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언론의 질문이 필요하다
박석운(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3.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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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한국 시찰단 현장 사진.jpeg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시찰단이 5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도쿄전력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 5박 6일 간 시찰(Eye Visiting)을 끝내고 귀국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에 정당화 명분만 제공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안전하게 처리해 해양에 방류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국제 전문가들은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 냉각수를 배출하는 것은 ‘방류’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로 원자로가 파괴되어 누출된 방사성 오염수를 배출하는 것은 방류가 아니라 ‘해양투기’로 표현해야 맞다고 설명한다).

 

올해 6~7월로 예상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태평양 투기에 이용될 해저터널 공사가 83%  완공되는 등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전문가 등 독립적인 여러 전문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의 안전성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빈손으로 돌아온 한국 시찰단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안전성 검증에 실효성이 없는 ‘일종의 관광시찰’ 방식 대신, 안전성 여부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협의하여 추천하는 독립적 전문가들에 의한 ‘직접조사’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독립적 조사단이 요구하는 제반 자료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숨김없이 모두 제공하여야 한다는 조건에서 직접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안전성 직접조사를 거부했고 한국 정부는 안전성 직접조사를 포기했다.

 

한편 한일 정부는 곧 발표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마치 안전성이 확인되었다는 듯 선전하고 해양투기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AEA는 국제적으로 원자력 기술 증진을 위해 만든 조직일 뿐이고, 객관적으로 방사성 오염수 등 방사성 오염물질에 의한 해양 생태계 훼손이나 인체 위해 상황을 평가하기에는 적절한 기관이 아니다.

 

또한 일본과 IAEA 간에 맺은 협정의 범위는 오염수 방류 설비 적정성이나 절차를 살펴보는 내용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내용인 초국경적 환경피해나 해양 생태계 훼손 문제, 그리고 해양투기 이외 ‘일본 국토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의 대안 모색’ 등에 대해서는 협정 범위를 넘어서는 일로 치부하고 IAEA는 일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IAEA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안전성이 검증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과 진실에 배치되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유엔해양법협약 위반

 

현재 상태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투기 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등 세계 167개국이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192조와 194조에 위반된다. 유엔해양법협약에는 국가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 국가적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국가들이 국경을 초월하는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사전 예방조치로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EIA)’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국제해양법협약에서 요구하는 포괄적 환경영향평가(EIA)를 하지 않고, 평가내용과 평가범위가 이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한 ‘방사선 영향평가(RIA)’로 때우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은 IAEA 일반안전지침8(GSG-8)이 요구하는 “정당화 요건”과 “최적화 요건”에도 위반된다. 정당화 요건은 “그 행동(오염수 해양투기)을 도입하거나 그 행동을 지속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방사선 위해를 포함하여) 초래되는 해악보다 큰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당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은 “태평양에 있는 일본 이웃 국가들에는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대신 피해 비용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얼마나 크고 작건 간에, 피해가 항상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정당화 요건에 위반됨이 분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최적화 요건이란, 설사 정당화되더라도 그 정당화된 행동들이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피해를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투기 계획보다 훨씬 피해가 적은 대안으로 전문가 패널들이 제안한 콘크리트 옵션(시멘트로 콘크리트 고형화 처리)이나 방사성 오염수를 ‘10만㎥ 정도 크기 대형 원유저장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러 개의 ‘대형 저장탱크’에 보관하는 방식 등 임시저장 대안을 채택하여 상당한 시간을 확보한 다음 차후 정당화 요건이나 최적화 요건을 만족시키는 처리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계획을 채택하는 대신, 당면한 해양투기 계획으로만 치달음으로써 결국 ‘ALARA’ 지침이나 최적화 요건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언론인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방사성 오염수가 일단 태평양에 투기되고 나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고, 태평양의 해양 생태계도 치명적으로 훼손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상 “인류와 해양생물에 대한 저강도 핵테러”를 감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매우 위험한 망동(妄動)으로, 인류를 상대로 감행하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태평양의 해양 생태계와 연안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일단 저지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우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으로 제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정부만이 할 수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물론 다른 나라 정부의 제소까지 추진된다면 의미 있는 국제적 공동대응 활동이 될 수 있다.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일본의 어민들이나 탈핵을 바라는 주민들과 한국 어민들이나 동·남·서해안 연안 주민들 및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태평양 연안국가인 캐나다, 미국 등 북미와 중남미 국가, 그리고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연안 국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 여러 도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투쟁하는 국제 캠페인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적극적 보도 태도, 탐사보도가 문제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언론이 정부 등의 관급자료를 받아쓰기 하는 대신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 한국 정부나 IAEA에 당당하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왜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은 유엔해양법협약에서 요구하는 포괄적 환경영향평가(EIA)를 하지 않고, 대신 평가내용이나 평가범위가 이 요구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한 ‘방사선 영향평가(RIA)’로 추진하고 있는지?

 

둘째,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 그리고 IAEA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이 IAEA 일반안전지침8(GSG-8)이 요구하는 “정당화 요건”과 “최적화 요건”에 합치된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셋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한 초국경적 환경피해나 해양생태계의 훼손 문제, 해양투기 이외 ‘일본 국토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의 대안 모색’ 등의 주제가 IAEA와 일본이 맺은 협정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지? 만일 포함되어 있다면, 그런 주제에 대한 조사결과는 어떠한지?

 

넷째, 전문가 패널들이 해양투기의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는 방안, 예를 들면 콘크리트 옵션(시멘트로 콘크리트 고형화 처리)이나 방사성 오염수를 ‘10만㎥ 정도 크기 대형 원유저장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러 개의 ‘대형 저장탱크’에 보관하는 방식 등 임시저장 대안 등을 검토하였는지? 검토하였다면 그 검토 결과는 어떠한지?

 

다섯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한 어패류 피폭과 인간의 어패류 섭취 등으로 인한 인간의 내부 피폭 문제의 위해성은 어떻게 점검되고 평가되고 있는지?

 

여섯째, 오염수를 방출할 때 슬러지가 있는 탱크 속의 미립자가 휘저어질 수 있고, 그때 안전성이 점검되지 않은 미립자가 오염수와 함께 방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테스트했는지? 테스트하였다면, 그 결과는?

 

일곱째,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밑에 구멍이 뚫린 것이 도쿄전력에 의해 확인되었는데, 그 구멍 아래 어느 정도 깊이로 또 어떤 양상으로 핵연료 잔해와 지하수가 교류되고 있는지 구체적 상황은 어떠한지? 또 핵연료 잔해와 지하수와의 교류를 통해 오염된 지하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지?

 

이상 대표적인 질문만 나열해 본 것이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다양한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언론인들의 적극적 취재와 분투를 기대한다.

 

* 이 글은 지난 5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국제토론회에 참석하여 학습한 내용으로 작성했습니다. 참고로 당시 국제토론회 자료집과 동영상은 아래 보도자료 혹은 유튜브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제토론회 영상 https://www.youtube.com/live/dz3AXvI9tTg?feature=share         

☞ 국제토론회 보도자료 https://docs.google.com/document/d/1EDg-HobpGVsR9AXZaqYZ0sjFIKTAOn8hwT_QKSooAh4/edit?usp=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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