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성평등센터, 성평등 문화확산의 주춧돌 돼라
등록 2018.07.19 16:49
조회 430

KBS가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 방송사 최초로 성평등센터 설치를 위한 직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KBS 성평등센터는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사안 조사‧처리 및 성평등 조직문화 구현‧성평등 관련 규정 제정 등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영방송인 KBS가 선도적으로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과 성평등 제도 개선을 위해 사장 직속 상설 조직을 신설한 것이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간 시민사회는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성평등 가치 실현을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새로운 KBS를 건설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열의에 따라 선출된 양승동 KBS 사장은 이러한 뜻을 받아 지난 4월 9일 취임식에서 “미투 운동으로 대변되는 성평등 문제는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이고 파면을 포함해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관련 문제 해결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의지 표명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성평등센터 설립 결정은 KBS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증명한다.


KBS의 이러한 노력이 진정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센터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조직은 이를 기반으로 성폭력 및 성평등 사안 해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실제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는 상황에서 방송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원회의 방송제작 현장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223명의 방송제작 현장 노동자 중 89.7%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진술했으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7%가 성폭력 가해자로 ‘방송사 소속 임·직원’을 꼽았다. 이에 앞서 KBS 자사 기자들은 연속 기획 보도를 통해 KBS 내부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이 만연하게 벌어짐에도 바로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KBS 사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미투가 나오기까지 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KBS가 은폐를 시도하고, 나아가 복수의 KBS 직원이 2차 가해에 동참했다는 증언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KBS 내부 감사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사장과 내부 구성원의 강한 의지로 설립된 KBS의 성평등센터가 스스로 선언한 대로 방송 산업 내 성평등 조직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여 KBS 소수 이사들이 관련 안건 상정 당시부터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성평등센터 설립을 가로막아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환 이사를 비롯한 소수 이사들은 “성평등센터는 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 이후 성폭력 가해자 징계를 단행한 타 방송사들과 달리 KBS 감사실은 성폭력 감사 중단 논란을 일으켰을 뿐이다. 이를 감안하면 소수 이사들의 주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KBS 감사실의 권한을 지켜주기 위해 계속 성폭력 피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KBS 이사 연임에 도전한 조우석 이사는 논의 중 “성평등이라는 말에는 동성애·수간·소아성애까지 포함된다. 그럼 성평등센터는 수간이나 소아성애 등 이 모두를 보호하는 거냐”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석 이사는 이미 4·19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하 발언과 극단적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내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성평등에 기초한 사회정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식적 요구를 받아 변화에 일조하기는커녕, 변화를 가로막는 인물이 공영방송 이사직에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된다. 조우석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 없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끝>
 

2018년 7월 1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commemt_20180719_3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