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김영일 총장 발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11)
등록 2013.08.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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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선, 중앙은 입을 다무는가
 
 


8일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문건'이 '공식적인 내부문건'이 아니라며 "이 문건이 국정원 직원에 의해 외부에서 작성되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 문건' 사건은 대선 정국 초반을 뒤흔든 대(大)사건이었다. 이 문건을 근거로 한나라당은 "민주당 국민경선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주장을 이끌어냈고 노무현 후보 흠집내기에 십분 활용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이 한나라당 주장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청와대배후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갔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그 문건이 국정원 내부문건이 아니었다"고 말했고 이는 한나라당이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만의 하나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정보기관의 도청' '도청문건작성'이라는 중대 사안을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정치에 악용한 것이라면 결코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 문건폭로 사건으로 신문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조선일보는 김 총장의 발언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이고 동아일보는 2단으로 짧게 다루는데 그쳤다. 지난 10일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대한매일 정도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며 진상 규명을 주장했을 뿐이다. 11일에 김 총장의 발언 관련 기사를 다룬 주요 일간지는 한겨레신문 하나였다.
우리는 주요 일간지들이 왜 국정원 문건폭로와 관련한 김 총장의 고백을 의제화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선거 때마다 '폭로정치 근절'을 소리 높여 주장해온 신문들이 '김 총장의 고백'에 대해서는 이토록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말로만 '폭로정치 청산'을 떠들고 막상 폭로정치의 실상을 드러내는 사안이 터졌을 때 '자사이해관계'에 매몰된듯 침묵하는 언론의 행태에 오히려 독자들이 모멸감을 느낄 지경이다. 언론은 김영일 사무총장의 '국정원 도청문건' 관련 '고백'을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라. 의혹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보도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구태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언론의 역할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보도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겨레신문만이라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해주기를 기대한다.

 


2003년 3월 1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