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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응원단 보도, 벌써부터 낌새가 ‘수상’
등록 2018.01.26 09:38
조회 1264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와 예술단 뿐 아니라 응원단의 참가가 결정되면서 관련 보도도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상당수 매체가 ‘미녀’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응원단의 용모만을 일방적으로 부각하거나, 응원단과 관련한 ‘가십성 이슈’를 무분별하게 전달하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미녀 응원단’ 표현 사용한 TV조선․MBN 
우선 ‘미녀 응원단’이라는 표현을 통해 응원단의 용모를 가장 노골적으로 부각한 것은 MBN입니다. <평창에 ‘미녀 응원단’ 오나>(1/3 https://goo.gl/YLaVUn)는 아예 제목에 ‘미녀 응원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요.

 

앵커 멘트 역시 “북한 선수단이 온다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죠.바로 북한의 ‘미녀 응원단’인데요. 남한을 방문할 때마다 화제가 됐던 이들을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입니다. 사실상 북한 응원단의 외모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TV조선 역시 <‘북 참가’ 의심과 기대 사이>(1/3 https://goo.gl/1AVgpY), <북 선수단, 크루즈선 타고 참가하나?>(1/2 https://goo.gl/jNHMmE) 등의 보도에서 ‘미녀 응원단’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응원단 ‘젊은 여성으로 구성될지 관심’이라는 MBC 
MBC의 경우 <“앞에는 한반도기 뒤에는 태극기·인공기 함께”>(1/18 https://goo.gl/h48Wxg)에서 “230명에 달하는 북한 응원단이 예전처럼 젊은 여성 위주로 구성될지도 관심입니다. 지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 선수권대회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응원단으로 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는데요. 대체 왜 ‘젊은 여성 위주로 응원단이 구성’되는지 여부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응원단 들어오려 뇌물?’ 또 시작된 TV조선의 ‘썰전’ 
이 외모 부각에 더해 검증이 불가능해 사실상 ‘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보를 덧붙여 전달한 방송사도 있었습니다. 바로 TV조선인데요.

 

<“응원단 뽑혀 한국 오려고 뇌물”>(1/20 https://goo.gl/Hb1Coj)의 앵커 멘트는 “방한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북한 응원단에 들어가려고 북한 여성들이 뇌물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남한 사회에서 인기를 바탕으로 북한에서도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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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이 한국에 오려고 뇌물을 주기까지 했다는 정체불명 정보를 저녁종합뉴스에서 전한 TV조선

 

기자 역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방문한 이유경, 황윤미는 뛰어난 미모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라며 ‘응원단의 미모’를 부각한 설명을 내놓은 뒤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 때 방한한 리설주는 남한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스타 가수로 떠올라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과 결혼했습니다”라는 등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자는 익명의 한 대북소식통이 제공한 정보라며 “딸을 응원단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1000~3000달러를 선발 담당자들에게 주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지난 2011년부터 선수단과 응원단, 문화예술단 파견 계획을 준비했다”는 등의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가십성 정보를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론 조성’ 앞장선 뒤 ‘신드롬’ ‘미모 화제’ 우려도
덧붙여 TV조선은 선정적 보도를 통해 여론을 조성해놓고, 정작 상황을 설명 할 때는 언론의 역할을 지워버린 채 ‘북한의 체제 선전임에도 국민들 사이에서 신드롬이 일어버렸다’며 비판하기까지 했는데요. 이런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보도는 TV조선의 <신동욱 앵커의 시선/현송월 신드롬>(1/22 https://goo.gl/G38Tg4)입니다. 


해당 코너에서 신동욱 앵커는 “취중에 접대원의 월북 권유에 넘어”간 소설가의 사례를 소개하고 “저도 취재차 연변의 북한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김일성 배지를 단 접대원들이 하나같이 미인이었던 기억이 납니다”라며 “북한의 대외 접대원은 체제 선전 요원”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는 “어쨌건 우리에겐 북한을 들여다보는 또 하나 창이고, 남북교류 때마다 접대원과 예술단원, 응원단의 미모가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체제 선전 요원’인 현송월 단장에 대한 신드롬 현상이 뜨거운데, 북한의 속내가 드러난 뒤에도 이런 신드롬이 이어질 수 있겠냐는 비아냥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접대원과 예술단원, 응원단 방문때마다 미녀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외모를 부각한 보도를 내놓은 TV조선은 ‘북한의 체제 선전 활동’에 철저히 부역한 것이 됩니다.  

 

 

‘외모’ ‘가십’보다는 ‘의의’에 주목해야
유독 여성 인사의 외모에 집중하는 언론 보도는 이미 국적과 상황을 초월하여 거의 매 사안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 또한 그때마다 언론은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화제가 일고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이용해, 여론 형성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피하려 들기도 했는데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만큼은 우리 언론이 응원단 등의 외모나 가십보다는 이러한 남북 교류가 지니는 의미와 양국이 향후 교류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 등의 사안에 집중해,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여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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