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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면 37조원이 더 든다고?
등록 2017.07.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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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조치이지만, 기간제 교사 등 사각지대가 남아 있고 임금 개선책은 빠져 있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방송사들은 이 소식을 어떻게 전했을까요. JTBC는 4건, SBS는 2건 보도에서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KBS‧MBC‧TV조선‧채널A‧MBN은 각 1건으로 정부의 계획과 난점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눈에 띄는 방송사는 비용 부담과 일자리 축소 우려에 초점을 맞춘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특히 예상되는 비용 부담이 무려 연간 37조 원이라고 보도하는 치명적 실수를 했습니다.

 

정부 계획에는 임금 인상안도 없는데…정규직 전환하면 연간 37조원 더 부담? 
TV조선 <연말까지 ‘최대 20만명’ 정규직 전환>(7/20 https://bit.ly/2uORlIv)에서 전원책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31만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나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세금 드는 일’로 규정한 것이죠. 이어 “늘어나는 급여는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정부 이번 계획에는 ‘식대와 교통비 등에서 차별을 없애겠다’는 방안만 있을 뿐 임금인상 계획은 없었습니다. ‘비정규직 제로’를 비용의 문제로 치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려다, 보도 시작부터 사실관계를 왜곡한 겁니다. 


이어서 백대우 기자는 “정부가 올 연말까지 852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20만명 가량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발표를 간단히 전한 후, “공공부문 31만 명을 모두 정규직화하거나 정규직에 준해 처우하면 세 부담 증가를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 “청년들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거란 우려” 등 ‘부작용 우려’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이 과정에서  백 기자는 “1인당 월 100만원을 더 준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37조원의 비용이 더 듭니다”라고 설명했고 화면에는 “(월 100만원+기존월급)X31만명=연간 약 37조원”이라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나왔습니다. TV조선은 ‘정규직화의 비용은 연간 37조 원’이라고 단정한 겁니다.

 

단순 계산을 해도 37조 원 안 나와…TV조선은 대체 뭘 계산한 걸까
그러나 37조는 어떻게 나온 수치일까요? 수치의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TV조선이 내놓은 ‘월 100만원을 더 준다는 가정’ 자체가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정부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는 임금 인상안이 없기 때문에 ‘월 100만원 인상 가정’ 자체가 허상에 불과합니다.


두 번째로 100만원을 더 준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TV조선의 설명과 계산 결과가 모순됩니다. 기자는 “1인당 월 100만원을 더 준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37조원의 비용이 더 듭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1인당 월 1,000,000원 X 12개월 X 310,000명’을 계산해보면 37조원이 아니라, 3조7천2백억 원입니다. 이것만 보면 TV조선 기자가 계산을 잘못해서 3.7조를 37조로 말한 것 아닐까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상한 점이 또 있습니다. TV조선은 그래픽 화면에서는 기자의 말과 다른 계산식을 내놓았습니다. “(월 100만원+기존월급)X31만명=연간 약 37조원”이라고 표기한 것입니다. 기자 멘트에서는 기존월급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화면에만 느닷없이 기존월급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월급을 포함한다 해도 TV조선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만약 기존 월급을 포함해 계산했다면 기자가 ‘예상되는 비용 부담 증가분’이 아니라 ‘연간 비정규직 임금 총액’이라고 말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의 기자는 분명 “연간 37조 원이 더 듭니다”라며 분명하게 ‘증가분’이라 언급했습니다. 화면 상 계산식과 기자의 멘트가 일치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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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만명을 정규직화 하면 연 37조원이 더 소요된다는 TV조선(7/20)

 

타 매체는 4~6조 원 수준 예상, TV조선 ‘대형 오보’
일단 이번 정부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임금 인상 방안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비용 부담’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보도 취지부터 왜곡된 겁니다. 물론 타 매체에서도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을 산정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예상한 37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산정한 곳은 TV조선과 매일경제뿐입니다. 매일경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처우개선 보단 고용안정에 ‘방점’>(7/20 https://bit.ly/2vHEAMr)은 “만일 노동계 요구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명을 모두 정규직화하거나 정규직에 준해 처우개선을 한다면, 1인당 월 100만원을 더 준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37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이는 여러 경로를 거쳐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TV조선의 리포트와 완전히 일치하는 언급입니다. 아마도 TV조선이 매일경제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상 정규직

전환 인원 수

예상되는 연간

1인당 임금 증가분

연간 예상 추가

비용

정규직 전환

31만명으로

예상했을

경우 추가 비용 

TV조선 310,000 12,000,000 37  
매일경제 310,000 12,000,000 37  
채널A 160,000 제시안함. (5,000,000) 0.8 1.55
한국경제 118,763 10,000,000 1.2 3.1
30,000,000 3.6 9.3
조선비즈 160,000명  40,000,000 6.4 12.4

△ 매체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시 비용 증가분 예측 비교 (7/20) Ⓒ민주언론시민연합

 

타사의 예상 금액은 다릅니다. 먼저 방송사 중 채널A <공공 16만 명 2년내 정규직 전환>(7/20 https://bit.ly/2gPi0Pr)의 경우 “정부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은 16만여 명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5년 동안 4조 원 정도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우선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삼은 노동자들은 전체 31만 명 중 16만 명으로 보고, 예산 부담이 대략 연간 8천억 원이라는 겁니다. 
한국경제 <적자 공기업 231곳…정규직 전환 비용, 결국 세금으로?>(5/17 https://bit.ly/2tMq7NE)의 경우 정부의 이번 발표를 분석하면서 나온 보도는 아니지만,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선언’ 당시 비용 부담을 예측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국내 332개 공공기관과 관련된 비정규직 인력 총 11만8763명을 기준으로 이들의 연봉을 “1인당 1000만원 인상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1조 2천억 원, 1인당 연 3천만 원을 올리면 3조 6천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난다”고 추측했습니다. 


TV조선과 자매사인 조선비즈는 어떨까요. 조선비즈 <핫이슈 분석/공공부문 31만명 정규직 전환하면 월급은 어떻게? 네 가지 쟁점들>(7/21 https://bit.ly/2gPeQuW)은 채널A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이번 계획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비정규직을 16만 명으로 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연 4천만원 정도라는 점에 착안해, 연간 “약 6조4천억 원의 돈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다른 매체들은 대체로 연간 3조 원에서 6조 원 정도로 추가 비용을 예상했습니다. 이는 TV조선이 내놓은 37조 원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이쯤 되면 TV조선이 자신이 내놓은 계산식인 ‘1인당 월 100만원 인상 가정 X 12개월 X 총 비정규직 수 31만’이라는 식을 잘못 계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계산식을 계산하면 약 3.7조 원이라는 값이 나오는데 이를 37조 원으로 잘못 보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의 국방예산이 40조 3000억 원으로서, TV조선이 제시한 37조 원은 1년 치 국방예산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액수입니다. 만약 TV조선이 정말 이런 실수를 했다면 너무나도 초보적인 실수이기 때문에 ‘대형 사고’를 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TV조선은 애초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비용 문제로 환원하면서 잘못된 시각을 보였고 거기에 전제한 요소들마저 모두 허황됩니다. 심지어는 31만 명 전원의 임금인상을 전제한 것도 타 매체들의 예측과 다릅니다. 똑같이 임금 인상을 예상하며 잘못된 전제 조건을 계산한 채널A와 조선비즈조차도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16만 명만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TV조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및 노동권이 달린 문제를 오로지 ‘비용의 문제’로 환원하려다, 보도 참사를 빚은 것입니다.

 

제 역할 하는 방송사도 있다…사각지대 조명한 SBS
존재하지 않는 ‘비용 부담’을 내놓은 TV조선과 달리, 비정규직의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면서 이번 정부 계획의 아쉬운 점을 짚은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SBS입니다. SBS는 이번 조치의 사각지대에만 무려 3건을 할애했습니다. SBS <12개 직군 제외..“우린 왜 안돼?” 반발>(7/20  https://bit.ly/2ugIVIl)는 “이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서 12개 예외 직군이 있다”는 점을 짚은 후,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원들의 실망감을 전했습니다. 


SBS <“자식보다 낫다”는데…연말마다 ‘해고’>(7/20 https://bit.ly/2gPkAVu)과 <열악한 처우…개선 시급>(7/20 https://bit.ly/2tw0chW)은 특히 주목할 만 한 보도입니다. 이 두 보도에서 SBS는 그동안 언론이 주목하지 않던 ‘방문 간호사’들의 처우 문제를 다뤘습니다. SBS는 “형편이 어려워 병원조차 갈 수 없는 가정이 100만 가구가 넘”는다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방문 건강관리 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바로 이 사업에 종사하는 방문 간호사들이 “자식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만큼 취약계층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암은 엇갈”린다는 것이 SBS의 문제의식입니다. SBS는 “처음에는 기간제 공무원으로 시작했지만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변경했고 3년 전부터는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인 방문 간호사 주향숙 씨의 사례를 들어 “방문 간호사 2,216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방문 건강 관리 사업이 확대해야 할 국가 보건 사업이라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처우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JTBC 역시 1건의 보도로 사각지대로 밀려난 비정규직 교원들의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KBS‧MBC‧채널A‧MBN의 경우 사각지대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간단히 언급하기는 했습니다. TV조선도 “일시적 고용자나, 60세 이상 고령자, 운동선수 등 특기자, 휴직 대체 근로자 등은 제외”라고 언급만 했을 뿐, 보도 자체는 오로지 ‘예상되는 부작용’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생존권의 문제, 언론의 시각 달라져야
문재인 정부 들어 이슈화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최저임금 등 노동 관련 문제들에 있어, 우리 언론의 관점은 한마디로 반노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TV조선과 같은 보수언론과 재계 입장에 매몰된 경제지들은 노동의 문제를 무조건 ‘비용’으로 환산하여 그 부담과 부작용만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부담은 현실화되지도 않았고 오로지 예측되는 값일 뿐입니다. 이번에도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무려 37조 원이라고 보도한 언론은 TV조선과 매일경제였습니다. 두 매체는 도대체 이 숫자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분명 전향적인 결정이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멉니다. 다른 법령을 적용받는 기간제 교사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 구체적인 처우 개선안이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규직 대비 80%의 임금’을 약속하며 ‘이중구조를 없애겠다’고 공언한만큼 정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언론이라면 모든 국민의 생계와 직접 연결되는 노동의 문제에 있어, 노동자 당사자, 즉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비용이 크게 증가하니 문제’라는 식의 보도는 지금처럼 남발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비용 부담에 예상될 경우 철저한 검증과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 언론의 기본 책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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