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_
[기자회견문] 동아일보사와 행정법원의 시대착오(2014.4.28)
등록 2014.04.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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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과거사위원회 결정 뒤집은 서울행정법원 판결 규탄]

 

동아일보사와 행정법원의 시대착오

 

 

 

 

지난 4월 11일 서울행정법원은 동아일보사가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거사 진실 규명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해 “동아일보사 언론인 해직사건과 정권의 요구 사이에 관련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그 당시 이루어진 박준규 정책의장의 발언이나 언론에 간섭과 통제가 심했던 시대 상황 등을 근거로 막연히 동아일보사 언론인 해직사건이 정권의 요구대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부분 진실 규명 결정을 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동아일보사는 1975년 3월 10일부터 강제 해직당한 뒤 지금까지 그 회사로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보상이나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동아투위는 이 판결이 나온 뒤 바로 총회를 열고 다음과 같이 결의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 구성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엄연한 정부기구인데 행정법원이 그 기구의 결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유신독재시대에 저질러진 언론탄압과 언론인 대량 해직에 면죄부를 주는 처사이므로 행정법원에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동아일보사의 후안무치한 소송이 부당함을 널리 알리기로 한다.”

 

동아투위가 지난 39년 동안 겪어온 온갖 고난과 해직의 부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 언론단체들이 오늘 동아투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행정법원의 판결이 왜 합리성을 결여한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를 온 국민에게 알리려고 한다. 둘째, 동아일보사가 한국 언론사상 최대의 ‘학살극’인 1975년 3월의 대량해직에 관해 참회하는 자세로 보상과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내려고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어리석은 행태임을 대중에게 일깨우려고 한다. 동아일보사가 박정희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서 1975년 3월 17일 한밤중에  폭력배들을 동원해 자유언론 실천의 주역들을 거리로 내몬 사건은 지금도 언론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살아 있다.

 

동아투위 위원들은 2006년 4월 진실화해위에 해직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진실화해위는 2년이 넘는 오랜 기간 정밀한 조사를 계속한 끝에 2008년 11월 4일 아래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가는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에서 동아일보사 및 언론인들을 탄압하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인들을 강제로 해임시키도록 한 행위에 대해 동아일보사 및 해임된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언론자유 수호 노력에 대해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통해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아일보사는 비록 정부의 편집권에 대한 간섭과 물리적인 압력, 그리고 광고탄압을 통한 경영상의 압력 등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의 처지에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고, 또 정부 압력을 기화로 언론인들을 대량 해임시킨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후 민주화의 진전으로 언론자유가 신장되었고 권력의 간섭이 사라진 후에도 이들에 대한 아무런 구제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법률적 의무 여부를 떠나 피해자인 해직된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등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

 

동아투위는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근거로 2009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민사합의 26부는 2011년 1월 14일 “동아투위 위원들은 진실화해위의 결정대로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었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동아투위 위원들이 즉각 항소하자 서울고등법원 제15 민사부는 2012년 3월 23일 “국가의 불법 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국가는 그 손해를 위자할 의무가 있으나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국가는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동아투위 위원들은 바로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무슨 까닭인지 2년이 넘도록 재판기일 통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소멸시효’에 관한 법적 판단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문제이지만, 1심과 2심 판결에서 명확히 드러난 것은 박정희 정권 시기에 국가기관인 중앙정보부가 동아일보사에 압력을 가하자 경영진이 거기 굴복해서 대량 강제해직을 자행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사는 2013년 8월 13일, 법원의 판결을 외면한 채 서울행정법원에 진실화해위의 결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안전행정부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받은 때부터 2주 이내인 5월 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안전행정부는 4월 28일 오전 현재까지 상급심에 항소하지 않았다. 종전의 관행을 보면 국가기관들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거의 어김없이 항소했다. 만일 이번 소송의 경우 안전행정부가 항소하지 않는다면 “동아일보사가 동아투위 위원들에게 보상과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는 1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금 이 시기를 유신독재 시절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소산임이 분명하다. 이런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노무현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과거사 위원회들’의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이 잇달아 나올 것이다. 그야말로 역사의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동아일보 사장 김재호 씨에게 묻는다. 당신이 집요한 노력을 쏟아 서울행정법원에서 받아낸 1심 판결이 동아일보에 소중한 성과라고 여긴다면 왜 그 신문 한 구석에 조그맣게 보도했는가? 당신은 할아버지 김상만 씨가 사장으로서 대량해직을 자행하고 세상을 떠난 뒤 그 자리를 물려받은 아버지 김병관 씨가 동아투위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사실을 그대로 ‘세습’하려고 하는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그리고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죄업’의 사슬을 언제까지 움켜쥐고 있으려는가? “동아일보가 해직언론인들에게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본 진보적 변호사들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박 정권의 광고탄압, 그리고 유신독재를 규탄하는 민중의 함성이 우렁차던 격려광고 지면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우리 언론단체들은 양심적인 시민들과 굳게 뭉쳐 동아일보사를 단죄하고 해직언론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운동에 앞장설 것이다.  

 

 2014년 4월 28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