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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관련 논평(2009.4.22)
등록 2013.09.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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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 졸속처리 안 된다

 
 
정부가 제출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전격 상정되었고 이어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되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20일 개정안을 제출하여 앞으로 병합 심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스통신진흥법은 연합뉴스를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정부와 뉴스정보구독계약을 통해 구독료 지원을 받고 있다. 그 규모는 2007년의 경우 324억원, 2008년에 341억원에 이른다. 또한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위상에 맞는 공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2004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약 317억원을 국고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렇게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대한 지원관련 내용과 연합뉴스의 경영감독을 수행하는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를 규율하고 있는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6년 한시법으로 되어 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필요성은 널리 공감하고 있어 뉴스통신진흥법의 의미는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통신진흥법을 개정하려면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월 5일 문체부에 입법 예고된 개정안을 30일에 국무회의를 통과시켰고, 급기야 4월 17일 문방위에 상정시켰다. ‘졸속처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의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내용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개정안 핵심은 연합뉴스의 국가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뉴스통신진흥법의 시한을 삭제하여 일반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당연히 공익적 역할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지난 6년간 연합뉴스가 공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없이 일반법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과 관련해서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린 바가 없으며,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가 공유된 바도 없다.
지원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으면서 한시적 지원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하여 영구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미 사회적 평가가 있었다거나 8월 29일이 되면 뉴스통신진흥법이 시한 만료되니 이제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또한 2005년, 뉴스통신진흥법 제10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는 이 법이 6년 한시법이므로 다른 뉴스통신사에 대한 기본권 제한 효과가 경미하다는 이유 등으로 합헌 결정으로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일반법으로 전환되면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둘째, 연합뉴스가 지난 6년간 공익적 역할을 다했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먼저 뉴스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따져 보자. 뉴스통신은 기본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민족의 동질성 확보에 이바지 할 수 있어야 한다(법 제45조). 이는 국가기관통신사뿐 아니라 모든 뉴스통신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연합뉴스는 다양한 미디어에 뉴스를 제공하는 원천 뉴스제공자로서 중대한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사회적 책무가 남다르다. 그런데 최근 연합뉴스가 제공하는 뉴스정보의 객관성, 공정성 등에 대해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편파보도와 왜곡보도도 여러 건 지적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 관련 ‘조석모개’식 보도, 박경철 의사 발언 왜곡보도, 이준구 교수 발언왜곡, 박희태 대표 골프 축소 의혹, 대통령 지지율 과장보도, 대통령과 문체부 장관 관련 사진 삭제, 기타 친정부 편향 보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족뉴스(대북뉴스)관련해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법적 장치가 개정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뉴스의 공정성 문제 외에도 연합뉴스가 신문미디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뉴스판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국가적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가 뉴스포털과 무료신문에 무차별적으로 뉴스를 판매하면서도 지역신문 등 취약미디어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어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연합뉴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뉴스판매행위가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미디어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에 대한 규정도 개정안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넷째, 개정안은 연합뉴스와 정부의 뉴스정보구독계약에 관련해서 문체부가 지금과 같이 구독료 요율 결정을 담당하는 차원을 넘어서 모든 정부기관의 일괄계약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정부기관과 연합뉴스의 구독계약 업무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점에선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언론정책과 정부홍보의 주관기관인 문체부가 연합뉴스와 일률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간섭의 여지가 커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대안으로 각 정부부처 담당자를 포함하는 ‘뉴스정보구독계약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일괄 계약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개정안에 신설한 연합뉴스 경영실적 평가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도 심각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제출한 (중장기) 경영목표와 경영실적보고서를 바탕으로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사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연합뉴스가 뉴스통신진흥회에 예산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정부안 제21조 제4항)은 뉴스통신진흥회가 ‘연합뉴스사의 예산 및 결산의 승인’ 업무를 하도록 한 것을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무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연합뉴스의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목표, 운영계획, 예산, 결산, 경영실적 승인 및 평가 등 촘촘해진 뉴스통신진흥회의 경영감독 장치들이 연합뉴스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제출될 예정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개정안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구성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이사 추천권자 명료화, 연합뉴스의 독자위원회 강화, 편집자율성 강화를 위한 편집위원회(편집규약) 등의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의 독립성과 중립성 강화는 대단히 중요하며, 편집자율성 보장과 외적 감시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의 개정안도 국가기간뉴스 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는 결여되어 있다.
우리 회는 앞으로 국회에 논의될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차분히 검토되고 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본다.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결여되고 편집자율성 보장과 외적 감시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통신진흥법의 일반법 전환과 뉴스통신진흥회의 경영감독권 강화는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4월 2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