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무현 정부 권언관계 정상화 조처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17)
등록 2013.08.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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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길'을 받아들여라!
 
 

 

조·동은 노무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일련의 '권언 관계 정당화' 조처에 대해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며, '권언유착'의 악폐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물타기'하고 있다.
'기자실 개방 및 종합 브리핑 룸 설치', '가판구독 금지', '오보 대응' 등 청와대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대통령의 발언을 '언론 길들이기'로 몰고 가며 여론을 호도한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은 심지어 지난 14일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놓고 이를 엉뚱하게 '신보도지침'으로까지 몰고 가고 있다.


이 장관의 조치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이번 조치를 '신 보도지침'으로 단정하고 관련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말인가>에서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말을 "정보 공급을 정부 뜻에 따라 정부 편의대로 통제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이번 조처를 '언론통제'로 단정했다. 이어 김태익 문화부장은 칼럼 <태평로-이창동 감독 '언론과 전쟁'>에서 "비서관이 장관 승용차의 문을 열어주고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과 청와대가 앞장서는 '언론 길들이기'에 덩달아 총대 메고 나서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조폭적'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창동 장관의 이번 조치를 '덩달아 총대 메고 나서는 조폭적인 것'으로 몰고 갔다. 더구나 김 문화부장은 '건전한 대언론관계 유지를 위하여 (공무원과) 기자와의 회식은 가급적 자제토록 한다'는 것에 대해 "실소와 함께 5공식 보도지침의 악령이 떠오르기까지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아울러 A4면에서는 <이창동 문화의 '신취재지침' 파문 확산; "정권에 유리한 기사만 보도…국민 알권리 침해"><일 정부 "국민 알권리 보호위해 기자실 운영"> 등의 기사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편향적인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같은 사태 인식에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조선일보는 군사정부 시절의 '보도지침'을 모른다는 말인가. 5공 시절 보도지침은 정부 내부에 적용되던 문건이 아니라 언론사에 대해 지면편집을 일일이 지시한 대언론사용 문건이었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보도지침에 순종하던 조선일보가 한 부처의 홍보방침까지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며 '신보도지침' 운운하고 있는 현실 앞에 우리는 아연할 따름이다.
동아일보 역시 이번 사태를 '언론통제'로 단정했다. 17일 사설 <이런 식 '언론과의 긴장관계'라면>에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통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소비자를 무시한 채 공급자 위주로 취재를 규제하는 이 같은 언론정책은 과거 어떤 권위주의적 정권도 하지 않던 일"이라며 이장관을 비판해 이 글을 쓴 필자가 군부독재시절 언론통제 실상의 강도를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이어 A5면에서는 <"노정부 신보도지침 만드나">에서 한나라당의 정부 언론정책에 대한 비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5공 시절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을 통제했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동아일보는 모르는가.
중앙일보는 다른 두 신문처럼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다소 조심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17일 <정부 홍보자료만 제공 우려><전문가 의견; "취재 자유 제한…국민 알권리 침해">에서 이번 조치가 "이른바 '주류 언론' 즉 발행부수가 많고 규모가 큰 종합일간지의 취재 기득권을 없애고 인터넷 신문 등 '대안언론'의 정보 접근을 쉽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언론 재정의 열악화와 기자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사이버 언론의 폐해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조중동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중인 일련의 권언관계 정상화 조처에 대해서도 여론을 호도 하는 보도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 미디어면에서 조선은 <청와대가 구독금지한 가판이란>에서 '가판 구독금지'에 대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유석춘 교수의 입을 빌어 "가판을 보건 안보건 그건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며 "민간영역에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은 있다"며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3일자 <기자의 눈/ 오보와의 전쟁 이전에>에서 "청와대만 보더라도 자유로운 취재를 제약하면서 정보와 전문성이 부족한 브리핑을 반복하는 바람에 언론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대통령이 정보 제공의 수도꼭지를 조인채 '오보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언론의 정당한 취재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취재 위축은 국민의 알권리 불충족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14일자 <횡설수설/誤報>에서는 "노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긴 뒤 처음 방문한 언론사와 첫 기자회견 매체를 보면 그의 정치역정에서 형성된 '피아매체'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노대통령은 이제 '운동권 변호사' 또는 '변방의 정치인'이 아니다"며 "노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을 들어 균형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오보와의 전쟁'이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에서 생긴 '비판적 언론'과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단도리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2일 <노대통령 "오보와의 전쟁"선언>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론을 상대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부에선 이번 선언을 단순히 '오보라고 판단한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수준을 넘어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나 논평을 하는 언론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14일 <노대통령 "보도 잘잘못 보고하라">에서는 "노대통령의 발언과 '청와대 브리핑'의 해석은 노대통령이 강조하는 '언론과의 긴장관계 유지'차원을 넘어 언론과의 마찰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번 조치는 언론과 권력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조중동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우려와 달리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기자실 폐지' '가판구독 금지' 등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기본적인 조처일 뿐이다. 이창동 장관이 발표한 '홍보업무운영 방안'도 문광부 내부 운영지침으로 이에 대해 언론이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공직사회가 그 동안 언론과 맺어왔던 불의한 유착관계를 단절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우리는 언론이 그동안 누려왔던 '권언유착'의 달콤함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과거처럼 갈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언론이 이 조차 쫓아가지 못한다면, 지금은 과거의 영광의 그늘아래서 버틸지 모르지만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3년 3월 1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