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방송법을 ‘어깃장’의 수단으로 악용 말라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방송법을 어깃장의 도구로 악용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내내 방송장악의 주범이자 공범으로 기능했던 한 뿌리의 두 정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개헌 정국을 훼방 놓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정쟁의 불씨로 활용하고 나섰다.
지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4월 국회를 파행시키는 빌미로 내세우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적폐 세력이 정권을 잡고 공영방송을 수족처럼 휘두르던 시절,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마련한 최저선의 안이었다.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안이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보도·제작 현장에서 배제되고 해직당한 수많은 언론인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에서 받을 수 있는 안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했던가. 단 한 차례 형식적인 공청회를 개최했을 뿐, 법안심사를 위한 회의를 거부하며 논의를 방해했다. 심지어 해당 안대로 방송법을 개정할 경우 노조와 야당의 방송장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1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어떤 합리적 논의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그랬던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되더니 그 법안으로 개정하자며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고 있다.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이나 최소한의 성찰도 없다. 그들에게 있어 방송법이란 어깃장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방송장악에 협조하지 않은 언론인들을 재갈 물리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적폐 사장 체제의 마지막 하수인이었던 김장겸(MBC)·고대영(KBS)을 지키려 나섰을 때도 방송법 개정을 방송 정상화의 흐름을 끊기 위한 도구로 들고 나왔다. 이렇듯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철학은커녕, 장악의 대상으로만 방송을 이용하려 드는 자유한국당과 한통속이 되어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는 바른미래당은 지금이라도 요구한 촛불 민심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적폐와의 연대는 엄중한 국민적 심판을 자초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공영방송이 더 이상 부정한 권력의 선전도구가 되지 않도록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방송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바로 촛불 시민들의 명령이다. 지난 정권에서 고육지책으로 만든 방송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우기는 두 당의 행태는 방송법 개정의 진정한 의미를 외면하고 훼손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지금 국회엔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으며, 제출을 앞두고 있는 법안들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시청자인 국민의 손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고,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치권의 이해가 아닌 시청자와 공영방송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성의 3분의 1을 시청자와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비정파적 인물로 채우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제안한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미래발전위원회 또한 최근 공영방송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중립지대 이사로 구성하는 안을 내놨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금의 염치라도 있다면 방송장악에 골몰했던 지난 9년을 먼저 반성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해야 한다. 공영방송은 온전히 국민의 것이며, 정치권은 공영방송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구조 아래 공적 책임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 책무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끝>
4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