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반올림 모욕 기사’ 배상 판결, 적극 환영한다
등록 2018.07.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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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게재한 언론사의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는 주로 삼성전자가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을 권고한 조정권고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자체 해결 방안을 발표한 2015년 8월 4일부터 쏟아낸 것으로, ‘삼성은 노력하고 있으나, 반올림이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단체 이익만을 위해 공익법인의 설립을 고집해 오히려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삼성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허위사실을 앞세워 반올림을 깎아내린 기사다.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사실관계를 호도하거나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모멸적인 표현을 사용해 모함하는 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 언론 보도 양상에 작지만 분명한 경종을 울린 것이다. 무엇보다 반올림이 노숙농성에 들어가게 된 배경 등 사안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민언련은 반올림 관련 언론보도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내용이었기에 반올림의 승소가 이어지는지 기록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반올림이 승소한 언론보도 내용과 재판결과 요약

반올림이 지금까지 소를 제기한 언론사는 디지털데일리(2017/7/13), 뉴데일리(2017/11/2), 한국경제신문, 문화일보, 아시아경제(2018/7/2) 다섯 곳이다. 이 중 아시아경제를 제외한 4개 매체는 1000만 원(디지털데일리, 뉴데일리), 500만 원(한국경제) 200만 원(문화일보)의 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았다. 

 

 

반올림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법인 설립했다고 폄하한 한국경제, 5백만 원 배상판결
한국경제는 <삼성 1000억 출연에도… 반올림 ‘공익법인’ 설립 고집>(2015/8/4) 등의 기사를 통해 ‘삼성은 조정위원회의 안을 대부분 수용’했지만 ‘반올림은 공익법인 설립 문제를 이유로 계속 반발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하여 내놓았다. 이에 법원은 “삼성전자가 조정권고안의 대부분을 수용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원고(반올림)가 공익법인의 설립만이 유일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주장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이를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한국경제는 <시민단체가 피해자 보상보다 공익법인에 더 집착하는 이유>(2015/9/14)에서 “(반올림 등)시민단체들이 공익법인 설립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조정권고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출연금 100억 원 중 300억 원을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 보상금을 지급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공익법인이 수행하는 다른 사업을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반올림 등이 공익법인 설립을 강조한 것은 ‘독립성이 담보된 공익 목적의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야 이 사안이 사회적 의제로 부각될 수 있으리라 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경제는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문제 해결 요구를 ‘삼성 돈이 탐나서 억지 부리는 것’으로 폄하한 것이다. 법원은 독자가 “반올림이 피해자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공익법인의 설립을 주장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해당 기사가 “반올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근거 제시하지 못하고 반올림 비판한 문화일보에 2백만 원 배상판결 
문화일보 <사과 요구 →조정위 거부→ 권고안 수정 요구…‘반대 쳇바퀴’ 8년 ‘반올림의 협상’>(2015/10/12)도 반올림 내부에 보상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것을 ‘반올림 탓’으로 치부했다. 법원은 이 보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문맥상 원고(반올림)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들의 일부가 원고(반올림)로부터 축출되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도 “어떠한 취재 결과 위와 같은 기사를 작성하였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이 ‘피해자들의 보상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사면서도, 정작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는 것이다. 

 

 

반올림 폄훼 백화점 같은 뉴데일리, 1천만 원 배상 판결
뉴데일리는 <협상최대 걸림돌은 반올림>(2015/8/10), <반도체 직업병 가족, 시민단체 ‘조정위 물러나야’>(2015/11/17) 등에서 “(반올림) 활동가들이 이 문제를 빌미로 기업에게 돈을 요구, 자신들의 단체 운영 자금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정권고안을 통해 “반올림이 공익법인의 구성이나 운영에 관여할 수 있거나 그 운영비에 반올림의 활동비가 포함되어 있음을 명시 또는 암시하는 내용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뉴데일리는 <반올림, 노숙투쟁 ‘빈축’…‘매일밤 술 판매 쓰레기’>(2015/12/3), <반올림 생떼에 놀란 외국인…“너네 나라 괜찮니?”>(2016/3/2)에서 반올림이 “욕설을 퍼부으며 농성을 하였다” “술판을 벌이면서 담배꽁초 및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렸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뉴데일리는 정작 재판 과정에서는 “이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 뉴데일리는 <반올림 '욕설-노숙' 집회에 멍드는 동심>(2015/10/20)에는 반올림 집회 장면과 무관한 사진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법원은 이를 모두 허위사실 게재를 통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했다.  


뉴데일리는 <반올림 민낯 드러나…반도체 직업병 연관없다 재확인>(2015/11/26) 등에서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 140명이 암 진단을 받고 50명이 사망했다는 반올림의 거짓주장”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반올림의 주장과 반대되는 조사 결과가 최근 몇 년 동안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므로 원고(반올림)가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년, 2012년 조사결과와 2009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결과는 반도체공장의 발암물질과 백혈병의 발병이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뉴데일리)가 일부 내용만 발췌하여 최종 결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기사 역시 허위사실을 적시해 반올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그 외에도 뉴데일리 <삼성에 몽니, 반올림 과거 행적보니 전문 시위꾼>(2016/1/18), <명분잃은 반올림…IS 끌어들이기 등 막장 집회 변질>(2016/4/12), <대리인 세우고 바다로 놀러간 ‘반올림’ 논란>(2016/7/12) 등은 “집회가 벼슬인 마냥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억지주장을 일삼는 반올림의 민낯” “시위와 싸움을 훈장으로 여기는 전문 시위꾼들이 반올림을 장악” “놀 거 다 놀면서 벌이는 집회” 등의 표현을 사용해 반올림을 모욕했다. 법원은 위 기사들이 “표현의 형식 및 내용이 지나치게 경멸적이고 모욕적이어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 인정했다. 

 

 

 “거짓 정의의 가면을 벗으라”고 반올림 꾸짖은 디지털데일리, 1천만원 배상 판결
디지털데일리는 ‘반올림이 오로지 스스로의 이익 또는 존속을 위해 무리한 주장으로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모욕적 표현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개제했다. 문제가 된 디지털데일리 보도는 <취재수첩/반올림, 좀 더 솔직해지시라>(2015/8/12), <발등에 불 떨어진 반올림…허위사실로 삼성전자 공격>(2015/11/10), <선전 선동에 빠진 반올림…본질 호도로 존재감 높이려 안간힘(2015/11/30), <취재수첩/두 얼굴의 반올림>(2015/12/18), <취재수첩/무저갱에 빠진 반올림>(2016/3/8) 등이다. 이들 보도는 반올림에 대해 “단체 존립을 위해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 “상식 밖의 행동” “선전선동에만 신경이 팔려 있다” “거짓 정의의 가면을 벗으라” “두 얼굴의 단체” 등의 평가를 내놨다.


법원은 “언론기관으로서 가질 수 있는 비판적 시각에서 이 사건 각 기사를 작성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취지나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게 경멸적인 것”이라며 이를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사실관계를 짚어본 결과 “반도체 공장 직업병 관련 논란이 조속하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원고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디지털데일리가 “이와 같은 경위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반올림에 있는 것처럼 약 7개월 동안 11회에 걸쳐 지나치게 경멸적인 표현으로 원고를 비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아시아경제의 <삼성반도체 사태 일단락, 그 후/반올림, ‘삼성 보상내역’ 공개 요구>(2016/5/9) 보도는 “다소 과장이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허위사실 적시를 인정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반올림이 소를 제기한 매체와 보도는 지극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반올림에 대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을 쏟아낸 것은 위의 언론사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기자수첩/삼성전자 백혈병 산재 직원들 위해 “1000억 원 내놓으라”는 민간 조정위>(2015/7/25)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향해서 “마치 ‘호구’를 만난 듯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한다”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밖에도 그간 언론은 반올림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을 이간질하고 깎아내리고, 때로는 사안 자체를 외면하는 방식으로 삼성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해 왔다. 삼성에게 불리한 소식은 늘 은폐 또는 축소 보도했고, 삼성에 유리한 판결은 명료하게 보도했다. 2016년 8월 29일과 30일에 걸쳐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였던 이경희·송유경 씨의 폐암 사망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최종 인정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가 걸린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여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에게는 불리한 이 소식을 주요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해 8월 30일, 대법원이 백혈병으로 숨지거나 투병 중인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곧바로 다음날 상당수 종합일간지 지면에 소개됐다. 


이런 상황에 법원이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령을 극단적으로 외면한 일부 매체 보도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 판결 이후 정확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언론 보도가 늘어나길 바란다. 언론임을 자처하면서도 근거 없이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자를 모욕하는 기사를 쏟아낸 뒤, 법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운운하며 변명을 늘어놓는 한심하고 우스운 작태를 반복하지 말라. 나아가 법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데일리, 뉴데일리의 항소심에서 기존 판례보다 후퇴한 판결을 내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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