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타이거풀스사에 언론사 지분참여]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 (2002.5.27)
타이거풀스 연루 언론사는 답하라!
타이거풀스는 정·경·관·언 유착이다.
타이거풀스의 대주주로 10개의 언론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일부 해당언론사들이 지면과 방송을 통해 타이거풀스를 '홍보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악시킨다. 본회는타이거풀스의 전방위적 로비가 정치권과 관리들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언론사들에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부패고리'가 지면과 방송내용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5월 21일 KBS 뉴스9에 따르면 스포츠토토사(전 타이거풀스)에 10만주 이상 보유한 대주주 19개 법인 가운데 10개 언론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지분분포를 보면 디지털 조선과 스포츠조선 각각 1%, SBS, 경향, 스포츠서울, 한국, 넥스트미디어 그룹, YTN 이 각각 1%, 문화일보와 중앙일보 자회사인 조인스 닷컴 각각 0.5%로 총 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 체육복표 사업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았다. 8개의 중앙일간지와 3개의 공중파 방송이 있으나 체육복표 사업에 대한 언론의 제대로 된 분석은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타이거풀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경우에는 자사의 매체를 이용해 체육복표 '스포츠토토'를 간접적으로 홍보·지원해 온 것으로 보여진다.
언론사 자사 매체 통해 체육복표 사업 간접 지원
SBS는 2001년 6월 6일자 '오늘의 스포츠' <'스포츠 토토' 성공예감>이라는 보도에서 스포츠토토 홍보를 위한 이벤트 행사를 취재하며 "실제 복표완 다르지만 전체 관중의 절반이 참여할 정도로 스포츠토토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는 홍보성 보도를 했다. 또 인터넷 자회사인 SBSi의 스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1월부터 스포츠 토토를 홍보해왔으며, 자사 시트콤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는 2002년 1월 9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드라마 상에서 출연자들이 스포츠토토 게임을 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토토 게임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지속적으로 했으며, 25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스포츠 토토'라는 상표가 화면상에 노출되기까지 했다.
다른 언론사들은 기사를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스포츠 토토'가 수익성이 높으며 공익적인 특성까지 갖춘 복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포츠 서울은 <토토골 10회차 대박 터졌다> <토토골, 2만2577배의 초대형 대박> <농구토토 5회차 1억대박 터졌네> <'축구토토스페셜' 2회차 102.22배 고배당 나와> 등 수익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스포츠토토가 예상외로 부진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자 <예상 밖 부진 스포츠토토 '이것이 문제!'>에서는 "공익성을 보장하고 경마 경륜 등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공단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양측은 이제 '우선 스포츠토토를 살리고 보자'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경향신문은 전문가 좌담회를 비롯해 체육복표 사업을 띄워주는 내용의 보도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좌담-"스포츠토토가 월드컵 붐 일군다"복표 시범발매>(2001.9.18)에서는 새롭게 도입되는 체육복표가 축구 진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굿모닝/ '토토'산파 타이거풀스 이주혁 사장>(2001.7.27)에서는 이주혁 사장에 대해 "마치 신세계를 찾아나서는 심정으로 한국스포츠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가는 사람"이라고 격찬했으며 "'축구의 건전한 레저스포츠화'를 꿈꾸는 토토가 있어 또다시 한국축구 희망가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체육복표가 한국축구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주로 단신기사가 많았는데 대부분 <32명 1064배 배당…><농구토토 배당기록 또 경신><농구토토 1만3102배 초고액 배당><농구토토-골 2064배 '대박'><농구토토 첫 1등 당첨자 1억2895만원 '대박 배당'><'토토' 102배 대박> 등 스포츠토토의 수익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스포츠조선의 경우도 <타이거풀스 설문조사-93% "앞으로도 계속 사겠다"> <스포츠토토 2회차 판매액 1억2900만원> <스포츠토토 전국 발매 "터저라 대박"> 등 수익성을 강조하는 단신 기사가 많았다. <'축구부흥 돼지꿈' 복표에 걸고>(2000.12.31)에서는 "축구 경기를 즐기면서 축구에 대한 전문지식을 넓힐 수 있어 프로축구의 인기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천문학적인 수익금 중 일부를 축구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변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체육복표의 역사, 게임방법, 파급효과 등을 긍정적으로 자세하게 보도했다.
예외적으로 중앙일보는 타이거풀스에 참여한 다른 언론사에 비해서 보도가 많지는 않았다. 다만 경제관련 기사에서 <복권사업 참여중 기업 관심 가져볼 만>(2001.9.18)에서 "복권시장 규모가 내년에 1조원으로 늘어…복권사업을 추진 중인 업체나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가진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대한투신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타이거풀스를 비롯한 복권사업 업체의 주식전망이 밝다는 보도를 했다. 또 <복표발매…축구 붐 이룬다>(2001.8.29)에서는 "본격 발매를 앞두고 벌써 프로축구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고, 내년 월드컵 붐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이라며 체육복표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체육복표 사업, 심지어 간접홍보까지
반면 어떻게 보면 '국가적 도박사업'일 수 있는 체육복표 사업을 우려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체육복표 사업 이후 도입이 추진된 온라인 복권인 '로토' 문제가 불거지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그나마도 일부 언론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중앙일보<복권 공화국인가>(2001.10.7), 동아일보<'복권 공화국' 만들 셈인가>(2001.12.28), 국민일보<사행심 부추겨 돈벌려는 정부>(2001.12.27) 등이 사설을 통해 비교적 강도 높게 정부의 무분별한 복권 사업 추진을 비판했다. 세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도 여러 차례 로토복권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부처간의 싸움과 정부의 복권사업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체육복표 사업에 대한 비판은 찾기 힘들었다. 다른 언론사들 역시 단편적인 문제지적에 그치는 정도였다.
언론사들은 타이거풀스의 로비사건과 관련해 김홍걸씨를 비롯해 로비와 관련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타이거풀스가 불법적인 로비를 행했던 시기에 언론은 이에 대한 분석기사 조차 싣지 않았고 문제점도 거의 지적하지 않았다.오히려 타이거풀스 지분에까지 참여하며 기사를 통해 체육복표사업을 '홍보'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윤태식 게이트와 분당 파크 뷰 분양 사건 등 국기를 뒤흔드는 비리사건 마다 언론사와 언론인들의 명단이 오르내리는 등 언론사와 언론인 부패·비리문제는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이제는 언론계 전반의 윤리회복을 위한 범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우선 언론사들은 타이거풀스 로비 사건과 관련해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특히 타이거풀스 지분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언론사들은 '지면과 방송을 통해 타이거풀스를 홍보했다'는 지적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국민들 앞에 사과하라. 본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와 언론인의 윤리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사회 모든 분야가 언론인 윤리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체제마련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2002년 5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