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논평]KBS 이인호 이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에 대한 논평(2015.9.2)
등록 2015.09.02 11:02
조회 673

 

 

KBS 이인호 이사장, 공금 유용 의혹을 명확히 밝혀라 

 

 

편향된 역사인식으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해 온 KBS 이인호 이사장이 이번엔 공금 유용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이하 KBS 본부)는 1일 발행한 노보에서 지난 7월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출장이 ‘공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7월 23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전쟁유업재단의 초청을 받아 한국전쟁과 역사학 관련 강연을 비롯해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을 위한 컨벤션에 참석했다. 애초 이 외유는 조대현 KBS 사장이 한국전쟁유업재단으로부터 미국 방문 초청을 받았으나, 이인호 이사장에게 기회를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 관계자는 “당초 조대현 사장에게 초청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영어 강의 일정 등이 포함돼 있어 내부에서 방미 당사자가 이인호 이사장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라며 “이인호 이사장의 해외 대사 경험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에도 조대현 사장이 양보를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연임을 위해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인호 이사장을 ‘효도관광’ 보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사회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KBS 본부는 한종우 한국전쟁유업재단 이사장이 “조대현 사장을 초청한 적이 없다”, “조대현 사장을 잘 모르고 영어를 얼마나 하는지도 몰라서 초청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한종우 이사장은 “이인호 이사장과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할 때도 잘 알고 있었다”, “행사 목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이인호 이사장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이 행사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역사학자 자격으로 기조연설과 강연을 했으며, 행사 내용도 KBS 이사장 직책과는 연관이 없었다고 한다.

 

 만약 KBS 본부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인호 이사장의 방미는 친분이 있는 후배 교수의 초청을 받은 개인 일정을 ‘공무’로 둔갑시켜 KBS의 공금을 사용했다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이인호 이사장의 미국 출장에는 이사회 사무국의 수행 직원이 동행했으며, 비즈니스 항공기석 이용에 497만 원, 3차례 회의비 150만 원, 5일 식비로 100만 원, 1일 100달러씩 책정된 일비로 58만 원, 총 1,170만 원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 연간 8천만 원에 달하는 활동비를 받는 KBS 이사장이 공무가 아닌 개인적 일정을 위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재원을 유용한 것이라면 이는 부도덕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통상적으로 해외초청강연 등의 경우에는 초청자 측에서 항공료와 체재비를 부담하는 것이 관례인 점에 비춰보면, KBS가 주최하거나 KBS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사가 아니라 사적 단체인 한국전쟁유업재단이 주최한 행사임이 분명한데도 이인호 이사장의 방미 행사에 KBS 공금을 사용한 것은 더욱 심각하게 부당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미 당시 7월 27일 KBS 아침뉴스인 <뉴스광장 2부>에서는 ‘미국 교사들 ‘6·25전쟁 제대로 알리기’ 결실’(14번째 보도)에서 이인호 이사장 화면을 4초 가량 내보냈고, 같은날 <뉴스9>에는 ‘미 참전용사 후손들, 디지털 교과서로 ‘6·25 역사’ 알린다’(24번째 보도)에서 이인호 이사장이 강의하는 장면만 집중적으로 부각해 보도했다. 이사장의 외유를 공적인 업무처럼 보이기 위해 KBS가 보도까지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 KBS <뉴스9> 7월 27일 보도 화면 갈무리

 

 게다가 KBS는 8월 1일 토요일 저녁 7시 <다큐 공감> 시간에 이인호 이사장의 ‘출장’ 행사를 주요 주제로 다룬 <특집 다큐> ‘정전62년 특집, 6·25전쟁 끝나지 않은 역사’를 방송했는데 여기에서도 약 2분가량 이인호 이사장이 등장했다. KBS 본부는 “<특집 다큐>는 통상적으로 협찬을 통해 제작되는 프로그램임에도 협력제작국은 별도 프로그램 기획안을 편제회의에 상정해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했다”고 문제 삼은 바 있다. 특히 KBS 본부는 “(협찬이 없어 제작비 부족으로 중단되어야 했을) 프로그램을 살려낸 편성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과 이인호 이사장의 프로그램 편성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면서, 편성 책임자의 법적 책임과 이인호 이사장의 방송법 위반 의혹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2시, 차기 이사장을 선출하는 KBS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이인호 씨의 연임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만의 하나 이번 공금 유용 의혹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인호 씨의 연임이 확정된다면 그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로 수신료를 지불하는 시청자에 대한 모독이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KBS이사회는 이번 의혹이 명백히 밝혀지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뒤에 이사장 선출 건을 논의해도 늦지 않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KBS이사회 임흥순 사무국장은 “KBS의 고위급 인사를 보내 달라는 초청이 유업재단 측으로부터 왔었고, 이에 이 이사장이 가게 된 것”이라며 KBS 본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적 단체인 한국전쟁유업재단이 자기들 행사를 위해 ‘항공료와 체재비도 KBS 부담으로 KBS 고위급 인사를 보내 달라’고 했다고, 이에 그대로 응하면서 이사장에 비서까지 딸려서 보내는 매우 이상한 일처리 경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이사장 출장 지원과 방송 편성은 조대현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이인호 이사장에게 굴종한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이인호 이사장과 KBS는 이번 의혹을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분명하게 해명하고 만약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책임지고 직을 놓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끝>

 

 

2015년 9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