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최순실 청문회 시상식’ 개최한 TV조선
11월 8일~9일
등록 2016.12.12 18:52
조회 521

8, 9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지난 7일 국회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 조사특위 2차 청문회가 열렸죠. 27명의 증인 중 최순실 씨를 포함한 증인 13명이 불참해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을 들었는데요. 그런데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12/8)는 이를 두고 ‘최순실 청문회 시상식’을 여는 황당한 진행을 선보였습니다. 새누리당에서 ‘개헌추진위원회’란 모임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같은 날 MBN <뉴스와이드>(12/9)의 출연진들도 ‘지금이 개헌 적기’라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개헌 반대하는 문재인이 문제’, ‘지금 최대 과제는 개헌’이란 여당의 주장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또 막말로 야당 깎아내리기에 나섰는데요. 이번에는 야당이 효순·미선 사고 때처럼 정국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야권을 모욕했습니다.

 

1. 최순실 청문회 시상식? <윤슬기의 시사Q>의 도 넘은 가십성 보도
  지난 7일 국회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 조사특위 2차 청문회가 열렸죠. 27명의 증인 중 최순실 씨를 포함한 증인 13명이 불참해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을 들었는데요.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12/8)는 이를 두고 ‘최순실 청문회 시상식’을 여는 황당한 진행을 선보였습니다. 얼마 전에도 차은택 씨의 대머리를 두고 대머리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그 프로그램인데요. 국민을 속이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사건을 이렇게 비꼬아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진행자인 윤슬기 씨는 “어제 청문회, 주인공 최순실 씨가 빠진 청문회였지만 국민적 화제를 몰고 온 증인들이 대거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최순실 청문회 이른바 시상식을 준비를 해 봤는데요”라며 청문회 시상식의 시상자들을 소개합니다. 제작진이 고른 시상자의 면면도 놀랍습니다. 인기상에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대표, 연기상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대상에 정유라 씨의 강아지입니다. 이미 시상자의 면면과 멘트에서부터 비아냥이 가득합니다.


  박근혜 게이트를 연말 시상식이라는 요소를 더해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은 사실 문젯거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윤 씨의 ‘국민적 화제’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윤슬기의 시사Q>가 최순실 청문회에 맞추고 있는 초점은 가십입니다. 방송은 박근혜 게이트의 면면과 청문회 증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흥밋거리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고영태 씨 청문회는 고 씨의 폭로로 인한 특위 위원들의 인기를 강조하며 ‘고영태 청문회 스타 예약?’이라는 자막을 띄우고, 김기춘 씨 청문회에는 ‘유리할 땐 놀라운 기억력’이라는 자막을 띄우며 김기춘 씨의 기억력을 다루는 식이죠.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과는 거리가 멉니다. 방송 진행이 이러니 출연자들도 이에 동조합니다. 박상병 평론가는 “고영태 씨는 스포츠 (선수)출신입니다. 스포츠 인들은 이런 자리에 오면 전략적인 판단보다는 있는 그대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라며 박근혜 게이트의 공범 고영태 씨를 추켜세웁니다. 그의 폭로가 시선을 끈 이유는 다른 증인들이 전부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죠. 고 씨가 의인이라서, 진실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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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조사 청문회를 가지고 ‘최순실 청문회 시상식’을 연 <윤슬기의 시사Q>.
대상을 받은 사진은 정유라 씨의 강아지.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12/8) 갈무리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대상 부분입니다. 윤 씨는 “이번 부분은 대망의 대상입니다. 최순실 청문회의 대상 수상자는 바로 누구일까요. 정유라 씨의 강아지입니다”라며 정 씨의 강아지를 소개합니다. 고 씨가 청문회 증언에서 최순실과 사이가 틀어진 이유로 정 씨의 강아지를 언급하자, 이를 풍자한 것입니다. 윤 씨는 토론을 중재하는 진행자임에도 “저기 자리에 하나 의자 마련해서 저 강아지도 증인으로 참석했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권력 서열 순위 다시 정리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1위가 최순실 씨가 아니라…멍멍?”, “나비효과가 아니라 강아지 효과”라며 청문회를 한껏 비꼬기 시작합니다. 정 씨의 강아지가 박근혜 게이트를 수면 위로 알리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는 청문회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단순한 뒷담화, 가십거리죠. 멍멍 의성어를 표현해 가며 비판하는 윤 씨의 발언도 농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녕 <윤슬기의 시사Q>는 정 씨의 강아지를 위해 가상 시상식까지 열어가며 대상을 줘야 했을까요?

 

2. 지금이 개헌 적기! 살아있는 권력 문재인만 개헌 반대해
  9일 탄핵소추안 가결 약 7시간 전인 오전 9시,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은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위원회’라는 개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언론은 이 모임에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는데요. 회의장 앞엔 “개헌으로 불행한 대통령 시대를 끝내자”는 입간판까지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개헌만이 나라의 미래를 살릴 수 있다’고 뜻을 모았다네요. 탄핵소추안 가결 약 2시간 후, MBN <뉴스와이드>(12/9)에 출연한 출연진들도 ‘개헌추진위원회’의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개헌을 주장했습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 본부장은 “지금 이제 개헌 논의를 한 번 해야 합니다”라며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개헌론을 해서 여태까지 살아 있는 권력이 있거나 확실한 미래 권력이 있으면 개헌 논의가 안됐거든요. 지금 살아 있는 권력 없을 때 한번 해 봐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런 낡은 정치 때문에 밀실 통치가 가능해진 것이죠”라는 건데요.


  개헌에 대한 가치 판단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개헌 적기일까요?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개헌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도 불가합니다. 이제 막 대통령 심판의 첫 단추가 꿰어졌는데요. 당분간 국민의 관심은 모두 대통령 탄핵 심판에 집중되어 있을 것입니다. 국회 역시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감시해야 할 것이고요. 9일 저녁 7시 경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정말 지금 제1 현안이 개헌일까요? 국회는 경제, 안보, 민생 등의 문제에 대해 여느 때보다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개헌 절차가 아주 복잡한데요. 먼저 과반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하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 공고와 의결에 60일 가량이 필요하고요. 의결이 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은 모두 제각각인데요. 개헌에 대한 찬반 뿐 아니라 찬성한다 해도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제 등 그 내용도 다양합니다. 200명 이상이 동의하는 하나의 개헌안을 만드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거죠. 국회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요. 선거권자의 과반수가 투표해야 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개헌안이 확정됩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탄핵 인용 결과와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전문가들은 이르면 4월, 늦어도 8월 내 대선이 치러질 거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기득권의 개헌 주장 특히 대선 전 개헌 주장은 각자의 권력 연장을 위한 정략적 판단으로 보일 수밖에요. 더불어 개헌으로 내각제를 도입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제왕적 구조가 없어질까요? 지금의 지역구 선거제도 하에선, 제왕적 대통령 대신 다수당의 총리가 결국 제왕적 총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밀어 붙일 단순한 문제가 아닌 거죠. 제도 전반을 함께 논해야하는 중대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앞선 송 씨의 개헌 논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동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권력은 있다’는 자신의 생각도 덧붙이는데요. “노태우 대통령 이하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이러저러한 일이 있을 때부터는 꼭 운전자들의 문제인 것인가. 차량의 구조적 결함은 없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 왜 5년 되면 직전이나 직후나 꼭 왜 차가 추락하는가. 개헌을 해야 되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한 가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 지금 보면 박근혜 대통령, 살아 있는 권력이 지금 정지되었으니까...' 대한민국에 살아 있는 권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닙니다. 박지원 의원이 얘기한 대로 대한민국의 최고의 권력자는 문재인 전 대표예요.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 문제에 대해서 흔쾌히 동의해 줄까요?”라는 것이죠.


  9일 정진석 원내대표가 “현 정국에서 개헌은 선택이 아닌 당위”라며, “문 전 대표는 개헌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는데요. 문 전 대표의 개헌 반대를 “반 노무현적”이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위의 황 씨의 발언 역시 이 논리와 일맥상통하죠.


  이번 농단사태가 일어난 게 대통령제란 제도 자체 때문일까요? 엄밀히 따져보면, 헌법대로 통치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 즉 대통령제 제도 자체의 잘못은 아닙니다. 초법적 통치를 한 대통령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크죠. 무엇보다 행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입법부 즉 국회의원 본인들이 직무를 방기해 이런 농단을 야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성, 개선 없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제에 돌리는 것은 ‘지금 당장 개헌’을 위한 당위성 만들기에 불과합니다. 또한 문 전 대표는 개헌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현 시국에서 개헌 논의 보단 대선 후보들의 공약 등을 통해서 개헌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이것은 또 다른 야권 대선 후보 박원순 시장, 안철수 의원 등과 같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황 씨의 발언만으론 ‘개헌만이 정의, 문재인이란 이권자의 반대로 정의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일 수밖에요.

 

3. 류근일, “야당이 효순·미선 사고 때처럼 정국 만들고 싶어 해”
  TV조선 <뉴스를 쏘다>(12/8)에 출연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야당의 태도를 전술적 측면과 전략적 측면으로 분석하지만 결국 모두 야당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류 씨는 “전술적으로는 이회창 씨가 떨어지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임박한 시기에 미선이 효순이 사태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데모 군중이, 시위 군중이 서울광장을 꽉 메웠습니다. (중략) 이회창 씨는 그 쓰나미에 파묻혀 죽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거기에 당선이 된 거예요. 따놓은 당선으로 그냥 먹은 겁니다. 그 혁명적 사태 속에서. 지금 이 사태를 다시 만들고 싶어 하는 거죠. 따 놓은 당상으로 이 사태를 계속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을 갖다가 꽉꽉 메운 상태에서 (중략) 이 분위기 속에서 대선을 치르면 누구한테 유리하겠습니까? 그건 문재인 씨한테 유리한 거예요”라며 야당이 정국을 예전 효순·미선 사건 때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류 씨의 주장은 야당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지금 현 정권에 느끼는 국민들의 분노는 야당이 유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은 정치권의 공세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의 엄중한 판단을 “떼 놓은 당선으로 그냥 먹었”다며 폄하했고, 야당이 당시 가슴 아픈 비극적 사고를 야당이 “다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야당에 대한 명예훼손을 범했습니다.


  또한 류 씨는 “전략적 동기라는 건 뭐냐, 이건 얼굴 없는 어떤 과격 운동권의 입장일 수 있습니다. 혁명적 사태로 끝나야지 이걸 합헌적 사태로 끝나서 정권 교대 인수인계 하는 평화적 절차로 끝나는 건 유리하지 않다 이거예요. 혁명적 사태를 초래해야만 자기들이 원하는 한반도의 어떤 정세 변화, 대한민국의 위상 변화, 체제 변혁 운동에 유리할 거다, 이런 전략적 사고에서 계속 탄핵도 하지 마, 즉각 하야 해, 황교안이도 잡아넣어야 돼, 내각 총사퇴해야 돼. 말하자만 무주공산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이게 빈 터를 만드는 거예요. 백지를 만들고 다 초토화시키고, 그 보수 궤멸 상태에서 쓰나미, 혁명적 사태가 진출할 때 이 공백은 혁명적인 체제, 혁명적인 사태로 아마 변혁이 될 겁니다. 그 사태를 원하는 쪽에서 그렇게 몰고 갈 수도 있”다며 발언했습니다. 류 씨는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헌법을 위배하는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명예훼손이 두려웠던지 이 주장을 “얼굴 없는 어떤 과격 운동권”의 입장이라고 말합니다.


  류 씨는 지난 11월 24일 TV조선 <뉴스를 쏘다>에서도 문재인 의원에 대해 “저건 해까닥 했다”며 명예훼손 발언을 했었습니다. 류 씨의 일관성 있는 야당폄하, 문재인 씨 폄하는 계속되고 있었는데요. 피할 수 없게 된 조기대선에 여당이 불리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야권을 근거 없이 폄하하는 것은 비겁한 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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