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의 대북 및 언론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2.17)
<논평 1>
조선일보 '국익'에 맞게 처신하라!
조선일보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일은 무엇인가. 14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발언과 관련된 조선일보의 보도는 그 진의가 의심스럽다.
노당선자는 지난 13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언론이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다른 것을 달라야 하고, 다른 것을 조율해 전쟁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미래 동북아 시대는 남북 문제 해결 없이는 안된다. 살자고 하는 것이고, 미래와 희망을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4일 사설과 기사를 통해 노 당선자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조선은 <북핵, 한국만 딴소리 할 때 아니다>에서 노 당선자에 대해 "신중치 못하다"고 단언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핵 문제는 이미 안보리로 넘어갔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차원을 넘었다"며 '한미공조'와 '국제공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나아가 조선은 "'대화로만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방침은 효율적이지도 못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인식은 15일자 사설 <美軍 빠져나가는 DJ·노무현 時代>에서도 이어진다. 조선은 "북핵위기와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 동맹관계, 그리고 위기를 부채질하는 듯한 국내적 리더십의 문제가 겹치면서 안보 불안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 당선자측도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켜온 측면이 적지 않다"며 마치 노 당선자의 발언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원인인 것처럼 주장했다. 또 노 당선자의 "전쟁이 나면 국군에 대한 지휘권도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노 당선자가 한·미 연합사의 전시(戰時) 작전지휘권과 통제권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 말 속에 담긴 노 당선자 특유의 한·미 동맹관(觀)이 특히 염려스럽다"며 색깔론까지 거론했다.
조선일보 주장대로라면 정작 신중하지 못한 것은 조선일보 자신이다. 조선일보의 표현대로 '한미공조에 위해를 끼칠 수도 있는' 노당선자의 비공개 간담회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조선일보야말로 '국익'과 '한미공조'를 빙자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딴죽을 거는 것 아닌가. 이러한 보도 행태가 한반도 평화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조선일보의 '한미공조'에 대한 인식도 의심스럽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한국과 미국이 공조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읽다보면 왜 '한미공조'를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노 당선자가 한국노총에서 한 발언은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다시 밝힌 것이다. 차기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평화적 해결' 원칙을 제시한 것이 어떻게 '한미공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인가. 조선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함께 북한에 전쟁 선포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또 조선일보가 노 당선자의 "전쟁이 나면 국군에 대한 지휘권도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다"는 발언에 대해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난한 것도 '딴죽걸기'일 따름이다. 전시 '작전지휘통제권'은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다. 노 당선자의 발언은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는 한국 정부의 현실을 토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작전지휘권'과 '통제권'으로 분리해 사전적 개념을 들이댄 조선일보의 '저의'는 실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조선일보야말로 '작전지휘통제권'을 갖는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작전지휘통제권은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갖는다. 그리고 한미연합사의 사령관은 미국 측이 맡게되며 한국 측은 부사령관을 맡아 제한된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한반도는 위기 상황이다. 언론도 신중하고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야말로 '국익'에 맞게 처신하라. 최고의 국익이 한반도 평화임을 명심하라.
<논평2>
사사건건 딴죽거는 조선일보
조선일보가 또다시 특정 '발언'에 대해 의도적인 부풀리기와 왜곡을 자행했다.
12일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새정부의 언론관을 현 총리에게 묻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 이날 심의원은 전경련 상무의 '사회주의'발언과 새정부의 방송관계 인사 인선, 언론 편가르기 문제 등을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석수 총리는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총리는 심의원이 "노 정부는 방송을 중시하면서 정권을 지지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차별해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 "일각의 염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당선자 측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13일 1면과 4면에 <"정권지지 언론·그렇지않은 언론 차별대응 우려 있는건 사실">, <"노정부, 방송중시 언론정책 펴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김총리가 심의원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 '일각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을 "언론차별대응 우려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단정적으로 제목을 뽑은 것은 의도적인 '오보'다.
조선일보는 김총리의 발언을 왜곡, 부각해 편집한 의도가 무엇인가. 새 정부에 대한 '꼬투리 잡기'가 아닌가. 조선일보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특정 발언을 부풀리고 왜곡하는 행태를 중단하라. 이는 언론의 기본이다. 조선일보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 하고자 한다면 더욱 거센 국민들의 저항을 접할 것이다.
2003년 2월 1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