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여수 특성화고생 사망 보도, 외면하거나 소극적이거나
국감에서 다루고 입건돼야 주목하는 태도 변해야
등록 2021.10.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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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10월 6일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 군이 숨졌습니다. 여수해경 등에 따르면, 홍 군은 7톤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는 수중작업 중 사망했습니다. 홍 군은 잠수작업을 하다가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산소통과 오리발을 잇따라 벗어 업주에게 건넸습니다. 그러나 기초교육 없이 잠수작업에 내몰렸던 홍 군은 몸을 가라앉게 만드는 납벨트를 제일 먼저 해체해야 하는 안전순서도 모른 채 차고 있던 12kg 납벨트 무게로 인해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고는 교육부 관련 규제 완화, 업주의 안전지침 및 근로기준법·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기업 선정 절차 등을 완화했고, 미성년자는 위험업무인 잠수에 고용될 수 없지만, 업주는 관련 자격증도 없는 홍 군에게 잠수업무를 시켰습니다. 실습계획서에 따르면 홍 군은 잠수가 아닌 관광객 안내 업무를 맡았어야 합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김 군, 2017년 전주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숨진 10대, 같은 해 제주 생수공장에서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이민호 군 모두 특성화고 실습생이거나 실습 나간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였습니다. 사회 무관심 속에 특성화고생 죽음이 또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이 여수 특성화고생 실습생 사망 소식을 충분히 전하고 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한 보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매경·한경·SBS·채널A·MBN 관련보도 ‘0건’

민언련은 2017년 생수공장 현장실습생 고 이민호 군이 사망했을 당시 모니터보고서 <현장실습생 사망에도 ‘특성화고 취업률’만 강조하는 조선과 동아>(2017년 11월 24일)를 통해 언론보도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6개 일간지 중 ‘조중동’은 관련 보도를 한 건도 싣지 않았고, 특성화고생 노동환경은 외면한 채 특성화고 취업률이 높아졌다는 교육부 보도자료만 실었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건수

6건

1건

1건

1건

11건

3건

0건

0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기사건수

1건

2건

0건

1건

1건

0건

0건

 

△ 여수 특성화고생 홍정운 군 사망보도 관련 방송 저녁종합뉴스(10/6~12)·신문지면(10/7~13)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여수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 사건에서 모니터 대상을 확대해 살펴본 결과 여전히 무보도로 일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그대로였습니다. 홍 군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10월 6일 방송 저녁종합뉴스와 신문 지면 보도량을 분석한 결과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관련 보도를 전혀 싣지 않았습니다. SBS, 채널A, MBN에서도 홍 군 사망 소식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한겨레가 11건으로 가장 보도량이 많았고, 경향신문 6건에 이어 한국일보 3건 순이었습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KBS, TV조선은 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매체별로 보도량은 크게는 11배 차이가 났고, 보도하지 않은 곳도 5개나 됐습니다.

 

국감에서 다루고 업주 입건되자 겨우 한 건

KBS_ 여수 실습고교생 사망_1012.png

△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장실습 중 숨진 특성화고생 사고가 쟁점이 됐다고 보도한 KBS(10/12)

 
기사가 실렸더라도 시기나 내용을 살펴봤을 때 제때 충실히 보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홍 군 소식은 사망 당일인 10월 6일 노컷뉴스에서 처음 보도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 MBC가 10월 8일 사망 당시 상황과 원인 등을 좀 더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 KBS, TV조선은 사망 6일 뒤인 10월 12일 관련 소식을 처음 전했습니다. 특히 KBS 첫 보도이자 유일한 보도인 <‘실습 고교생 사망’ 국감서도 질타>(10월 12일 이성각 기자)는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발언이 대부분이었고, 구체적 사망 경위 등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국감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면, 홍 군 사망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중앙일보는 사망 후 1주일 만에 관련 보도를 실었는데요. <12㎏ 납 벨트 맨 채 바다서 사망한 ‘현장실습 고교생’ 업체 대표 입건>(10월 13일 진창일 기자)은 “잠수 자격증이 없는 고교생이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사건을 조사 중인 해경이 현장실습 업체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했다”는 내용을 첫 문장에서 전했는데요. 하지만 보도 시점이 늦었고, 업체 대표가 입건되자 첫 기사를 실었다는 점에서 중앙일보 역시 소극적이었다고 지적받을 만합니다.

 

20년 넘게 산재사망률 1위… 경향·MBC·한겨레 적극 보도

경향_잠수작업 하다가 숨진 고3 실습생_1008.png

△ 현장실습계획서에는 홍 군이 관광객 안내 등 업무를 배우기로 돼 있다고 지적한 경향신문(10/8)

 

한국은 2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국가입니다. 노동자가 사망하고, ‘산재’라는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죽고 있다는 뜻입니다. 노동자의 이러한 죽음은 언론이 놓쳐선 안 되는 긴급한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1주일 동안 무보도로 일관하거나, 특성화고생 죽음의 원인과 책임이 무엇인지 충분히 보도하지 않은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반복되는 문제일수록 더 적극 취재하여 보도하고, 구조적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짚어보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 사건을 초반부터 자세하게 사안을 전하고, 구조적 원인까지 충실히 살핀 언론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홍 군의 사망 원인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 하다가 숨진 고3 실습생>(10월 8일 강현석 기자)은 “관광객 안내 등의 업무를 배운다고 돼 있었”지만, 계획과 달리 잠수를 하다 사망했다고 비판했고, 다음날 <여수 고3 실습생 사망 대책위 “안전관리 허술…예견된 죽음으로 내몰린 것”>(강현석 기자)은 “근로기준법에도 18세 미만 청소년은 위험한 잠수작업을 할 수 없”고, 잠수작업 시엔 “반드시 ‘2인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같은 날 한겨레 <고교 실습생, 장비 벗는 순서도 안 가르쳐주고 잠수 시켰나>(10월 9일 장예지·김윤주 기자)도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MBC <“수영 못하는데 납벨트 차고 잠수”‥현장실습 고교생 또 사망>(10월 8일 조희원 기자)은 “구조마저 늦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119가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홍군이 물에 빠진 지 30분이 지난 뒤였습니다”라며 사고 이후 대처도 미흡했다는 점을 처음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제도 미비와 구조적 문제 등을 짚었습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안전 문턱’ 낮춘 교육부…홍정운군 사고 책임론>(10월 9일 이유진 기자)은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뒤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허용했다가 1년 만에 업체 선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안전 기준’을 낮춘 교육부의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지역 특성화고 취업 ‘별따기’…위험한 일 거부 못했다>(10월 11일 김명진·장예지 기자)에서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지역 현실”이란 배경을 지적하며 “현장실습이 꼭 필요한 학생들은 노동조건이 열악한 업체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는 상황을 함께 전했는데요. 제도 정비도 중요하지만, 지역 일자리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겨례_숨진 18살 현장실습생, 왜 잠수작업 내몰렸나_1009.png

△ 홍 군이 노동조건이 열악한 업체에 실습을 나갈 수밖에 없던 구조적 원인을 짚은 한겨레신문(10/9)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어 달라” 목소리 기억하는 보도 기대

“왜 잠수 자격증이 없는 학생이 잠수 실습을 하다 죽어야 하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게 안전한 현장실습을 보장하라.” “실습생들을 70만원 주고 착취하는 기계가 아니라 똑같은 노동자로 인간으로 대해주십시오. 더는 노동하다 죽기 싫습니다.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어주십시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서울지부가 10월 12일 주최한 홍정운 군 추모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요구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요구이지만 언론이 쉽게 외면하거나 잊어버린 주장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취재하지 않는 것>(10월 11일 이진희 어젠다기획부장)은 “질 낮은 권력층 기사의 범람은 ‘권력감시’가 아니라 ‘권력놀이’이며, 약자 보호가 동반되지 않은 ‘권력감시’의 과잉은 영원한 ‘이너서클 간의 돌림노래’일 뿐”이라며, “홍정운 군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후순위로 밀어버리는 식”의 언론 행태를 비판했는데요.

 

언론이 열심히 조명하고, 앞다퉈 보도해야 할 사안은 “정부기관에서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한두 개 팩트”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가 겪는 어려움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다시 ‘일하다 죽는’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사를 절실히 요청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보도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10월 6일~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10월 7일~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