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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두 얼굴, ‘용산 이전’ 비판하더니 손바닥 뒤집듯 돌변
등록 2022.03.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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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자측 입장 차이는 여전합니다. 청와대는 3월 21일 촉박한 일정과 안보 공백을 우려하며 용산 이전은 무리라는 의견을 냈고, 윤 당선자 측은 유감을 표하며 취임 뒤 통의동 집무실과 청와대 지하벙커를 활용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 22일 청와대의 반대 입장을 비난하는 사설을 실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설은 조선일보 기존 보도와 차이가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청와대 ‘안보 핑계’라더니, 전날엔 안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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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선자 집무실 이전 관련 청와대 우려를 비판한 조선일보 사설(3/22)

 

조선일보는 <사설/‘안보’ 핑계로 집무실 이전 제동 문, 안보 말할 자격 있나>(3월 22일)에서 청와대가 “자신(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못한 일을 후임자가 하겠다면 도와주는 게 도리”인데, “근거도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과 정상회담 쇼에만 매달려 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을 걱정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집무실과 국방부·합참 이전은 5월 10일 취임 전에 끝”나는데 “안보 인식 자체가 잘못된 정부가 한 달여 사무실 이전 때문에 갑자기 안보를 걱정한다고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며칠 전 사설에선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탈청와대 공약, ‘취임 첫날부터’에 집착하면 탈난다>(3월 18일)는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안”은 “국방부에 근무하는 대규모 인원과 시설이 단기간 내에 이전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또 “대대급이 부대를 옮기는 데도 몇 년씩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1000명이 넘는 국방부 근무 인원이 어떻게 두 달도 안 남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사를 마칠 수 있냐”는 걱정이 나온다며 “첫 다짐을 지키기 위해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빚을 수 있”어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지 절대 시간에 쫓길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비판 사설을 내놓기 하루 전엔 <국방부는 합참 건물로, 합참은 수방사로 연쇄이동>(3월 21일 유용원 군사전문기자)에서 “합참이 수방사로 옮겨가려면 수백 명의 합참 요원들이 평상시 지하벙커에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일각에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예상되고 있고, 다음 달 말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 시기에 국방부·합참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이동은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전 합참의장 11명이 3월 19일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한 내용도 언급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1주일 전엔 <윤 용산으로 출퇴근땐, 교통혼잡·보안 문제 등 숙제>(3월 16일 김아진 기자)란 제목의 기사도 실었습니다. “광화문보다는 덜하지만, 용산 역시 주위에 고층 건물이 즐비해 경호상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고층 건물에서의 공격이나 저격 등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보안 문제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건데요. 조선일보 3월 22일 사설은 용산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청와대가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고 비판했지만, 불과 며칠간 기사 대부분은 현재 구상대로 집무실 이전이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 경호마저 취약해지는 문제를 짚었습니다.

 

‘부동산 규제 없다’더니…개발 제한 등 부동산 시장 우려 전하기도

조선일보는 3월 22일 사설에서 윤 당선자와 서울시가 “용산과 남산, 한강변 등의 재건축·재개발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으며 “그러니 해당 지역 부동산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3월 19일 주말섹션 4면에서는 <뮤지엄 밀집한 용산이 정치의 심장으로? “성급한 결정은 금물”>(3월 19일 허윤희 기자)을 싣고 개발 제한에 대한 주민 우려를 전했습니다. 즉 “대통령 집무실 부근이라 개발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며 “경호 문제부터 교통 통제 등 여러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엔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의 발언을 싣기도 했습니다.

 

3월 23일엔 경제섹션 1면 머리기사로 <대통령실 이전 호재냐 악재냐…들끓는 용산>(정순우 기자)을 싣고 용산 주민과 부동산 전문가 사이의 긍정적 전망과 우려를 동시에 전했습니다. 3월 22일 사설에서는 ‘용산 일대 규제는 없다’며 강경하게 용산 집무실 이전을 옹호하는 듯했지만 다음날 기사에서는 현장의 우려를 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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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주민 우려 전하며 ‘이전 반대 현수막’ 연합뉴스 사진을 인용한 조선일보(3/23)

 

조선일보는 “삼각맨션과 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는 “국방부 담벼락에서 불과 100~200m쯤 떨어져 있”어 이곳에 “재개발·재건축으로 고층 아파트가 생기는 것을 정부가 놔두지 않을 것이란 게 주민들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30층 이상으로 재건축·재개발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규제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지만 “인수위의 ‘추가제한 없다’는 약속에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용산 주민 목소리를 보도한 대로 ‘재건축·재개발에 제한이 없을 것’이란 것은 윤 당선자 측 약속일뿐 지역주민 우려는 여전합니다.

 

당선자측 이전비용 ‘1696억’ 수정, 조선일보 ‘496억’ 강변

더욱이 조선일보는 3월 22일 사설에서 “이 정권이 ‘집무실 이전에 돈이 많이 든다’고 우려하는 것도 놀랍다”며 “민주당은 5년간 400조원이 훨씬 넘는 빚을 내 돈을 뿌렸다”, “나랏빚이 1000조원이 넘었다”고 비판하며 윤 당선자 측에서 내놓은 용산 집무실 이전 비용은 “496억 원”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윤 당선자 측은 3월 20일 발표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을 496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다음날인 3월 21일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 <윤당선인측 “합참 남태령 이전 비용 1200억원 정도면 가능할 것”>(3월 21일 김문관 기자)은 일각에서 “합참의 이전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당선인 측은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전할 경우 새롭게 청사를 짓는 비용은 1200억 원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하루 만에 용산 이전 비용 496억 원에 합참 이전 비용 1200억 원이 더해져 총 1,696억 원 정도가 사용된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3월 23일 단독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윤 당선자가 기재부에서 받았다며 공개한 이전 추산 비용 ‘496억 원’과 관련해 “이전 비용 세부내역에 대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제6조에 따른 ‘독립기관 및 중앙관서’가 신청의 주체”인데 국방부가 신청하지 않았고 따라서 추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윤 당선자는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을 전부 기재부에서 뽑아서 받았다. 저희가 만든 게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496억 원이라는 이전 비용을 추계한 주체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예산 역시 불확실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의견 들어야 한다’던 조선일보 어디 갔나

기존 입장과 전혀 다른 3월 22일 사설이 나오기 바로 전날, 조선일보는 윤 당선자 측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사설/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 건 유감이다>(3월 21일)에서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군사작전 하듯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 또 이런 엄청난 결정을 대선에서 당선된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라며 “청와대 시설 배치와 운영방식엔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그것을 일시에 허물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다”,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결정해서 집행해도 되느냐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고 강하게 우려했습니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하루아침에 ‘청와대의 안보 공백 우려 근거가 불명확하다’, ‘용산 부동산 규제 없다고 약속했다’, ‘이전 비용도 496억 원이다’ 등 이전 보도 내용을 뒤집으며 집무실 이전에 대한 청와대 우려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 21일 사설에서 “일정 기간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유감”이라고 꼬집었는데요. 3월 23일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반대 53.7% vs 찬성 44.6% [리얼미터]>(3월 23일 주희연 기자)도 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국민 44.6%는 찬성하고 53.7%는 반대한다”는 요지입니다. 윤 당선자의 용산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다는 조사결과입니다. 조선일보도 윤석열 당선자도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강조한 국민 목소리를 더 경청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하룻만에 손바닥 뒤집듯 근거 없이 논조를 바꾸는 보도가 아닌 일관된 관점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년 3월 10~23일 조선일보 지면보도, 온라인 조선닷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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