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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이 보도한 ‘태영호 체포 위협’의 진실
등록 2018.1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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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TV조선이 타 방송사 그 어디도 보도하지 않은 황당한 보도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태영호 공사가 좌파단체의 위협으로 강연을 취소했다’는 보도입니다. TV조선은 이를 ‘미국 중간선거 결과’,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에 이어 무려 4번째 보도로 배치했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뉴스로 봤다는 것이죠. TV조선이 이슈화를 시도한 이 뉴스는 과연 사실일까요?

 

‘반미성향단체가 태영호 위협했다’ 주장한 TV조선

TV조선 <“행동 멈춰라” 위협에 태영호 강연 취소>(11/7 정수양 기자 https://bit.ly/2RKFbYP)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번에 전해 드릴 뉴스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소식”이라며 운을 띄웠습니다. 이어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갑자기 어제 오늘 잡혀 있던 강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란 곳에서 태 전 공사의 신변을 위협하는 경고성 메일을 보냈기 때문인데, 행사 관계자는 경찰이 신변 보호 요청을 거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진 리포트에서는 태영호 씨의 강연이 취소된 배경을 “태 전 공사의 강연 일정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태 전 공사 체포조가 활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행사 관계자’의 “걔네가 협박 메일 보내고 경호팀 연락 와서 아무래도 힘들 거 같다. 경호상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연락왔다”는 음성변조 인터뷰 녹취를 덧붙였습니다. 이후 보도 내용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위협’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TV조선은 “반미 성향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어제 태 전 공사에게 보낸 경고성 이메일과 태 전 공사 측과 연락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다면서 한 남성이 목적어도 없이 “제발 가만히 좀 계시라고 전달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짧은 영상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이라는 출처로 보여줬고, “이 단체 회원들은 지난 8월부터 '태영호, 박상학 체포 결사대'를 결성해 활동”했다고 전했습니다. ‘체포 결사대 활동’에도 자료 화면을 내보냈는데 “반통일‧반민족‧반헌법 행위자 박상학‧태영호 규탄한다”는 현수막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는 3~4명의 사람들만 보입니다. TV조선이 이 화면에 <‘태영호 체포 결사대’ 8월부터 활동>이라고 자막을 붙였습니다. 이 보도만 보면 마치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실제로 태영호 전 공사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의도를 지닌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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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체포조’가 큰 문제인 듯 보도한 TV조선 <뉴스9>(11/7)

 

앞뒤 맥락 다 자르고 ‘위협 수위 높였다’…TV조선의 ‘나쁜 버릇’

이 보도에는 TV조선이 특정인이나 단체에 ‘색깔론’으로 ‘종북’ 낙인을 찍을 때 써먹은 왜곡 방식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일단 TV조선이 “반미 성향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어제 태 전 공사에게 보낸 경고성 이메일과 태 전 공사 측과 연락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위협 수위를 높였”다면서 보여준 짧은 영상은 입맛에 맞는 부분만 뚝 잘라 인용한 겁니다. 실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에 게시된 영상(https://bit.ly/2yXgxx7)을 보면 상황은 확연히 다릅니다. 해당 영상에 남성은 태 전 공사가 선임자문연구위원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북한인권전문센터에 전화를 한 겁니다. TV조선은 이 간단한 사실관계도 전하지 않아 마치 태 전 공사에 직접 전화를 해 위협한 것처럼 보도했죠. TV조선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측 인사의 발언 역시 주요 맥락을 다 지워버렸습니다. 해당 남성은 “올해 벌써 세 차례나 정상회담이 열렸고, 한반도가 평화 통일의 길로 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태영호 씨가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하라고 전달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판문점 선언을 깎아내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하는지 모르겠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의 철도연결 이런걸 공허한 선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또 연결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뉴스 좀 많이 보시면서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항의했습니다. TV조선은 이 중 맨 마지막 발언, “제발 가만히 계시라”라는 것만 싹뚝 잘라 보도한 겁니다. 시민의 정당한 항의, 그것도 태 전 공사 개인이 아닌 소속 단체에 항의를 ‘위협’으로 과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이메일 보내라서 보냈더니 ‘경고성 이메일’?

TV조선이 “경고성 이메일”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왜곡입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페이스북 게시글(https://bit.ly/2PesZCN)에 첨부된 이메일의 내용은 영상의 통화내용과 동일합니다. TV조선은 그 내용을 단 한 글자도 소개하지 않은 채 ‘위협’이라는 규정만 덧씌운 것이죠. 심지어 이 이메일은 앞서 살펴본 해당 영상에서 전화를 받은 북한인권전문센터 관계자가 “듣는 것을 다 적지 못할 가능성이 되게 높다”, “포인트는 전달을 해드릴텐데 메일을 보내주시면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 “메일로 보내주시면 보실거에요”라고 안내해 통화 내용을 그대로 적어 보낸 것이었습니다. TV조선이 얼마나 많은 맥락과 사실관계를 생략하면서 ‘위협’이라는 그림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태영호 체포조’는 이미 끝난 ‘대중 캠페인’, 목적은 ‘종북몰이’인가

사실 TV조선이 이 보도에서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그 이름도 무서운 ‘태영호 체포조’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경고 이메일’, ‘위협 발언’은 모두 그 포석이죠. ‘체포조 때문에 강연까지 취소됐다’는 것이 TV조선이 원하는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체포조’는 사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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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행’이 체포한 건 태영호 가면을 쓴 인물이 전부였다 유튜브 <주권방송> 영상 갈무리

 

일단 TV조선이 전한 낱말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체포조가 위협을 가해 강연까지 취소됐다는 것은 과장입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태영호 씨와 박상학 씨를 ‘통일을 가로막는 정치공작범’으로 규정하고 ‘박상학‧태영호 체포 대학생 결사대 감옥행’(이하 감옥행)을 구성해 8월 3일부터 활동에 나섰습니다. 감옥행은 박상학, 태영호 씨를 비판하며 “분단적폐 청산 없이는 대립과 혐오, 분단의 시대는 다시 저희들에게 돌아올 것이고 곧 전쟁위기, 저희들의 피눈물로 이어딜 것이 뻔하다”며 평화통일을 강조했습니다. 박상학 씨의 사무실이 있는 거여동 등 서울 각지에서 박상학, 태영호 씨의 문제점을 알리고 버스킹 공연을 하는 등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죠. 8월 12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영상(https://bit.ly/2RJFQd4)을 보면 박상학‧태영호 가면을 쓴 인물들이 나와 시민들에게 물총을 맞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일종의 패러디 퍼포먼스, 대중 캠페인이지 TV조선이 보도한 것처럼 물리적 위협을 가하려는 ‘테러 조직’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캠페인은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촛불집회에서는 일상과도 같았죠. 당시 그 누구도 시민들을 ‘박근혜 체포조가 위협을 가한다’고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TV조선만이 테러 사건처럼 보도한 겁니다. 더 황당한 것은 감옥행이 8월 12일 활동을 마무리했다는 겁니다. ‘체포’의 위험은커녕 이미 끝난 캠페인인 것이죠. 이를 무려 4번째 보도로, ‘미국 중간선겨 결과’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룬 TV조선, 또 ‘종북몰이’ 버릇이 도진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1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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