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적폐 사장에 면죄부 부여한 YTN 이사회 ‘주문’은 무효다YTN 이사회가 결자해지의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40일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YTN의 언론인들은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 최남수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적폐 정권 탄핵 이후 가장 먼저 방송 정상화의 수순을 밟아가던 YTN에 부실 인사 검증과 불투명한 절차로 최남수라는 인사 폭탄을 던져 YTN 파업 사태를 재발시킨 당사자인 YTN 이사회는 또 다시 YTN 문제 해결은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최 씨에게 1년의 시간을 벌어주고, 노조에겐 최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고 대화를 진행해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는 최남수 사장을 해임하라는 YTN 안팎의 요구를 무시한 결정이다. 무책임하고 또 무책임한 행태다.
이런 결론은 YTN 이사회가 회의 전날 밤 불시에 회의 장소를 옮길 때부터 예측됐다. 언론·시민단체는 이사회 개회 직전 회의가 예정된 장소에서 YTN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YTN 이사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듣기보다는 군사작전 하듯 장소를 변경하는 행보를 선택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수렴했던 공영방송과 너무 다른 풍경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요구를 당당하게 청취하지 못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최 씨를 비호하는 YTN이사회 스스로 떳떳하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없다.
최남수 사장의 부적격성에 대한 지적은 더 이상 동어반복하지 않겠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중재로 맺은 보도국 정상화를 위한 합의를 취임 직후 내팽개친 것은 절대로 좌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특정 인물이 YTN의 보도국장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거나, 단순히 신의를 지키지 않는 문제도 아니다. 최남수 씨가 적폐 인사 중심으로 YTN을 경영하겠다는 것인 동시에 YTN 정상화를 제대로 추진할 인물들은 배제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최 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와 보도를 하는 대신, 삼성에 제보를 넘겼다는 의혹에 휩싸인 인물을 비호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떠받치는 독립성을 지키는 대신 ‘브로커 언론’으로의 길을 선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보도 채널을 어떤 시민이 믿고 시청할 수 있겠는가.
YTN 이사회가 부적격의 최남수 사장을 선임하고 YTN의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는 결정을 내린 배경엔 탄핵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한, 곧 임기를 마치는 이사들이 있다. YTN의 언론인들을 또 다시 장기 파업의 길로 내몰아 수준 이하 보도를 24시간 내보내며 국민의 시청권을 훼손하는 현실을 방기한 그들은 정상화를 요구하는 YTN의 언론인들에게 최 씨를 사장으로 인정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러나 이 ‘주문’은 도저히 수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사회가 한 ‘주문’은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고 저널리즘의 가치를 다시 바로 세우려는 YTN 언론인들에게 있어 도저히 양보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주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하고 빠른 선거보도를 제공해야 할 준공영방송 YTN을 고장난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사회의 ‘주문’은 YTN 정상화를 포기하라는 요구이며, 이는 YTN 언론인들만이 아닌 방송 정상화를 응원한 촛불 시민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의 기대는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들이 선임된다는 사실에 있다. YTN 이사회는 새롭게 선임된 이사들과 함께 YTN 정상화를 위한 진짜 해법을 내놔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YTN의 적폐청산과 공정방송 확립에 소신이 있는 이사들을 선임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YTN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방송 정상화는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정상화를 요구하는 YTN 언론인들의 파업이 42일째를 넘기고 있는 지금,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정상화의 주무부처로서 응당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끝>
3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