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에 대한 논평(2016.9.28)
백종문 MBC 본부장의 무도한 거짓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여야 합의로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백 본부장은 2014년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국장과 기자를 만나 MBC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자백한 장본인이다. 이 만남은 MBC가 2014년 초,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노조에 패한 뒤, <폴리뷰>의 청탁과 2심을 위한 언론공작이 맞아 떨어져 이루어진 ‘부당거래’의 자리다. 백 본부장은 여기서 ‘편성 개입’, ‘채용 시 지역차별’, ‘부정청탁’ 등의 행위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떠벌였다.
그러나 국감 당일인 지난 26일, 백 본부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환노위 위원장에게 A4용지 6장 분량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사유서는 강변과 궤변, 그리고 거짓말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사유서에서 가당찮게도 “언론기능의 핵심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국가 및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중추적 내용으로 한다”면서 자신의 국회 출석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에 부합한 ‘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백 본부장이 ‘언론자유’를 언급한 것은 도척이 공자를 꾸짖는 격이다. 아무리 뒤집힌 세상이라도 백종문과 ‘언론자유’라는 말이 어울릴 수는 없는 일이다.
녹취록에 담겨 있는 그의 수치스런 발언만 봐도 그가 ‘언론자유’를 운운할 자격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BBK사건, 광우병 보도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다 통제를(하고 있다)”, “라디오는 다 빨갛다”, “피디는 프로그램 다 배제시켰다” 등의 발언을 통해 노골적인 제작 편성 개입을 스스로 실토했다. 이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를 위반한 범법 행위이다.
최근 MBC 보도만 봐도 그렇다. 4‧13 총선 당시 편파보도를 일삼던 MBC의 박근혜 정권에 대한 ‘묻지마 충성’은 극에 달해 있다. 지난 8월 16일에는 정보출처의 불법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이석수 감찰관 감찰 누설 의혹’을 단독 보도함으로써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위를 덮는데 공을 세웠다. 9월 25일, 경찰의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이 죽음에 이른 초유의 ‘국가폭력’ 사태에는, 이틀간 뉴스 후반부에 단신 1건만 내보내며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이런 극도의 ‘반언론 행위’를 드러냈던 MBC의 고위 간부가 공영방송과 언론자유를 입에 담는 것은 저질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백 본부장은 사유서에서 환노위가 신문요지로 삼고 있는 사안들이 “재판 중이거나 검찰수사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중인 사안들”이라서 국회 진술이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궤변이다. MBC 해고사태와 인사권 남용에 대한 국회의 신문과정은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26일 지적한대로, 소송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백번을 양보해 소송과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합의한 사안은 매우 큰 국민적 관심사이며 공영방송의 임원이라면 당연히 출석해 국민 앞에 밝혀야 마땅한 일이다.
백 본부장은 또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도 관련 사안을 4차례나 심의했다며 불출석을 정당화했다. 이는 거짓말이다. 지난 1월 녹취록이 공개된 후, 방문진의 여당추천 이사들은 ‘공식적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다만, 백 본부장의 방문진 업무보고가 있을 때 관련 사안에 질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당추천 이사들은 이마저도 철저하게 방해했고, 지난 4월에는 그조차도 부담스러웠는지 고영주 이사장이 나서서 “녹취록 진상규명 관련 안건은 이제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아예 진상규명 자체를 막았다.
‘증거 없는 해고’ 발언에 대한 변명도 이어진다. 백 본부장은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발언한 것은 ‘법률 비전문가의 개인적 견해’였을 뿐이라고 변명했고 최승호 피디 징계에 “자신은 제척되어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가증스러울 지경이다. 백 본부장은 2012년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으로서 박성제 기자 징계에는 직접 참여했고, 최승호 피디 징계에는 제척되어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인사위 위원으로서 논의과정과 인사위 분위기를 모두 공유했다. 그가 “책임 없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녹취록에서도 “증거가 없는데 알고 해고시켰다”고 했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라고 말한 대목은 그가 이미 ‘법률적 예측’ 속에서 두 사람을 해고했음을 알 수 있다.
편성개입에 대해서도 그는 “임원으로서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에 대해 평가적 견해를 내놓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방송 전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대해 간섭을 하는 녹취록 대목만 보아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직원 채용 시 지역을 차별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해명도 거짓이다. 녹취록에서 그는 지역차별이 있었음을 스스로 실토했고 그것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도 암시했다. 녹취록에 의하면 그는 “경력사원 뽑으면서 인사검증 한답시고 (출신)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노조로 간다”고 했다. ‘노조 말살’을 위해 채용 시 출신 지역까지 보았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는 이처럼 시종일관 변명과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다. 백 본부장이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향해 이토록 뻔뻔하게 거짓을 늘어놓으며 국회를 무시할 수 있는 데는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권력 때문이다. ‘백종문 녹취록 사건’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방해했던 방문진, 방문진 위의 박근혜 정권, 박근혜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MBC, 이들의 상부상조는 추악한 권언유착의 모습일 뿐 '언론자유'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 더러운 ‘권언유착’의 당사자인 백 본부장이 감히 ‘언론 자유’를 운운하며 국회를 무시한 처사는 국민을 모욕한 것이며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직원을 증거 없이 불법으로 해고하고도 일언반구 반성 없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백종문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