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병풍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2.8.22)
등록 2013.08.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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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보도 안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 면제가 또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96년 병풍비리 수사 당시 조사관이었던 김대업씨가 정연씨의 병역 면제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3사는 다각도의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보다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민주당', '한나라당-김대업' 사이의 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특히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병적 기록부 조작여부와 김도술 테이프와 관련,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보다는 진위에 대한 논란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8월 5일부터 18일까지 보도된 병역비리 관련 보도건수를 보면 각각 KBS 뉴스9 31건, MBC뉴스데스크 25건, SBS 8시뉴스 25건을 방송했다. 이 가운데 이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공방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BS 10건(32.25%), MBC 7건(28.0%), SBS 8건(32.0%)으로 방송3사는 두 당의 정치공방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치권의 공방보도는 결국 사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보다는 정치불신과 무관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인 김도술씨가 계속 말바꾸기를 하고 있고, 병적기록부는 조작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시비를 가리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력보다는 '기계적인 균형'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KBS의 경우 꼭지 제목에서부터 <사활건 정치공작>(8.6), <있었다 없었다>(8.7), <의혹공방 불꽃>(8.11), <진실조작 공방>(8.12), <'음해''진상규명'>(8.13) <진짜냐 가짜냐>(8.14) 등 각계의 입장을 대립적으로 나열해서 그들의 입장을 따라가는데 급급했다.
다만 <"조건부 귀국용의">(8.13)와 <진술 오락가락>(8.16)에서 미국에 있는 강선규 특파원이 이번 사건의 주요한 증인인 김도술씨를 찾아 그의 증언을 확보하고 상반되는 의견을 정리해서 보도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SBS 8시뉴스 역시 사건을 단순 나열하는 보도가 많았다. 특히 SBS는 다른 두 방송사가 김대업씨의 검찰소환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8월 5일 이례적으로 한나라당의 부장검사 고소사실을 첫 보도로 다룬 반면 김대업씨의 검찰소환은 11번째 꼭지로 다뤘다. 이는 SBS가 비리당사자로 지목 받고 있는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방송3사의 보도에 대해 '병풍'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에 정국의 중심이슈로 키워 부풀리기식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방송3사 모두 김대업씨가 검찰에 소환되었을 때와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한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중반에 배치되고 있어 '중심이슈로 키웠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또 한나라당은 MBC뉴스데스크와 관련해서 '편파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MBC의 전반적인 보도는 다른 두 방송사와 큰 차이가 없으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공방 보도 비중이 높았다. 심지어 <녹음상태가 관건>(8.14)에서는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멈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발 빼는 듯한 보도태도마저 보여 한나라당의 정치적 압박으로 MBC의 보도태도가 옴츠려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 후보 아들이 병역비리 의혹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 수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힘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각종 특혜를 받아왔다는 데 있다는 게 본회의 판단이다. 따라서 철저한 수사와 진실규명으로 특권층의 병역비리는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방송3사는 다각도의 취재를 통해 과연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박히는데 주력하라. 이해당사자의 공방에 더 이상 뉴스 시간을 할애하지 말라. 한나라당도 진실을 밝히려는 방송사의 노력에 정파적 이해관계로 밤 나라 배 나라 하지 말라.

 


2002년 8월 2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