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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우리말 사용실태②

[종편 뭐하니?] 살인 면허, 맞짱 뜨다, 조인트 까다…비속어 넘치는 종편 시사대담
등록 2020.10.07 10:05
조회 1070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국어기본법 제20조는 “정부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 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8~9월 두 달간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올바르지 않은 우리말 사용의 문제점을 짚어보려 해요. 두 번째 순서로 과격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참전, 진압, 확전…시사대담 아니라 전쟁 중계인 듯

8월 21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위축 우려가 커지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검토에 나섰고 정치권에선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관한 의견을 내기 시작했어요. 채널A <뉴스TOP10>(8월 25일)은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진행자 김종석 씨는 “통합당의 윤희숙 의원까지 재난지원금에 참전했다”고 표현했어요.

 

MBN <아침&매일경제>(9월 3일)에 출연한 이준석 미래통합당 전 최고위원은 의료계 집단휴진 대담 중 “(정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조치들을 통해서 결국에는 진압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거기에 대해서 교수들까지 참전했다”고 말했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다룬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월 7일)에서는 진행자 엄성섭 씨가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그리고 아들을 둘러싼 의혹, 이제 좀 다른 양상으로 더 확전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채널A, MBN, TV조선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이처럼 ‘참전’, ‘진압’, ‘확전’ 등 전쟁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을 사용했어요. 언론의 과격한 표현 남발은 갈등을 부추기고 사안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들어 생산적인 논의마저 가로막을 수 있어요. 시청자가 얻을 수 있는 거라곤 한껏 부각된 갈등 양상이고요.

 

☞ 채널A <뉴스TOP10>(8월 25일) https://muz.so/acZu

☞ MBN <아침&매일경제>(9월 3일) https://muz.so/acZy

 

‘살인 면허’ 표현 제지하지 않는 채널A, TV조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국방부에 전화로 아들 서 씨 병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문건이 공개된 후,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9월 10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 전화 인터뷰에서 의견을 냈어요. “군대 행정에 대한 부분들을 문의하고 확인하는 과정 자체를 청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예 연락을 두절하고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단절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 거예요.

 

이튿날 김형주 전 의원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해 장 의원이 부모 자식 관계를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반복했어요. <김진의 돌직구쇼>에서는 “장경태 의원처럼 젊은 의원들이 ‘부모 자식 간’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없습니다”라며 “왜냐하면 군대는 살인 면허를 주는 겁니다. 총을 주는 데예요”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부모의 자식이고 그렇게 연약한 그런 존재로 평가받지 않습니다. 군대라고 하는 곳은”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군대는 총을 들고 훈련하는 곳이라며 “총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살인 면허”라고 말했어요. ‘살인 면허’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지만, 채널A와 TV조선 진행자 모두 김 씨를 제지하거나 표현을 수습하지 않았어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군인’을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조직체계에 소속되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받고,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 밖에도 ‘군인’과 ‘군대’에 대한 정의는 여러 군데 나오지만 김형주 전 의원이 말한 것처럼 ‘군대는 살인 면허를 주는 것’이라거나 ‘총은 살인 면허’라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어요.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대담․토론의 경우) 대립되는 견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다소 공격적이거나 거침없는 언어가 사용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이나 상황이 있었을 경우 생방송에서는 진행자가 상황에 맞게 제지하거나 불쾌감을 느꼈을 시청자에게 해명 또는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어요. 채널A와 TV조선은 출연자가 ‘살인 면허’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내놨는데도 진행자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아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준 거예요.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11일) https://muz.so/acZx

 

맞짱 뜨다, 조인트 까다…비속어 수습하느라 급급

종편 시사대담에서는 출연자가 대놓고 비속어를 쓰면 진행자가 수습에 급급한 경우가 더러 있어요. 채널A <뉴스TOP10>(8월 11일)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당에서 목소리를 높이면 소신을 굽힌다’고 비판하며 비속어를 사용했어요. “자기 소신이 없으면 그만두는 게 오히려 경제에 낫습니다”라더니 “예전에 우리가 경제부총리를 보면 정말 소신 있는 경제부총리들 꽤 있었거든요. 대통령하고 맞짱 뜨고, 정말 당하고도 맞짱 뜨는 그런 부총리들이 있었어요”라고 한 거예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맞짱 뜨다’를 ‘일대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진행자 김종석 씨도 “이 위원님 말씀하셨던 표현 중에 조금 거친 게 있어서 그 부분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경제부총리’ 이렇게 순화를 좀 하겠습니다”라며 이 씨 표현을 수습했죠.

 

한편, 9월 9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 전원과 국방부 관계자의 워크숍이 다음 날로 예정된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 관련 국방부 브리핑에 대비한 당정 협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어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국방부 브리핑에 대비한 당정 협의가 아니라 오래 전 잡혀 있던 국정감사 대비 워크숍이었다”고 선을 그었고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14일)에 출연한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제 견해입니다만 소위 ‘(민주당 국방위원한테 국방부가) 조인트 까이러 모인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어요. 근거 없는 추측에 비속어까지 사용했으니 부적절한 발언이었죠. 진행자 김진 씨가 서둘러 나섰지만 수습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이 ‘조인트 까이다’라는 표현은 평상시에는 또 숙어처럼 쓰지만 방송에는 부적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한 거예요. ‘숙어’라 함은 ‘익숙해진 말’을 뜻하는데, ‘조인트 까이다’라는 비속어를 익숙하게 쓰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조인트 까이다’는 숙어가 아닌 비속어로 방송에서는 물론 일상에서 쓰기에도 적절한 말이 아니라는 것 알려드립니다.

 

☞ 채널A <뉴스TOP10>(8월 11일) https://muz.so/acZv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9월 14일) https://muz.so/acZw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1일~9월 30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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