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경찰의 포털 다음 ‘아고라’ 누리꾼 압수수색에 대한 논평(2009.3.18)
등록 2013.09.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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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옥죄는 표적수사 중단하라

 
 
  경찰이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조회 수를 부풀린 혐의로 누리꾼 3명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 누리꾼들의 행위가 포털 다음의 업무를 방해한 죄에 해당한다며 혐의를 입증해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찰의 이같은 수사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표적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업무방해는 피해자가 요청할 때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이번 경우 경찰은 당사자인 포털 다음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는데도 지난달 15일부터 이른바 인지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 수사를 위해 사이버범죄 수사대까지 동원해 아고라에 올라온 수 만개의 게시물을 모니터하고 조회건수가 많은 게시물을 추려내 인위적으로 조회수를 올린 누리꾼들의 로그기록과 IP를 추적했다고 한다.
 
  도대체 경찰이 ‘조회수 부풀리기’ 수사에 갑작스럽게 발벗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만약 문제의 글이 이명박 정권을 비판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경찰이 이토록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을 것인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촛불집회 등 각종 집회와의 연관성도 수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고 한다.
  객관적인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의 이번 수사는 ‘업무방해 수사’를 빙자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누리꾼들을 탄압하고, 모든 누리꾼들의 입에 더욱 단단한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미 경찰이 수사를 명분으로 아고라의 게시글을 일일이 모니터했다는 자체가 누리꾼들에게 커다란 압박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다. 인터넷이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 아니라 권력의 일상적인 감시가 횡행하는 통제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조회수 부풀리기를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조회수 부풀리기를 처벌하겠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을 표적 수사하는 것은 이만저만 ‘오버’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경찰은 시국사건에 대한 온갖 과잉수사, 표적수사, 편파수사로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또 다시 누리꾼을 옥죄는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으니 정권을 향한 충성경쟁에 혈안이 되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경찰의 이번 수사는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경찰은 다음 아고라 뿐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모든 게시물들을 대상으로 조회수 조작을 ‘알아서’ 수사할 것인가? 더 이상 비난을 자초하지 말고 즉각 표적수사를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에도 거듭 촉구한다. 이명박 정권은 걸핏하면 ‘소통’을 말하고 ‘법치’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향해 ‘정권이 듣고 싶은 말만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권에 거슬리는 주장을 펴는 국민은 ‘허위사실유포’, ‘업무방해’ 등등 갖가지 죄목을 붙여 처벌하고 있다. 탄압할 대상을 정해놓고, 처벌을 위한 죄목을 갖다 붙이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새로운 죄목을 들이대 비판 여론을 통제할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이명박 식 소통’, ‘이명박 식 법치’인가?
  제발 구시대적인 ‘통제의 마인드’를 버리고 국민 여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라. 도대체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후퇴시킬 작정인가? 여론 통제에 쏟아 부을 여력이 있다면 민생을 돌보는 데 쏟아라. 국민의 삶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정부는 여론 통제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다. <끝>
 
 
2009년 3월 18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