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언론의 ‘기득권 타파’ 주장, 어떻게 봐야 하나
정연구(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
등록 2023.01.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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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공정 뉴스 캡쳐.png

△ 2023년 1월 1일 방영된 YTN 연중캠페인 '공정한 사회 희망찬 내일' [당신에게 '공정'이란?]의 한 장면이다.  ⓒ YTN

 

“당신에게 공정이란”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 강조하고 다양한 매체에서 제목으로 받아 쓴 탓에 ‘기득권 타파 없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 머리 한쪽을 맴돌고 있다. 그러던 참에 우연히 보게 된 YTN 연중기획 캠페인 “공정한 사회, 희망찬 내일”의 하나로 최근 방영 중인 영상 속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신에게 ‘공정’이란?”(2023년 1월 1일) 제목의 영상 속 인터뷰에는 유치원생부터 직장인과 주부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제시된 ‘당신에게 공정이 필요할 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딸기를 나누어 먹는 것’(유치원생), ‘본인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대학생), ‘차별하지 않는 것’(교사), ‘기회가 있을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주부), ‘열심히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취업준비생),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직장인)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라는 말과 관련해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내용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내용도 연관 있지만 ‘의견 존중’이 공정한 행동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딸기를 나누어 먹게 하고 차별을 하지 않고 힘내서 다시 도전할 기분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침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정한 나라 건설을 강조해왔다.

 

기득권 해체하려면 ‘공정 사회’ 필수

 

사실,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공정이 절대로 필요하다.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득권이 깨질 수 없고 기득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기득권 타파라는 이야기가 기득권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기득권은 사회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므로 기득권이 없는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가 타파가 아니라 개혁, 변화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파를 하든 개혁이나 변화를 하든 공정이 없으면 윤 대통령이 꿈꾸는 좋은 나라를 만들긴 불가능하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두루 만족하고 함께 잘 살 방법을 찾고자 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단서는 절대 마련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압도적인 빈도를 보인 ‘자유’라는 말도 이들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모든 경제 주체가 자본주의 핵심 기반인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공정한 거래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 독점적인 시장 지배자의 전횡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노사 및 노노 관계에서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공정성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동등한 주권을 가진 주체로서의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제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세력이나 새 정부의 기득권도 살펴야

 

생각을 여기까지 확장시켜 보면, 취임사에서 암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성장의 견인”이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의 탄압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의 인권 없는 경제성장은 기득권 유지나 강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한 동아일보의 사설은 중요한 내용을 잘 짚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매체가 신년사의 내용을 두고 노동개혁과 관련한 기득권 타파를 윤 대통령의 ‘반노동’ 강경 대응으로 보고 우려를 표시하는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정부나 정치권의 기득권 역시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사설/尹 “기득권 매몰된 나라에 미래 없다”…여야-노사 구분 없어야>(1월 2일)에서는 “다만 기득권 비판이 국민 공감을 얻으려면 공적 분야의 기득권 타파가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받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혜택을 누리는 공무원 연금제도 역시 국민 눈에는 기득권으로 비친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집권 세력이나 새 정부 스스로 민간의 자율성을 옥죄는 기득권에 연연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염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린다면 나와 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꼭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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