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MBC 신경민 앵커 교체 결정에 대한 논평(2009.4.13)
등록 2013.09.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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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렇게 굴복하나 ?  
 
 
MBC가 결국 신경민 앵커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13일 엄기영 사장은 오전 임원회의를 마친 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앵커 교체는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치적 압력에 의한 교체설을 부인했다. 아울러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라며 이런 기준에 따라 후임 앵커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논란이 되었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 교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MBC가 내부의 반발과 외부의 비판을 무릅쓰고 앵커 교체를 강행하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엄기영 사장은 ‘뉴스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객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신경민 앵커 교체는 MBC의 정체성을 흔들고 시청자들의 외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지난 9일 논평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MBC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그러나 오늘 MBC가 신경민 앵커를 끝내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서 그 ‘정치적 배경’을 더욱 의심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뉴스의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신경민 앵커는 ‘교체’가 아니라 ‘장수’해야 할 인물이다.
그동안 신경민 앵커는 권력을 향한 비판적인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방송3사 중 그나마 MBC 뉴스가 할 말을 하는 방송’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기여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신경민 앵커는 MBC뉴스, 나아가 방송3사의 뉴스들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 주요 의제들, 우리 모두가 성찰해 봐야 할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여론의 쏠림을 막는 ‘균형추’와 같은 역할도 해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권의 외압으로 물러난 이동걸 금융위원장 사임 소식은 방송3사 메인뉴스 가운데 오직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에서만 보도되었다.
방송3사의 경기서남부연쇄살인범 얼굴 공개에 대해서 그는 ‘충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절차의 실종은 생각의 실종이 될 수 있어서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기 보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돋보이는 멘트였다.
방송3사들이 WBC 보도에 ‘올인’했을 때에도 신경민 앵커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야구에 열광한 사이 박연차 리스트는 신구 권력층을 맹수처럼 할퀴었고, 장자연 수사는 거북이처럼, YTN 수사는 토끼걸음으로 갔다”며 언론의 보도 행태와 그로 인한 현안의 소외를 따끔하게 지적했다.
 
MBC 경영진에 거듭 묻고 싶다. 우리 방송사(史)에서 이런 성찰적인 멘트로 뉴스를 진행했던 앵커가 얼마나 있었던가? 이런 앵커의 장점을 더욱 살려 MBC 뉴스의 품격과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는 없는 것인가?
기자들이 제작거부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해 저항하는 상황에서 앵커를 교체하려면 적어도 엄기영 사장이 말하는 ‘뉴스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신경민 앵커가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그를 교체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정도는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 엄기영 사장이 밝힌 ‘앵커교체의 변’은 내부는 물론 일반 시청자들의 의구심도 씻어내지 못했다. 나아가 명분 없는 앵커교체로 MBC는 ‘경쟁력’은커녕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를 깎이게 됐다.
MBC 마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이름뿐인 공영방송으로 전락해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우려가 깊다.<끝>
 
 
 
2009년 4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