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태원 참사’ 보도, 언론은 재난보도준칙 준수하라
등록 2022.10.31 16:05
조회 657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청년들이 압사당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를 속보로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참혹한 사고 당시 사진과 영상이 여과 없이 등장했다. 또한 언론의 과열된 속보경쟁 속에 재난보도준칙과 취재윤리 강령을 위반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속보경쟁에 밀린 재난보도준칙과 취재윤리 강령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10월 29일 밤부터 지상파 3사·종편·보도전문채널은 특보를 편성해 실시간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고, 온라인에도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을 담은 언론 보도엔 충격적인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대형 참사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보도가 요구되지만, 이번에도 ‘신속’만 있을 뿐 ‘신중’은 없었다. SNS,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시민들이 올린 현장 소식이 무분별하게 전해졌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2조 취재 준칙은 “재난이나 사고를 취재할 때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피해자의 치료를 방해해서는 안 되며 재난 및 사고의 피해자, 희생자 및 그 가족에게 적절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자와 가족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했다. 언론은 참사 현장에서 친구를 구조하다가 끝내 잃은 피해자를 취재한 인터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인터뷰를 특종이라도 한 것처럼 반복해 부각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언론보도로 확산

재난이나 대형 참사에서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정확한 보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당일부터 언론 보도엔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언급되는가 하면 무책임한 오보도 나왔다. YTN은 사고 당일 저녁, 목격자의 증언이라며 ‘유명인의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는 보도를 반복해 내보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MBC 역시 시민과의 전화 연결에서 확인되지 않은 약물 관련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 혼란을 부추겼다.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세월호 탑승객 전원 구조’ 등 전대미문의 오보를 포함해 부정확한 보도와 불성실한 취재로 국민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언론계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윤리위원회 공동으로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재난보도준칙 제3조는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취재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미디어 플랫폼, 사회적 책임 다하라

유튜브를 중심으로 SNS와 인터넷커뮤니티 등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고 관련 사진 및 영상의 유포도 규제돼야 한다. 피해자들의 모습과 신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은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훼손하는 비윤리적 행위일 뿐 아니라 2차 피해를 양산할 우려도 크다. 미디어플랫폼 사업자들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다. 시민들 역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사진이나 글을 자제하고, 애도의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할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비윤리적 취재행태와 자극적인 재난보도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 앞에 클릭 장사를 노린 선정적 보도는 다시 반복되고 있다. ‘시청하기에 불편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언론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이 보기에 불편한 내용은 보도되지 않아야 한다.

 

‘이태원 참사’가 보도 참사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언론인 스스로 만들고, 국민 앞에 선포한 재난보도준칙을 엄중히 준수하라. 정확한 보도, 인명구조와 수습 우선, 피해 최소화, 비윤리적 취재 금지, 무리한 보도경쟁 자제, 취재원에 대한 검증, 유언비어 방지, 선정적 보도 지양, 감정적 표현 자제, 피해자 보호, 신상공개 주의, 과거자료 사용 자제 등의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라. 언론의 성찰과 절제를 촉구한다.

 

2022년 10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21031_027.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