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프리덤 하우스』서스만 위원 내한 관련 왜곡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2.11.4)
등록 2013.08.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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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해직된 젊은 기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내한한 프리덤하우스 서스만 위원(82)의 30일 강연과 관련, 일부 언론의 파렴치한 진실왜곡에 본회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조선은 강연 다음날인 31일 2면 박스 기사 <"언론개혁, 정부주도는 잘못 … 법으로 보복도 부당">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지극히 당연한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매도하고 시민단체의 언론개혁 요구를 홍위병론으로 매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한국 언론개혁을 위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서스만 위원의 본 취지는 외면한 채 자신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언론탄압론'에 유리한 특정 부분만을 인용 보도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아일보에서 드러났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사주의 입김에 휘둘려' 사실까지 날조하는 족벌언론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8면 머리기사에서 <"일민은 언론자유 수호투쟁 동료">라는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당시 그는 정기적으로 정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기사는 시종일관 70년대 동아일보 사주 김상만이 언론자유수호를 위해 노력한 양심적 언론인 인양 묘사하고 있다. 본회는 이 기사를 접하고 이렇게 심한 적반하장도 있을 수 있는가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전승훈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70년대 언론자유수호투쟁을 180도 왜곡한 채 단지 사주에 대한 낯뜨거운 찬양만을 담고 있다.


본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스만 위원과 동아일보는 '각별한' 관계에 있다고 한다. 문제는 그 관계에 기반하여 프리덤 하우스와 서스만 위원이 한국언론상황에 대해 현저히 왜곡된 정보를 접했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 점이다. 바로 동아일보도 기사에서 밝혔다시피 서스만 위원은 70년대 초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서 김상만을 만났고 그로부터 한국의 언론상황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언론탄압의 당사자인 김상만이 74년 프리덤 하우스가 수여한 '자유언론상'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왜곡된 정보전달이 빚어낸 한편의 코미디였다. 더욱이 전 김상만 사장이 서스만 위원에게 '국제단체로부터의 받은 언론상 때문에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던 자신이 구속될 위기를 면했다'는 식의 날조된 사실을 전했다는 점에 코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동아일보와 김상만 전 사장은 '국제 사기꾼'인가.
동아일보는 분명히 답하라. 75년 당시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은 양심있는 기자들인가 아니면 이들을 거리로 내몬 사주 김상만인가. 당시 젊은 기자들은 상처받고 분개했다.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성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언론탄압의 장본인인 사주 김상만을 언론자유투쟁의 당사자로 묘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이런 거짓정보를 해외단체에까지 전할 수 있는가. 동아일보의 파렴치함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지금 동아일보지면은 75년 동아투위 대량 해직사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동아일보의 기사는 사기극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해외언론단체까지 '아전인수' 격으로 이용하여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된 사실을 전제로 사주찬양에 급급한 동아일보의 보도행태에는 유감을 넘어 치욕감마저 느낀다.
본회는 프리덤 하우스가 적어도 언론계의 무디스사라고 불릴 정도면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은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난 해 프리덤 하우스가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 등 우리 언론현실과는 동떨어진 논평을 냈을 때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국제 사기극의 결과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호도된 사실을 접한 프리덤 하우스와 서스만 위원이 차라리 측은하기까지 하다.
본회는 프리덤 하우스에 당부한다. 프리덤 하우스는 갈등의 상황에 대해 한쪽 정보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당사자 모두에게 정보를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 현지 실정을 이해하고 논평을 내야 한다. 언론 자유도를 조사하려면 정확히 사실을 알고 해야 되지 않겠는가.
본회는 언론재단에도 심히 유감스럽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공익자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도 거짓정보를 버젓이 남발하는 족벌언론의 행태에 한국언론재단이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거짓정보를 차단하기보다는 이를 특정 언론의 '입장'으로서만 단순 치부하지는 않았는가. 이번 서스만 위원의 방한을 추진한 한국언론재단 측이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어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진실을 현저히 왜곡하는 족벌언론의 태도에 항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회는 동아일보에 강력히 경고한다. 양심있는 기자들을 대량 해직하고도 자신들이 언론자유수호투쟁을 벌인 양 사실을 날조한 동아일보는 동아투위 해직기자들에게 즉각 사죄하라. 거짓정보를 남발하고 국제사기극을 벌여 온 국민을 망신시킨 동아일보는 국민 앞에 백배 사죄하라.

 


2002년 11월 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