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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 집무실 이전 ‘입싸움’ 중계보도, 쟁점 사라지고 갈등만 확대
등록 2022.03.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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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는 3월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새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취임 첫날부터 용산으로 출근하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공약 실행을 위해서는 예산책정과 군 지휘부 재배치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다음날, 새 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무리이며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는데요. 언론엔 집무실 이전에 관한 청와대와 윤 당선자의 다른 생각을 부각하며 갈등을 확대하는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정면충돌, 벼랑 끝 대치, 소용돌이...갈등 부각하는 보도

청와대는 MBC <청 NSC “촉박한 이전 무리‥안보 공백 우려”>(3월 21일 최경재 기자)에서 언급된 대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윤 당선인의 뜻엔 공감하지만, 새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 등을 옮기는 건 무리한 면이 있”고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는데요. 청와대 입장을 두고 언론에는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자의 갈등을 강조하는 보도가 넘쳐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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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무실 이전 관련 ‘충돌’ 강조한 신문 1면 제목(3/22, 위부터 순서대로 경향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

 

3월 22일 6개 종합일간지·2개 경제일간지 1면은 일제히 청와대와 윤 당선자의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신문은 제목에서부터 신구권력이 ‘충돌’하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은 ‘당선 열흘 만에 촉박하게 추진돼 무리’라는 의견과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 소통을 강조하려는 새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두 가지 의견이 공존합니다. 서로 다른 두 의견을 전할 수는 있지만, 언론은 제목에서부터 과도하게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자의 입장 차를 부각해 내용보다는 정쟁에 더욱 관심이 있는 듯 비춰졌습니다.

 

신문

기사

경향신문

<‘용산 집무실’ 놓고 신구 권력 다시 충돌>(정대연·유설희 기자)

동아일보

<문-윤 ‘집무실 용산 이전’ 정면충돌>(박효목·장관석 기자)

조선일보

<문 제동에…윤, 늦더라도 용산 간다>(김아진·김형원 기자)

중앙일보

<신구권력 또 충돌…청와대가 ‘용산 구상’ 막았다>(강태화·손국희 기자)

한겨레

<청, 집무실 이전계획에 “안보 혼란” 제동>(서영지·조윤영 기자)

한국일보

<청 “용산 이전 무리” 윤측 “반드시 이행”>(정지용·김지현 기자)

매일경제

<문, 용산 집무실 제동…윤측 “통의동서 국정” 맞불>(임성현·박인혜·김동은 기자)

한국경제

<‘청 용산 이전’ 놓고…문-윤 정면충돌>(임도원·김인엽·김소현 기자)

△ 집무실 이전 관련 청와대-윤석열 당선자 간 갈등 강조한 신문 1면 기사 제목(3/22)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 <신구권력 또 충돌…청와대가 ‘용산 구상’ 막았다>(강태화·손국희 기자)는 ‘청와대의 공개적인 반대의사’로 “‘대통령실 용산행’이 21일 새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그간 대통령실 이전 등은 윤 당선인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간 대립”이었으나 청와대가 나서면서 “신구권력 충돌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문-윤 ‘집무실 용산 이전’ 정면충돌>(박효목·장관석 기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신구권력 간 힘겨루기가 벼랑 끝 대치로 치닫는 모양새”라고 보도했고, 매일경제 <문, 용산 집무실 제동…윤측 “통의동서 국정” 맞불>(임성현·박인혜·김동은 기자) 역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강대강’ 대결 국면에 돌입한 것”, “정국이 극심한 소용돌이에 빠져”, “새 대통령이 정식 집무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양측이 극심하게 갈등하며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며 의견 ‘충돌’만 강조하고 있는데요.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만, 언론은 이를 불구경하듯 정쟁으로 키우며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갈 뿐입니다.

 

“기름 끼얹었다”, “전선 넓어지다” 방송도 마찬가지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은 방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SBS <시작부터 꼬이더니…초유 ‘신구권력 충돌’>(3월 21일 화강윤 기자)은 “초유의 충돌”, “대선 이후부터 계속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그러면서 SBS는 “첫 회동부터 엉켰”는데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공공기관 등에 대한 인사권 문제를 어떻게 할지가 핵심 발화점으로 꼽”히고, “여기에, 현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문제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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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무실 이전 관련 청와대-윤석열 당선자 간 갈등 강조한 SBS(3/21)


MBN <“안타깝다…통의동에서 업무 시작”>(3월 21일 박자은 기자)도 윤 당선자 측의 “5월 10일 0시 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주장에 ‘강경한 반응’이라며 “말 그대로 벼랑 끝 대치”라는 점을 짚으면서 갈등을 부각했고, JTBC도 <‘회동 협상’ 좁혀지나 했더니 ‘갈등 전선’ 넓어진다>(3월 21일 김소현 기자)에서 “인사와 사면,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갈등의 전선만 더 넓어지고 있다”며 “전선이 넓어지면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의 첫 단추를 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익명 관계자, 정치인 발언 ‘따옴표’ 갈등 부추기기

집무실 이전 강행 논란 관련, 이번에도 정치인 발언을 그대로 전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도 많았습니다. 중앙일보 <대통령 참석 NSC 뒤 강경 선회… 윤측 “새 정부 출범에 흙탕물”>(3월 22일 강태화·손국희 기자)는 “문 대통령의 노골적 어깃장”, “당선인의 굴복을 강요”, “새 정부의 출범에 흙탕물을 뿌리는 행태”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관계자 발언 등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TV조선 <야 “청와대가 몽니”…여 “천천히 해도 된다”>(3월 21일 황정민 기자)는 ‘한 중진 의원’이라는 익명의 취재원 말을 빌려 청와대가 ‘몽니를 부린다’는 표현까지 보도했습니다. JTBC <“윤석열 정부 출범 방해하는 것”>(3월 21일 배양진 기자)도 ‘청와대 이전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 관계자의 말을 빌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는 걸로 봐야 한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은 정당 입장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요. 정치적인 갈등 상황마다 확인되지 않는 다양한 ‘관계자발’ 발언을 출처로 입싸움을 중계하는 언론의 고질적인 행태는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윤 당선자가 추진하고 있는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언론이 따져보아야 할 쟁점은 졸속 추진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나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지 정치권 정쟁이 아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년 3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2022년 3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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