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WTO 교육개방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31)
등록 2013.08.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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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교육개방' 보도 부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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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정부는 논란이 계속됐던 WTO 교육부분 '양허안 제출'을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양허안이 고등교육 부분에 국한된 '교육개방'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사회에 미치게 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들은 교육개방 문제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교육개방 문제를 알리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우리 언론은 교육개방과 관련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 대립적인 의견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교육개방'이 시대적 대세라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기까지 했다.


교육개방과 관련해 우리 언론은 정부와 교육관계자들의 입장을 나열하는 단신보도 위주였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2003년 1월부터 3월까지 15건 안팎의 보도 정도를 내보냈을 뿐이며, 그나마도 3월에 치우쳐 있었다.
교육개방 문제에 대한 심층보도도 거의 없어, 우리 언론의 '전문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언론들은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교육관련 단체의 주장이나 양허안의 내용만을 단순 나열하는데 그쳤다. 심층보도가 거의 없어 '교육개방'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시장화 구축'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또 대다수 언론은 교육부장관 취임이후 재경부장관과 벌인 논란을 중심으로 교육개방문제를 다루는 등 흥미위주의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개방' 문제를 두고 부처간의 입장을 나열하거나, 교육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외교 통상부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대립적인 양상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이렇다보니 교육개방의 쟁점에 대한 분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개방과 경쟁력, 교육의 질 등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은 거의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개방 문제를 놓고 '찬반양론''갈팡질팡''부처간 줄다리기' 식으로 보도하던 언론들은 양허안 제출 시기가 다가오자 일제히 사설과 외부기고를 통해 '교육개방'을 촉구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은 ▲교육시장 개방 불가피론 ▲대학 경쟁력 강화의 계기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 등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교육기회의 양분화 ▲교육의 황폐화 등의 부작용을 지적했으며, 경향신문은 유럽이 '공익보호'를 들어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이유를 보도했으나 사설은 없었다.
교육개방을 가장 먼저 촉구한 신문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3월 17일 사설 <교육시장 경쟁력 위해 개방해야>에서 "세계 자유무역 체제에서 우리가 계속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없고 우리 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교육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며 또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외국 유학으로 빠져나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외화를 줄이고, 질 높은 교육 도입으로 우리 교육계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우리 교육계는 개방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동아일보도 중앙과 비슷한 논조의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교육시장개방‘No’만으론 안된다>(3.22)에서 "현재의 무차별적 평등주의를 통한 하향평준화를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우리는 국가경쟁력 붕괴라는 국가적 재난에 부딪힐지 모른다는 경고를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교육계는 이 문제에 손사래만 저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은 교육개방 문제를 거론하며 '자립형 사립고'가 추진되지 않고 '고교평준화'를 확대한 기존 교육정책이 마치 우리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 했다.
문화일보도 <교육시장 개방이 추세다>(3.22)에서 "우리는 교육서비스의 질 향상과 학습권 보장차원에서 교육시장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교육 문제도 이제 국가이익 측면에서 봐야 할 때…국내 대학원을 외면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유학 행렬의 이유를 아는가. 대학의 질 향상은 곧 국가 경쟁력임을 인식하고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며 교육개방이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교육시장, 개방이 대세다>(3.23)에서 "반대 운동을 펴온 교육단체들은 교수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개방이 이뤄질 경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문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이 문제는 무엇보다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풀어가야 한다"며 교육단체들의 반대를 '집단이기주의'로 몰고 갔다. 이어 동아는 "어차피 위기에 놓인 교육계가 지향할 목표는‘수준 높은 교육’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며 '교육개방'만이 대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기사와 외부 기고 등을 통해 소극적이나마 '교육개방' 문제를 지적해온 한겨레신문은 27일에 사설을 실었다. 한겨레는 <교육의 질, 개방하면 높아지나>에서 "이 문제(교육문제)를 푸는 열쇠로서 교육개방은 정당한가, 그것이 경쟁력 있는 공교육을 보장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개방은 학부모들에게 끝없는 희생을 강요할 것이며 정부가 공교육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교육개방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들은 ''WTO 교육개방저지를 위한 공통투쟁본부'까지 꾸리며 정부의 양허안 제출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언론은 교육개방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대학교육개혁' 등의 이유를 들어 '교육개방'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교육개방'을 주장하는 언론사들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교육부분에 대한 개방까지 강제하는 일천한 인식을 드러냈다. 더구나 이들은 겉으로는 '교육개혁'을 내세우면서도 교육개혁을 위한 필수적 조처인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해왔다. 또 교육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자립형 사립고' 등이 마치 '교육개혁'인 것처럼 왜곡까지 하고 있다.
교육문제는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부를 만큼 중대하다. 그러나 언론은 교육과 관련해 사실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교육개방 문제를 놓고 평가하기 전에 먼저 보도부터 제대로 하라. 교육개방에 대한 평가는 그 다음 문제다.

 


2003년 3월 31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