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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수상 폄훼·왜곡, 비판 없이 ‘복붙’ 언론 맞아?
등록 2024.10.22 13:57
조회 203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10월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극찬하며 선정사유를 밝혔는데요. 이번 수상으로 출판업계가 활기를 띠고 한국 문학의 저력이 세계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많은 고초를 겪은 바 있습니다. 외신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전하며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재임 기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비난하며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 우리 사회 가슴 아픈 현대사를 폄훼하고 일부 언론은 이를 방조하거나 확산을 거드는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한강 소설은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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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규나가 SNS에 올린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왜곡‧폄훼 발언(10/10~10/11)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비난하며 역사왜곡에 나선 대표적 인사가 소설가 김규나입니다. 김규나 작가는 조선일보에서 칼럼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을 연재 중이며, 5‧18민주화운동 왜곡‧폄훼를 일삼는 인터넷매체 스카이데일리에 소설 ‘최초의 당신’을 싣고 있습니다.

 

그는 10월 10일 본인 소셜미디어에 “수상 작가가 써 갈긴 ‘역사적 트라우마 직시’를 담았다는 소설들은 죄다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소년이 온다’는 오쉿팔이 꽃 같은 중학생 소년과 순수한 광주 시민을 우리나라 군대가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이야기”라며 ‘오쉿팔’이란 막말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했습니다. 더불어 “‘작별하지 않는다’ 또한 제주 사삼 사건이 순수한 시민을 우리나라 경찰이 학살했다는 썰을 풀어낸 것”이라며 2003년 정부가 확정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규명된 역사적 진실마저 ‘썰’로 폄훼했습니다.

 

10월 13일에도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젊은 군인이 목숨 바쳐 진압하고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라며 ‘가짜유공자설’과 ‘군 자위권 행사’로 5‧18을 왜곡‧폄훼하고 “남로당 잔당 세력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며 제주4.3사건을 폄훼했습니다. 그러더니 “5‧18과 4‧3 모두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판 없이 폄훼 주장 ‘복붙’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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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규나의 역사왜곡 주장 그대로 실어 나른 언론(10/10~10/18)

 

소설가 김규나의 주장은 명백한 5‧18역사왜곡처벌법 위반입니다. 5‧18민주화운동법 제8조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김규나의 실정법 위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왜곡‧폄훼를 지적 또는 비판하기는커녕 따옴표저널리즘으로 단순전달하며 확산시키기에 바빴습니다. 일요시사, 스카이데일리, 이데일리, 아시아타임즈,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대전일보, 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문화일보, 매일신문, 쿠키뉴스, 아이뉴스24, 뉴시스, 더팩트, 위키트리 등은 김규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강 노벨상 수상 비난과 5‧18과 4.3 왜곡‧폄훼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뉴시스, 서울신문 등은 김규나가 이번 일을 계기로 조카에게 절연당했다는 시시콜콜한 에피소드까지 전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역사왜곡 문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그의 작품이 역사왜곡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몰고 올 화제성, 조회수에만 매몰된 언론의 이른바 ‘따옴표저널리즘’ 폐해를 고스란히 내보인 것입니다.

 

채널A 한강 자택 앞 ‘뻗치기’, 취재인가 파파라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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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뻗치기’ 취재 모습(왼쪽)과 한강 자택 보도(오른쪽)(10/12)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 직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및 기자회견을 모두 고사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채널A는 10월 12일 이른바 ‘뻗치기’ 취재를 통해 당일 저녁종합뉴스 <대문 앞 꽃다발 수북… “이사 올 때도 책만”>(김세인 기자)에서 한강 자택 앞은 물론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과 자주 들르는 식당까지 세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앞서 동아일보도 당일 오전 지면에 <동네 주민들 “너무 소박해 유명작가인 줄 몰랐다”>(김소민‧김기윤‧주현우 기자)를 싣고 자세한 자택 사진과 함께 그가 운영하는 인근 서점 근황을 소개하며 주민이나 음식점 주인 등을 발언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뉴스1, 더팩트, 이데일리, 세계일보, 중앙일보, 노컷뉴스, SBS 등에서 한강 자택이나 운영하는 서점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물론 연합뉴스가 10월 11일 가장 먼저 축하 화환들이 놓인 한강 작가 자택 앞을 담은 사진을 내보냈으나 집의 위치가 노출될 만큼 구체적으로 보도하진 않았습니다. 특히 인터뷰를 고사한 작가의 자택 앞에 카메라를 설치한 채 노트북을 켠 기자가 장시간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방영한 채널A 보도는 마치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파파라치를 연상시킬 뿐인데요. “기어코 자택을 공개해버렸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른 이런 보도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2024년 10월 10일~1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소설가 김규나의 2024년 10월 10일‧10월 13일‧10월 15일 소셜미디어 게시물 관련 기사 전체, 2024년 10월 12일 채널A <뉴스A> <대문 앞 꽃다발 수북… “이사 올 때도 책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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