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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노린 ‘밀양 성폭력 사건’ 받아쓰기, 사이버렉카와 뭐가 다른가
등록 2024.06.11 15:40
조회 581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차 가해에 해당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바로보기 링크를 걸지 않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6월 5일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자 중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에 나선 A유튜브가 피해자(가족) 측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가 없으며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업로드 이후에도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알렸는데요. 피해자 의사존중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에 우려를 표하며, 언론 역시 자극적 보도행태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2차 가해자나 다름없는 해당 유튜브를 실시간으로 쫓아가듯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보도 자제요청에도 피해자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로 가해자 신상공개 내용을 중계하고, 취재 없이 무분별한 받아쓰기로 스스로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피해자 보호엔 눈 감은 채 ‘사적 이익’ 추구에 매몰된 언론보도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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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유튜브가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보도자료 이미지


피해자 상처주는 막말 ‘따옴표 제목’, 더 자극적

6월 1일 A유튜브의 폭로 영상 게재 후 언론보도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과거 가해자와 주변인들의 발언이나 가해내용이 무분별하게 따옴표로 인용돼 쏟아졌는데요. A유튜버가 피해자 측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자 언론은 사실 확인도 없이 신상정보를 퍼트리며 더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피해자 측 동의가 없었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발표 이후 언론보도에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6월 5일~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밀양 성폭행’으로 검색한 결과, 초기보다는 자제된 모습이었으나 여전히 가해자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계속됐습니다.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은 당시 경찰관의 발언까지 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는데요. 대중의 분노를 조장하는 선정적인 기사 제목의 경우 심각한 범죄를 흥밋거리로 전락시킬 수 있어 자제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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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발언을 기사 제목에 따옴표로 인용한 보도((6/6~6/10)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기사심의규정]은 제5조(선정보도의 지양) ‘사건과 사안을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은 사용해서는 안 되며 저속하게 다뤄서도 안 된다’, 제10조(인격권의 보호) ‘오보, 부정확한 보도, 왜곡보도, 그리고 공익과 무관한 사실보도 등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제13조(범죄보도) (성폭력 범죄보도) ‘흥미 위주로 사건을 재연하거나 선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피해자의 요청에도 무차별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보도자제 요청 알고서도 유튜브 영상 받아쓰기

매일경제 <“성폭행 가해자 44명 공개 동의 받았다” 유튜버에…피해자 지원단체 “그런 적 없어” 반박>(6월 6일 조성신 기자)는 “피해자 지원단체는 ‘공개에 동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고 정확히 인지하면서도 해당 유튜브 영상을 섬네일로 사용했는데요. 이후에도 <“이 사람만큼은 반드시 공개 요청”…‘밀양 성폭행 가해자’ 또 지목, 현재 비공개>(6월 7일 최기성 기자), <‘밀양 성폭행 가해자’ 영상 삭제, 피해자 요청이라더니…충격적 대반전>(6월 8일 이상규 기자), <“공론화 원하면 달리겠다” 00000, ‘밀양’ 가해자 신상 재공개>(6월 9일 김현정 기자) 등 잇따라 2차 가해성 기사를 내놨습니다.

 

인사이트 <‘밀양 성폭행’ 피해자 측 “가해자 공개 동의한 적 없어...00000에 삭제 요청”>(6월 6일 전준강 기자)은 피해자가 동의한 적 없다고 제목에 적으면서도 A유튜브 영상과 밀양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의 선정적 장면을 사진으로 실었고, <유튜버 00000,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4번째 가해자 신상 전격 폭로>(6월 6일 전준강 기자)에서는 A유튜브가 네 번째 가해자를 폭로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은 가해자 공개였지만, 언론은 A유튜브 내용을 받아쓰기에 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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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제 요청에도 유튜브 내용 받아쓴 보도(6/6~6/10)

 

돈벌이 나선 ‘사이버렉카’ 2차 가해도 그대로 전달

사이버렉카는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자극적으로 왜곡해 이익을 챙기는 무리입니다.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 ‘조두순 사건’ 등에서 사이버렉카의 과도한 영상 문제가 논란된 바 있는데요. 피해자 보호가 우선인 성폭력 사건조차 사이버렉카에겐 조회수 올리기 소재로 악용됐습니다.

 

B유튜버는 밀양 사건 피해자와 직접 통화한 기록이 있다며 자신의 유튜브에 휴대폰 통화내용을 음성 변조 없이 공개하고 판결문 전문을 올렸습니다. B유튜버는 판결문에 실제 가해자 명단과 범죄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가해자들의 신상을 폭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뉴스1 <“밀양 성폭행 피해자와 직접 통화, 판결문 받았다” 유튜버 녹취록 공개>(6월 8일 김송이 기자), 위키트리 <“너무 힘들어서...” 유명 유튜버, '밀양 집단 성폭행' 피해자와 통화 녹음·판결문 공개 파장>(6월 8일 방정훈 기자) 등은 B유튜브 영상과 판결문 이미지를 보도했습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 측으로 추정되는 글에 따르면, 동의 없는 영상에 대한 삭제 요청에 B유튜버는 대처하지 않았고 두 번째 영상은 피해 당사자도 아니라고 항의했는데요. B유튜버는 자신이 ‘가해자가 근무하는 곳에 찾아가 1인 시위를 하고, 가게에도 항의 방문해 고소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뒤늦게 피해자를 위한다며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언론의 무책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해자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호소가 알려진 후에도 언론은 B유튜버 통화 대상이 실제 피해자인지 검증하지 않았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가해자 공개 문제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책임을 회피하듯 기사 말미에 ‘B유튜버가 지난해 전남 신안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 의혹을 제기한 영상으로 허위사실 유포와 지역 주민들의 명예 훼손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는데요. 사실 확인과 피해자 보호라는 성범죄 보도기준 등 저널리즘 원칙을 외면한 채 ‘조회 수’가 목적인 보도에서 언론의 윤리의식은 실종됐습니다.

 

언론의 무분별한 선정보도, 무엇을 노렸나

결국 ‘사적 제재’라는 허울 속에 ‘사적 이익’을 위한 돈벌이에 나선 사이버렉카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데 머문 언론보도는 그 자체가 2차 가해입니다. 더 나아가 ‘사적 이익’을 노린 사이버렉카의 온라인 범죄에 가담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서울신문 <사적 제재 영상 올려 월 4000만원 돈벌이… 피해자 보호는 없다>(6월 10일 박상연·송현주 기자)는 “‘정의 구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막대한 경제적 수익을 노리고 피해자 동의 없는 범법 행위로 2차 가해까지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한국경제 <피해자 동의 없는 ‘밀양 성폭행’ 가해자·판결문 공개, 문제없나>(6월 10일 김소연 기자)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해 사례를 폭로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2차 가해’이며 “과거에도 2차 가해로 문제가 된 건인데,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사태가 개선되지 않자 6월 7일 유튜브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추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그 어떤 제3자에 의한 공론화도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에 앞서지 않는다”고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 <신상공개 유튜버식 ‘정의구현’이 남긴 것…“기성 언론도 렉카 따라가”>(6월 9일 김송이·이예슬 기자)는 “기성 언론이 유튜버들의 폭로 행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사이버 렉카가 불 지핀 논란에 언론이 기름을 끼얹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는데요. “실제 피해자가 동의했는지, 사실관계가 맞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채” 유튜버들의 폭로가 언론에서 다뤄졌다며, “유튜버의 폭로에 언론이 추임새를 넣으며 사적제재 ‘광풍’을 만들”었고, “광풍 속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배제”됐다고 일갈했습니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사건을 무분별하게 폭로하고, 이를 보도하는 행위는 피해자 인권을 무시하고 경제적 수익만 노리는 반윤리적 행태입니다. 사이버렉카 비판보다 언론의 자성이 먼저 필요한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4년 6월 5일~6월 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밀양 성폭행’으로 검색한 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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