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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이문동 골목상가 방문 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2009.6.26)
등록 2013.09.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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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SBS, ‘대통령 미담 방송’ 인가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떡볶이, 어묵, 뻥튀기 등을 사먹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서민 배려’를 과시했다.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친 서민 행보’는 지난 22일 제시한 ‘중도강화론’과 같은 맥락에 있다. 즉, ‘부자정권·극우정권의 이미지’를 털고 등 돌린 민심을 달래보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정책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말뿐인 ‘서민 배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면서 겉으로만 내세우는 ‘중도강화’에 민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화를 더 돋우는 것은 언론의 행태다.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KBS와 SBS까지 ‘MB 서민행보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행태다. ‘어묵 먹는 대통령’, ‘떡볶이 먹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면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25일 KBS와 SBS는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낯 뜨겁게 부각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KBS <“서민에 우선 배려”>(이재원 기자)는 “서민 배려를 국정 최우선 순위로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은 직접 현장에 나가 어려움을 경청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됐다.
이어진 보도에서 대통령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묵을 먹는 모습, 뻥튀기를 사는 모습,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부들과 탁구를 치는 모습, 어린이집 방문 모습 등 이 대통령의 동정이 시시콜콜 화면을 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에서 시장 상인들에 대한 정책적이고 실질적인 배려가 있었는지에 여부는 따져보지 않았다. 그저 상인들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대책을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대형 마트와 골목 상점이 함께 사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을 뿐이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민생현장 챙긴다>(김우식 기자)라는 보도에서 SBS는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대형마트’ 대책을 호소하자 이 대통령이 “영세 상인들이 권역별로 협력해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면 물건을 더욱 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는 데 그쳤다.
덧붙여 이 대통령이 시장 방문에 앞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두고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MBC는 KBS, SBS와 달랐다. MBC는 이 대통령의 상가 방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국정운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켜볼 ‘중도실용’>(박재훈 기자)은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 모습과 함께 “‘親서민 정책’은 바로 우리사회 갈등을 해소하려는 이른바 ‘중도실용주의’의 핵심”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없는 한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을 전했다. 또 “친 서민 정책 역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구체안 등 근원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시적 처방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면 돌파용 카드가 아닌, 실제 진정한 소통을 위한 결단임을 달라진 행동과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25일 청와대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중도강화론’에 대해 “부자 정부가 아닌데도 부자들을 위한 정부로 왜곡돼 있으니 그것을 바로 잡자는 것”이라며 “서민정책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것이 취임 전부터 이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자 ‘MB노믹스’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수 이미지가 너무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야당과 재야가 그렇게 낙인찍기를 하지 않았나”라는 말도 했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부자정부’, ‘극우정부’로 인식하는 이유가 ‘왜곡된 이미지’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 사람들의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이명박 정권이 ‘부자정부’로 각인된 것은 실제 부자들과 재벌을 위한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또 ‘극우정부’로 각인된 것은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고 비판 여론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책과 국정운영 기조는 바꾸지 않은 채 말로만 ‘서민 배려’, ‘중도 강화’를 내세우면서, 대통령이 시장 한 바퀴 돌고 어묵 사먹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런 이벤트로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서민 대통령’ 또는 ‘서민을 챙기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겠는가?
 
KBS와 SBS는 정권의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비판하기는커녕 ‘협조’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결코 ‘TV쇼’로 해결되지 않는다. KBS와 SBS는 정권 홍보에 노골적으로 앞장서는 스스로의 행태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비판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대통령 보도를 하지 말라. 그것이 국민은 물론 이명박 정권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끝>
 
 
 
2009년 6월 2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