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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 드러난 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언론보도는 3건뿐
등록 2020.10.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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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최소 10건의 산업재해 사고가 감독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간 산업재해 신청 은폐 의혹을 부정해온 삼성전자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이미 지난 8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직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피해 여부를 조사해 삼성전자가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이번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광주고용노동청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비상식적 노동환경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또한 고용노동청이 산업재해 발생 보고 의무와 원인 기록·보존 의무를 위반한 삼성전자에 과태료 6,640만 원을 부과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전한 언론 보도는 적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월 12일 경향신문 <단독/삼성전자 산재 은폐 ‘사실로’…미보고 10건에 과태료 6640만원> 보도 이후 이틀간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및 온라인에 실린 관련 기사를 분석했습니다.

 

산업재해 미보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주는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산업재해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 1항은 “사업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합니다. 명백하게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지만, 한국의 산업재해 사고는 쉽게 은폐됩니다. 이수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산업재해 미보고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산업재해 미보고로 적발된 건수가 전국에서 4,58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겨레21은 <산업재해은폐 기획/막히고 또 막히고>(2월 3일 변지민 기자)에서 “산업재해 신청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사업주의 고의적인 방해와 비협조였다. 20명 중 16명이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 소속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대기업의 하청을 받는 소규모 회사들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데, 산업재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면 회사가 원청에서 일감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한겨레21은 “회사는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말고 공상(회사 자체 보상·산업재해은폐의 일종)으로 보상해주겠다고 노동자에게 읍소·설득·압박·협박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습니다.

 

광주사업장 근로감독 이끌어낸 KBS와 한겨레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특별 근로감독하기 전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건강관리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 KBS와 한겨레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KBS <“일하다 얻은 질병, 산업재해 신청 못해”…왜?>(7월 30일 박민철 기자)는 산업재해 신청 은폐 압박을 받은 삼성전자 노동자 사례를 조명했습니다. KBS는 “세탁기를 조립하다 자재를 싣는 차량에 허리를 치였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한 달 뒤 병가 중이던 천 씨에게 사측 안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산업재해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성 말이었습니다”며 노동자에게 산업재해 신청 은폐를 압박한 과정을 전했습니다.

 

한겨레 <산업재해 신청하라…삼성전자에서 찍히려면>(7월 30일 김양진‧선담은 기자)도 업무상 반복적인 동작을 취해 근골격계 질환을 갖게 된 노동자의 사례를 담았습니다. 한겨레는 “ㄱ씨는 2007년 9월 120㎏에 달하는 무거운 세탁기를 들어서 나사를 끼워 넣는 작업을 하다가 왼쪽 어깨가 빠졌다. 작업반장·파트장 등 회사 쪽 관리자와 노사협의회 위원을 찾아가서 업무를 바꿔달라 했지만 “누구는 안 아프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사례를 자세히 전했습니다.

 

이후 매일노동뉴스 <산업재해은폐 의혹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특별근로감독>(8월 19일 김미영 기자)에 따르면 8월 18일 광주노동청은 나흘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했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등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0월 15일 국회 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의원의 자료를 통해 공개된 것입니다.

 

삼성 산업재해 은폐, 신문 보도 3건뿐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은폐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언론은 무관심했습니다. 이수진 의원의 국감자료 발표 이후 이틀간 관련 신문 기사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경향신문이 10월 12일 지면에 단독으로 소식을 전했고, 한겨레와 매일경제가 각각 1건씩 온라인 보도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는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구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1건

0건

0건

0건

1건

0건

1건

0건

△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사실 보도한 신문 보도건수(10/12~13, 온라인포함) ©민주언론시민연합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한 경향신문은 <단독/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 ‘사실로’…미보고 10건에 과태로 6640만원>(10월 12일 이효상 기자)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8월부터 삼성전자의 광주 소재 4개 사업장을 상대로 산업재해 은폐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11건 산업재해 사고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이 중 10건에 대한 산업재해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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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산업재해 은폐를 단독으로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10/12)

 

한겨레는 <삼성전자 광주공장 산업재해 은폐 사실로…미보고 10건 적발>(10월 12일 김양진 기자)에서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산업재해 축소·은폐 의혹이 고용노동부 현장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썼습니다. 매일경제도 <국감 2020/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산업재해 미보고로 과태료 처분>(10월 12일 김승한 기자)에서 노동청의 삼성전자 과태료 부과 내용을 간략히 전했습니다.

 

한국경제, 삼성전자 입장만 받아쓰곤 정정조차 외면

반면 한국경제는 삼성전자의 해명만 받아쓰고 산업재해 은폐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한국경제는 <삼성전자 “산업재해 신청하면 인사 불이익? 사실과 달라”>(8월 3일 배성수 기자)에서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강도 높은 근무 때문에 근골격계 질병이 생겨도,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일축했다”며 삼성전자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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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입장을 받아쓴 한국경제 기사(좌 한국경제, 우 삼성전자 뉴스룸)(8/3)

 

이는 삼성전자 ‘뉴스룸’ 보도자료 <광주사업장 산업재해 관련 기사에 대해 말씀드립니다>(8월 3일)를 받아쓴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KBS와 한겨레신문은 7월 30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직원들의 산업재해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보도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는 산업재해를 축소하거나 은폐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썼지만, 불과 두 달 뒤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은폐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침묵했습니다. 삼성전자 주장과 배치되는 조사 결과가 밝혀졌지만 이를 바로잡는 보도는 하지 않은 것입니다.

 

산업재해 은폐 밝혀내는 언론의 역할 필요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은폐 적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번 광주고용노동청 조사가 삼성전자가 자진해서 신고한 극히 일부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산업재해 사고 상당수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노동청 조사결과가 소수의 설문 대상자를 상대로 한 노조 조사결과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내놓은 해명은 비록 변명뿐이었지만, 당시 한겨레와 KBS의 보도가 없었다면 산업재해 은폐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법을 일삼는 기업을 처벌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은폐 후속 보도를 포함해 기업 산업재해 관련 이슈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0월 12~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온라인 기사 기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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