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건희 구하기·윤비어천가로 전락한 KBS ‘파우치 대담’, 낯뜨겁다
등록 2024.02.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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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맛대로 짜고 치는 대본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KBS 특별대담은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를 자처했다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낯뜨거운 ‘김건희 구하기’와 ‘윤비어천가’ 일색이었다. 사전녹화, 질문 없는 대담 등 방식부터 논란을 일으킨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국정운영 방향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윤석열 대통령 발언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2월 7일 공개된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정치공작’을 당한 피해자로 규정한 여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구구절절한 변명만 내놨다.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운 건 특별대담을 주관한 KBS의 균형 잃은 태도였다. 대담 진행자로 나선 박장범 앵커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질문 대신 대통령 심기 경호와 과잉 의전에 애쓰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박 앵커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파우치, 외국 회사 그 조그마한 백”으로 언급하며, 명품가방 불법 수수의 심각성을 ‘파우치 논란’으로 축소했다. 이어 대통령 부인에게 어떻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었냐며 문제 핵심을 ‘청탁금지법 위반’에서 의전과 경호’로 둔갑시켰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부부싸움을 했냐며 끝까지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행태를 보였다.

 

이번 대담은 정권에 이용당한다는 KBS 내부 반발이 큰 탓에 외주 PD에게 제작을 맡겨 군사작전하듯 은밀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대담 공개 후 국민들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하고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언론민주화를 염원하는 국민과 KBS 구성원들이 수십 년간 피땀 어린 노력으로 어렵게 일군 KBS 공공성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낙하산 박민 사장의 책임이 매우 크다.

 

KBS는 박민 사장 입성 후 보도·시사 프로그램 신뢰도 추락, 편향 인사, 제작 자율성 침해, 일방적 진행자 교체, 임명동의제 무력화 등으로 인해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이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정권 나팔수 노릇을 하던 ‘땡윤뉴스’까지 부활했다. 윤석열 정권과 박민 사장은 기어코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인가. 과거 굴욕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 우리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다. KBS의 주인은 박민 사장도 윤석열 대통령도 아닌 국민이다.

 

2024년 2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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