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회관련 3월 10일자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3.11)
등록 2013.08.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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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수준 못 따라가는 선정적 보도
 
 

 

9일 열린 '대통령과 평검사 토론회' 관련 신문보도는 '선정주의적 보도'로 사태의 본질을 흐렸다.
신문들은 이번 토론회를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립구도로 몰고 가면서 선정적 보도 행태와 '기계적 균형' 맞추기에 머물렀다. 신문들은 양측의 입장을 대립·나열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노대통령 "문제인물 교체후 제도개혁 하겠다"/ 평검사들 "인사위 통해야 수긍할 수 있을 것"> <인사제청권 누가…: 평검사들 "검찰독립 하려면 검찰총장에 넘겨야"/ 노대통령 "수사권 견제위해 법무장관이 가져야">(조선)
<노 "내가 인사권자…법대로"/ 검"밀실 결정이 개혁인사냐"><"지청에 청탁전화 왜 했나"/"이쯤가면 막하자는 거지">(중앙)
<평검사 "밀실인사…검찰 중립보장 의문"/ 노대통령 "문제있는 사람 교체해야 개혁"><평검사 "인사위 활용않는건 법치 망각"/ 노대통령 "내가 인사권자…내 권한이다">(동아)
등 검사들의 돌출적이고 인신 공격적 발언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감정적 반응을 선정적으로 부각시켰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노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논란을 주요하게 다루면서도 선정적인 문구 대신 <'정치중립' 실천방안 논쟁><"첫 인사부터 제도적으로"/"현지도부론 개혁 어려워">라고 표현해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신문들은 김각영 검찰총장의 사퇴보도에서도 정부가 검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김총장의 일방적 의견을 제목으로 인용했으며 선정적 표현을 쓰면서 김총장의 사퇴문제를 '비운' '단명' 등 개인의 불행처럼 묘사했다. 언론은 김청장의 사퇴는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새정부 검찰통제 의사 확인됐다">(조선일보) <"새정부 검찰통제 확인"김각영 검찰총장 사표>(중앙일보) <개혁대상으로 언급되자 "더이상은…"><비운의 김각영>(한국일보) 등 김총장의 퇴임사를 인용, 선정적으로 제목을 달았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검찰 간부들이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다. 장관의 책임은 없나'라고 붙잡았지만,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총장 2년 임기제는 지켜지지 못한 것"이라며 김총장의 사퇴를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책임으로 몰아 본질을 흐렸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검찰 상층 간부들에게 강한 불신을 드러냈는지에 대해 먼저 분석하는 것이 옳다. 신문들은 김각영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들의 '해바라기성' 과거 이력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있는가.


신문들의 선정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직설적인 발언을 했던 평검사들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 검사의 발언이 토론의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토론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인신공격적 발언이었음에도 마치 토론회의 주요 발언처럼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신문의 보도만 보면 마치 이들 평검사들이 '정치권력'에 맞서 싸운 듯한 인상마저 준다.
조선일보는 <토론자 10명 '교황선출방식' 선발><직격탄 쏜 김영종 검사/"청탁전화 한 적 있죠?"…따지듯 질문/ 시민들"저렇게까지 해도 괜찮겠나"> 등의 보도에서 "토론자 선정에는 '자리에 주눅들지 않고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논리와 배짱'이 가장 중요한 기준" "사시 33회로 서울지검, 창원지검을 거쳐 수원지검에 근무중인 김 검사에 대한 검찰의 평은 '편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수사검사'라는 것" 등 토론에 참여한 평검사들을 띄워주는 보도를 했다.
동아일보 역시 <언변-능력 갖춘 10년차급 '논객'>에서 "전국 평검사들이 장시간 머리를 맞댄 끝에 고르고 또 고른 대표선수"라고 보도했다. 특히 김영종 검사에 대해서는 '강골'로 통한다며 그의 '강직함'을 부각했다. 중앙일보도 <"노대통령도 청탁전화"직격탄>에서 김영종 검사를 소개하며 "가장 눈길을 끈"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으며, <검사 의견 조율…성명 발표 주도>에서는 대변인 이옥 검사를 소개하며 그를 "당찬 성격과 논리적인 화술 등을 들어 강금실 법무장관과 닮은 꼴"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토론을 시청한 국민들이 신문들의 보도처럼 검사들이 '소신'있고 '언변·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식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토론의 주제에 맞는 발언을 했는지, 적절한 대안을 제시했는지, 상대의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을 했는지가 토론의 평가기준이라면, 신문들의 검사 띄워주기는 민망한 수준이다.


노대통령과 관련된 보도에서도 노대통령의 중요한 발언보다는 감정적 발언이 주요 기사거리였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검사들과 토론 아슬아슬"/대통령 '약점' 면전서 거론엔 불쾌감><"신선한 시도…감정노출엔 실망">, 동아일보<노"이쯤가면 막가자는 거죠">, 중앙일보<"지청에 청탁전화 왜 했나""이쯤가면 막하자는 거지">, 한국일보<노 "막하자는 거냐" 수차례 불쾌감> 등으로 부각시켰다.
심지어 한국일보는 <노, 판정패?>에서 노당선자가 논리와 근거제시 보다는 '그냥 따라달라'는 이야기를 반복했고, "대통령이 직접 제압하려고 나섰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권위적일 수 있다"며 사실상 '판정패'가 아니냐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도야말로 '노대통령의 판정패'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도 배치되는 자의적 판단에 근거했다.


신문 사설에서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대체로 양비론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비론은 결과적으로는 '노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맺고 있었다.
조선 <'대통령·검사 대화', 이 방식으론 안된다>에서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방법을 젊은 검사들에게 설득시키지도 못했고, 검사들은 검찰의 인사권을 왜 법무장관에서 검찰총장에게 이관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대통령에게 납득시키지도 못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스스스로 정치적 무기로 자신하고 활용해왔던 '노무현 표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동아도 <정-검 시각차는 드러났는데>에서 "미래지향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했던 점은 토론회의 한계"였다며 "토론회를 자청한 노대통령이 먼저 평검사들의 충정을 이해했으면 한다. 국민은 정-검유착을 싫어하지만, 정-검 갈등 또한 불안해한다"며 노대통령의 '이해'를 촉구했다.
중앙은 <검찰인사위 지금 왜 못하나>에서 "개혁을 강조하는 정부라면 첫 인사부터 인사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심의 절차를 거치는 게 정도"라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검찰이 국민적 비난 대상이 된 것은 검찰권이 막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법무부를 비롯한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인사위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앙의 이 같은 주장은 인사위 구성을 원칙적으로 반복한 평검사들의 '우격다짐식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신문의 선정적인 보도태도는 토론회에 대한 본질적인 분석과 평가는 뒷전으로 미루고 현상 나열에만 그치게 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 동안 대부분의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시위에 대해 '조직이기주의'를 앞세워 '마녀사냥'식 보도에 나서왔다. 그런 언론사들이 검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선정주의'와 '기계적 균형'을 앞세워 사실상 조직 이기주의적 행태를 비판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것이 힘있는 집단에게는 약하고, 힘없는 집단에게는 강한 이중적인 보도태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2003년 3월 1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