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인수위 관련 조중동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3.1.20)
등록 2013.08.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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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의 눈에는"자본의 이해"만 보이나
 

 

 

조중동의 인수위 '때리기'가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다. 조중동은 인수위의 활동과 관련해 연일 전방위적인 '공격성 기사'를 싣고 있으며, '객관보도'를 가장해 재벌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비호하는 보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인수위 활동 때리기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경제분야다. 조중동은 인수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일련의 경제개혁 조치와 관련해 '노조 편향적' '좌파적 정책'이라며 인수위 정책에 색깔론까지 덧씌우며 흠집내기에 앞장서 왔다.
조선일보 16일 <기자수첩-재계 눈치만 살피나>에서 김영수 기자는 "대기업의 대표들이 한결같이 새 정권의 눈치를 살피고 몸을 사린다면 누가 기업들의 애환을 대변해줄 것인가. 뒤에서 비난하기보다 앞에 나서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며 재계에 훈계했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 <외국기업들을 떨게 하는 것>에서도 "세계 각국이 글로벌 경쟁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수위 정책은 오히려 '노동시장 경직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무엇보다 인수위는 정부 부처들조차 난색을 표할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결국 노동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재계의 입장에서 인수위의 정책을 비판했다.
인수위의 경제개혁 조치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신문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 18일 사설 <"해고 부드럽고 자유롭게">는 노골적으로 '기업중심'의 정책입안을 요구했다. 사설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기업인 사이에서 노정부의 노사정책에 대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당선자가 외국 기업인 대표들을 직접 만나 자신의 노사관을 천명하면서 그들의 불안감을 덜어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법과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는 후속 조치'를 강조하며 "한국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호에 대한 규제가 세계에서 손꼽히게 강한편…이런 규제가 근로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되레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면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동아일보도 17일 사설 <'급격한 개혁, 외국기업 발 돌린다'>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계속 터져 나온 재벌정책 발언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국내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기업들까지 몸을 사리기 시작한…재벌개혁 시민운동 전력의 경제학자들이 다수 포진한 것만으로도 국내외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인수위의 정책에 교묘하게 '색깔론'을 덧씌웠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생산성은 오르지 않고 인건비만 상승하면 외국인 기업들에는 한국을 떠나는 선택만이 남게 된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갖은 고생을 다했다. 만에 하나 외국자본이 불안감을 느껴 한국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새 정권의 경제개혁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IMF까지 거론하며 국민들의 경제불안 심리를 부추겼다.
조중동의 일련의 '인수위 경제정책'관련 기사는 인수위 활동에 대한 '딴지걸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조중동은 '재벌기업'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은 시민사회에서 계속 제기해왔던 경제개혁 과제다. 조중동과 재벌들은 공정한 시장경쟁의 '룰'을 만드는 것조차 '기업 죽이기'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조중동의 기사를 보면 마치 일련의 경제개혁조치가 기업의 이해를 억누르면서 노동자들의 이해만을 옹호하는 것처럼 왜곡된다.
우리는 조중동에 묻는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노동탄압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있다. 조중동에게는 이 같이 절박한 노동자들의 상황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한편 조중동은 인수위가 자신들의 왜곡 편파보도에 적극 대응하고 나서자, 이를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인 것처럼 보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6일 <인수위, '문제'보도마다 정면대응/ "어디 무서워서"…살벌한 기자실>에서 "인수위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그동안에도 '어디 무서워서…'라는 말이 '농반 진반'으로 오갔다"며 "100여명의 기자들이 정신 없이 기사를 작성하다 대변인의 고성에 깜짝깜짝 놀란 경우도 두어 차례…대변인이 '문제있다'고 판정한 언론보도에 대해 전화로 기자를 '야단치는' 목소리가 대변인실 바깥까지 들리는 건 다반사이고, 한 기자가 대변인 관련 '미확인 소문'을 전화로 묻자 대변인이 직접 기자실까지 뛰어와 '기사는 장난이 아니야'라고 화를 낸 일도 있었다"고 인수위의 분위기가 '고압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조선의 문제는 다른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 말미에 조선은 "대변인은 언론에 자신들의 입장이 좀더 정확하게 보도되기를 원하는 일종의 '공생관계'"라며 현 인수위가 기존의 '정언유착' 관행을 파기한 것에 대한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도 17일 <"입맛 안맞는 언론에 재갈 물리나">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의 인수위 비판을 크게 보도했으며, 사설 <조순형 의원의 합리적 '쓴소리'>에서도 "인수위측이 언론보도의 본질은 외면한 채 '흠집내기'라며 발끈하고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토론공화국'은커녕 보다 기본적인 언론자유를 손상하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도 조순형 의원이 인수위를 비판하자 호재를 만난 듯 사설까지 쓰며 '인수위 공격용'으로 활용했다. 같은 날 사설 <"인수위 분수 지켜라">에서 중앙은 "(조의원의 발언이) 인수위를 둘러싼 월권·파행 시비로 인해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많은 이들이 헷갈리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마치 '정부 위의 정부'내지 '점령군'처럼 오만을 부리는 일부의 고압적 태도나 우세스러운 행태도 곧 가시리라 믿고 싶다"고 인수위를 비판했다.


우리는 조중동의 전방위적 인수위 공격이 사실상의 '정권 길들이기'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은 인수위의 개혁정책을 제대로 보도하라.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왜곡보도로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언론개혁 요구가 이 같은 조중동의 개혁 딴지걸기를 극복할 것임을 명심하라.

 


2003년 1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