의 심각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아토피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만 유발하게 만들었다. 사회적 약자인 아토피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공영방송인 KBS에서조차 외면 받고 말았다.
우리는 제작진이 아토피 피부병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고민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의 편향된 보도 하나로 '아토피'로 고통받는 수많은 가정들이 또다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에 <생로병사...>는 대단히 무책임한 방송이 아닐 수 없다. KBS는 불공정한 방송에 대해 시청자들과 많은 아토피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다.


 

2003년 6월 1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