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첫 번째 청산 대상은 70년 묵은 부역언론이다
등록 2017.01.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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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_02.jpg혁명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었다. 이 땅의 개·돼지 민중은 4.13 총선에서 선거혁명의 기적을 이루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기울어진 언론과 야권의 분열 속에서 언론, 여론조사기관, 정치평론가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들은 누구나 아는 상황논리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점쳤지만, 개·돼지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소야대’의 대변혁을 일구어냈다. 

 

병신년의 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2월 9일 광장의 촛불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능과 불통과 거짓으로 얼룩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사회 구석구석의 적폐 청산을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 누구에 끌려서 일사천리로 걸어온 길이 아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일어난 목불인견의 국정농단을 목도한 수백만의 촛불시민들이 고고지성으로 ‘퇴진’을 외쳐 이룩한 결과다. 

 

사실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만천하에 드러나고도 ‘탄핵’이라는 말은 상당 기간 동안 자제해야 할 금기어였다.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야권 단독으로는 탄핵소추 가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정파성과 보수성도, 유약하기 짝이 없는 야권의 뒷심도 우려스러웠다. 무엇보다 부담스러웠던 것은 수구언론의 간교한 되치기였다. 

 

그러나 촛불 시민은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 부지불식간에 폭력사태라도 터져 촛불이 꺼질까, 정보기관의 은밀한 공작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병신년 마지막 날까지 촛불을 밝힌 민중의 행보는 이제 거침이 없다. 누구의 말대로, 바람이 불면 꺼지는 촛불이지만 언제고 다시 켜면 될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촛불은 스스로 자신감을 확인했다. 바야흐로 촛불은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70여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대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적폐는 겨울 들판에 흩어져 있는 지푸라기처럼 곳곳에 널려있다. 전근대적 사고에 젖어 썩어문드러진 권부, 그를 보위하는 검찰과 경찰, 권부와 유착해 민중의 피를 빨아 먹는 재벌, 국가의 안위보다는 정권 안위에 여념 없는 정보기관, 자주를 상실한 외교와 국방, 대안은 없고 경쟁만 부추기는 부패한 교육, 교언영색의 학자와 지식인, 좌파타령으로 연명하는 극우단체, 기득권의 단물에 빠져 있는 야당, 이 모든 것이 적폐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70여 년 동안 이 부패한 수탈공화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혹세무민의 부역언론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개·돼지의 민중은 제대로 된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한 번도 누려보지 못했다. 

 

그 청산 대상의 적폐들이 반동의 몸짓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헌재에 제출된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청와대 측의 답변서는 그 신호탄이다. 답변서는 “현직 최고지도자를 범죄자로 재판에 넘긴 적은 없었다”며 생짜를 부렸다. 반성은커녕 왕조시대의 낡은 인식으로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답변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상 근무’를 했고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무죄추정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검찰의 공소장은 ‘검사의 의견’일 뿐이며, 국정농단에 대한 언론보도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고 비난했다. 이권개입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청취’고, 인사 개입을 대통령이 묵인한 것은 정치·도의적 책임일 뿐 탄핵사유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뻔뻔함의 극치요 추잡하고 비굴한 권력자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친박과 박근혜 내각 등 권력 잔존 세력의 움직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친박 의원들은 국조특위 청문회 증인들과 위증을 모의했고, 태블릿 PC의 소유주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근혜의 아바타 황교안이 권한대행의 자리를 이용해 ‘안보’를 운위하고, 국정원은 느닷없이 태영호 탈북 공사의 사회활동을 전파하며, 극우 집회현장에서는 ‘북한지령망국촛불’의 팻말이 나도는 등 일련의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마침내 애국진영은 “대통령이 탄핵 당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떼를 쓰는 상황까지 왔다. 

 

이 혼란의 와중에 또 다른 반동의 몸짓이 있다. 죽은 권력 박근혜를 처참하게 짓밟은 수구 하이에나 언론들이 되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과 맞불을 저울질하며 좌우로 편을 갈라 구체제를 이어가려 한다. 이들은 아마도 휴전선 인근이나 연평 앞바다에서 포성이 울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이 땅의 개·돼지들은 중요한 역사의 고비마다 어렵사리 쟁취한 혁명의 과실을 강탈당했다. 빼앗은 자들은 하나같이 민족 반역자와 독재자들이다. 8.15 해방은 이승만에게 헌납했고, 4.19 혁명은 박정희가 갈취했다. 5.18 피의 민주항쟁은 전두환이 유린했고, 6.10 시민혁명은 노태우가 탈취해 갔다. 그리고 그렇게 죽 쒀서 개 준 도로무공(徒勞無功)의 어두운 그늘 뒤에는 늘 혹세무민의 언론이 도사리고 있었다. 

 

촛불이 2016년 병신년의 마지막 집회를 ‘송박영신’이라 칭한 것은 박근혜로 상징되는 70년 구체제를 이번에야말로 깨끗이 날려버리자는 다짐일 터이다. 그래서다. 이 다짐을 성공시키기 위해 2017년 정유년 새해에 첫 번째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은 70년 묵은 부역언론이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