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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 28, 29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2009.1.29)
등록 2013.09.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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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정권비호야말로 ‘야만’적이다
- ‘말바꾸기’, ‘살인진압 면죄부’로 정권 비호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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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정권 비호’ 행태가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28일과 29일 중앙일보는 용산 참사를 부른 경찰의 살인진압을 노골적으로 감싸고 거듭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 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고질병’이라할 ‘말바꾸기’ 행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중앙일보 “김 청장 사퇴 주장은 비이성, 정당한 법 집행 책임 안 묻는다”
28일 중앙일보 사설 <‘김석기 거취’는 한국 사회 이성의 숙제>는 용산 참사와 관련한 조중동의 왜곡편파보도 중에서도 단연 튀는 내용이었다.
중앙일보는 검찰의 진상 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김석기 청장이 사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것은 검찰의 진상 조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김석기 청장의 책임을 묻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성보다는 사람이 다수 죽었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 추궁을 ‘비이성적’ 행태로 몰면서 김석기 청장에게 ‘한국사회의 이성을 위해 함부로 물러나서 안된다’는 비장한 과제까지 떠안긴 것이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경찰의 살인진압을 정당화하고 두둔하는 행태도 보였다.
사설은 “사망자 발생과 문책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선진국에선 피의자들의 상당한 희생이 발생해도 정당한 법 집행이라면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정당한 법 집행을 하고도 문책을 받는다면 공권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중앙일보는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경찰 진압으로 시위 농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 총수가 여론 몰이의 희생양이 되어 공권력 약화를 불렀다”고 비난했다.
29일도 중앙일보는 <“용산 사망사건 불순한 의도로 이용돼선 안 돼” 경제 5단체 조기 수습 호소>란 제하의 기사를 1면 사이드톱으로 띄웠다. 경제 5단체가 ‘경제위기 극복’, ‘불순한 의도’ 운운하며 검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용산 철거민 참사를 빨리 덮어버리자고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의 노골적인 경찰 두둔에 ‘용기백배’ 했는지 동아일보도 29일 <용산 참사, 불법폭력의 악순환 끊는 계기돼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정당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다 빚어진 불의(不意)의 결과에 대해 경찰에 과중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시위와 노사분규에 대한 지난 정권의 온정적 대처가 나쁜 습관을 들여 놓았다”며 적반하장의 주장을 펴더니 “폭력시위를 두둔하는 일부 세력을 달래려고 정치적 문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중앙일보를 뒤쫓아간 동아일보의 이 사설은 한 마디로 ‘사돈 따라 강남 가는 격’이다.


2005년 “정치적·도의적 책임 불가피” → 2009년 “여론몰이 희생양 안돼”
그런데, 지난 2005년 시위 중의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중앙일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주장을 폈다,
2005년 12월 30일 중앙일보는 사설 <폭력시위와 과잉대응 고리 끊자>에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숨진 것은 불행한 사건”이라면서 “물론 농민들의 폭력시위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인권 경찰을 표방해온 경찰 조직엔 큰 오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이번 불상사의 원인이 폭력시위라는 점에서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명 피해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최고 지휘권자인 청장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불가피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가 온당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허 청장에 대해서도 “특히 (허준영 청장이) 이를 ‘검.경 수사권 조정 마무리’ 등과 연관시켜 사퇴를 거부했던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2005년 중앙일보 주장처럼 설령 시위가 과격했고, 경찰청장이 직접 지시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압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생겼다면 경찰의 최고지휘권자인 청장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불가피”한 것이다. 더욱이 김석기 청장은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살인적 진압을 승인한 인물이다.
그런데 왜 중앙일보는 김석기 청장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비이성적’인 일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인가? 또 2005년 당시에는 청장의 사퇴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경찰 총수가 여론 몰이의 희생양이 되어 공권력 약화를 불렀다”고 비난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방송뉴스’ 전리품 얻으려고 야만적인 정권비호 나섰나
어떠한 명분으로도 경찰의 살인진압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법 어디에 공무집행 중인 경찰이 마음대로 사람을 죽여도 좋다는 구절이 있는가? 하물며 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경제 대통령’ 시대에 ‘먹고살 길’이 막막해져 궁지에 몰린 약자들이다. 이들과 어떠한 대화나 타협 시도 없이,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 없이 대테러부대를 투입해 인명 피해를 낸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들을 살인진압으로 내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일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대놓고 김석기 청장과 이명박 정권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중앙일보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과격시위를 했으니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중앙일보의 주장이야말로 망자들을 두 번 죽이는 망언이며 ‘합법적 물리력’인 공권력 행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야만’이다.
중앙일보가 ‘방송뉴스 진출’이라는 전리품을 받는 데 혈안이 되어 정권 비호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앙일보의 행태는 ‘해도 너무 한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녕 망자에 대한 예의조차 지킬 수 없는 것인가? <끝>

 
<2005년과 2009년 중앙일보 사설 비교>

2009년 1월 28일자 중앙일보 사설 <'김석기 거취'는 한국 사회 이성의 숙제>



2005년 12월 30일자 중앙일보 사설 <폭력시위와 과잉대응 고리 끊자>
 
2009년 1월 29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