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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중립․양비론에 빠진 언론…정치혐오만 남겼다
등록 2019.05.08 16:00
조회 1088

 29일 선거제 개편과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 설치법 등 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서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국회의 ‘난장판’을 지켜본 시민은 답답함과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고자 회의실을 봉쇄하고 동료 국회의원을 감금했으며 기물을 파손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독재타도’ ‘헌법수호’ 같은 합리적이지 못한 주장을 하며 회의실 앞에서 드러누은 모습은 정치 혐오를 유발했습니다. 160만 명을 넘어선 ‘자유한국당 해산’ 요구 청원이 시민들의 분노를 짐작게 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빠루’ ‘망치’ 같은 표면적인 내용에 집중하며 충돌하는 장면을 단순 중계하고 기계적 중립‧양비론을 이용해 정치혐오를 부추겼습니다. 언론은 국회에서 어떤 법안을 놓고 싸우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적은 시민들은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정보 없이 ‘치고 받고 싸우는 모습’만 보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저녁뉴스와 아침 신문의 이 자극적인 뉴스를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국회에서 극단적 폭력사태가 일어난 건 사실이고 이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사실 전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정보와 맥락을 제대로 전해 줘야 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시민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뉴스는 ‘그들이 싸우고 있다’가 아니라, ‘그들이 왜 싸우는가’에 있습니다.

 

1. 선거법‧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이 뭐기에?

 

비례성 강화에 필요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언론의 보도태도를 살펴보기 전, 이번에 논란의 중임에 선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선출하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47석을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란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 그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자인 선거제도’입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 각 정당은 비례대표 의원이 될 후보자 명부를 사전에 제출하는 선거제도’입니다. 현 제도 하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은 5.4:1에 달합니다. 지역구 의석이 비례의석수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겁니다. 이러한 선거제도의 단점으로 △대량 사표 발생 △정당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불일치 △공고한 지역주의 정당체제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온 것이 이번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비율을 3:1로 하여 균형을 맞추며,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합니다. 이 경우 지역구는 225명, 비례대표는 75명이 됩니다. 선거 시에는 먼저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전체 의석 300석을 배분합니다. 만약 A정당이 정당득표율을 40% 얻었다면, 120석을 선점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각 정당에 배분된 의석 중 먼저 해당 정당이 지역구에서 이긴 의석 수만큼 가져갑니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110석을 얻었다면 아까 정당득표율로 배분받은 120석에서 110석을 먼저 차지하는 겁니다.

그러고도 남은 의석이 있으면 이 중 절반(연동률 50%)을 또 우선 배분합니다. 즉 120석에서 110석을 차지하고 남은 10석 중 5석이 연동률 50%로 A정당의 것이 됩니다. 이는 ‘연동 의석’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75석)은 절반을 우선 배분했던 연동 의석의 총 수를 제외하고, 남은 의석을 또 다시 정당득표율로 계산해 나눕니다. 비례대표 총 의석은 75석이니, 이 중 ‘연동 의석’의 총 수가 30석이었다고 가정해보면(임의 가정) 45석이 남습니다. 이를 A정당의 정당득표율이었던 40%로 배분하면 18석(45*0.4)이 됩니다. 즉, A정당의 총 의석은 (지역구 110석)+(연동 의석 5석)+(비례 18석)으로 133석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할 때 전국을 6개로 나누어 ‘권역별’로 작성하는 것, 정당별 열세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하는 석패율제,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 18세 이상으로 인하 등도 이번 개정안에 들어갔습니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모두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을 위한 입법 사항입니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등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을 해소하잔 취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일본·독일 등 세계 각국과 달리 검찰에 수사권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습니다. 이에 수사권은 경찰에, 수사요구권이나 기소권은 검찰에 부여하자는 의미로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 고위직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단 의미로 ‘공수처법’이 등장했습니다.

먼저, 이번 패스트트랙엔 공수처 법안 두 가지가 함께 올랐습니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나머지 하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입니다. 공수처를 설치하고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해 수사한다는 주 내용은 유사하지만,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습니다.

백혜련 의원 법안과 권은희 의원 법안 모두 공수처가 행정·사법·입법부의 고위공직자, 특히 현직이거나 퇴직한 이들 모두를 두루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차이점은 권은희 의원 법안엔 ‘기소심의위원회’가 있다는 것과,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백혜련 의원 법안에선 공수처가 자체 수사한 사건 가운데 판사‧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갖습니다. 대신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등을 부여합니다. 나머지 사건은 검찰이 기소권을 가지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권은희 의원 법안엔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가 있습니다. 즉 공수처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할 기구가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공수처장의 경우 추천위원회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위원 2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같습니다. 그러나 임명 절차가 권은희 의원 법안이 좀 더 까다롭습니다. 백혜련 의원 법안에선 공수처장추천위원회에서 4/5 이상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권은희 의원 법안에선 이 사이에 국회의 동의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의미합니다. 주요 내용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진다는 겁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도출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추가된 것으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추고 수사준칙을 기존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변경하는 것이 있습니다.

기존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에 지시를 내릴 수 있었고,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검찰에 반드시 사건을 넘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법에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과 사건 종결권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분야는 경찰과 공수처 검사의 비리, 부패‧공직자 범죄, 경제‧금융‧선거범죄 등에 한정시켰습니다. 다만 검찰이 기소권을 유지하면서 △특정 사건의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 수사에 보완수사요구권 △경찰 수사권 남용시 사건 송치 및 시정조치, 징계 요구권 등의 통제권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사가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사보다 증거로서 높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법에선 이를 조정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도 경찰 신문조사 수준의 효력을 발휘하도록 증거능력을 낮춘 겁니다.

즉, 이 모든 사법 개혁 법안은 경찰의 수사 재량을 늘려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개선하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겁니다.

 

2. 국회 충돌, 언론 보도는 어떠했나?

 

양쪽 주장 따옴표로 전달…기계적 중립에 매몰된 보도

그렇다면 언론은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국회 충돌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언론은 ‘민주당 대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찬성파 대 반대파’ 구도를 만들고 양쪽의 주장을 동일하게 전달하면서 기계적 중립을 지켰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따옴표에 담아 그대로 보여주면서 마치 양쪽 의견을 대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치인이 하는 말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언론의 기계적 중립은 극단적 주장을 걸러 내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 하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의견’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현실을 왜곡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흐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 <나경원 “기습 전자발의, 입법쿠데타” 이해찬 “조폭만도 못한…”>(4/27 박효목 기자)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밤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여당 폭거! 독재타도! 의회 쿠데타를 중단하라!”고 외쳤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거리 조폭만도 못한 심성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말들이 오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제목으로 뽑아서 보도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나경원 원내대표가 ‘입법쿠데타’라는 발언을 했다면, 실제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쿠데타’의 성격인지, 그러한 주장이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하며, 그것이 아닐 경우는 비판적으로 인용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런 말이 나왔다고 단순 전달할 뿐, 판단이나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국회 폭력은 ‘쿠데타’를 막기 위한 투쟁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 언론은 정치인의 극단적 주장을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 전달하면서 정치혐오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조선일보 <여 “징역 5년 각오해라” 20명 고발…한국당 “50년도 살 수 있다>(4/27 최연진 기자)입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도 한국당 의원들에게 ‘징역 5년을 받을 수 있다.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50년도 살 수 있다’고 맞섰다”고 전했습니다. 당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 국회 충돌 상황에서 나온 자극적인 말을 고스란히 제목에다 표기한 겁니다. 이는 시민들의 정치혐오만 키우는 기사일 뿐입니다.

 

신문

제목

동아일보

<나경원 “기습 전자발의, 입법쿠데타” 이해찬 “조폭만도 못한…”> / <황교안 “우리가 극우면 文정부는 극극극극좌” 홍영표 “독재 타도? 박정희 정권때 외쳤어야”>

조선일보

<여 “유야무야 안끝내” 또 고발…야 “갈비뼈 골절” 맞고발> / <여 “징역 5년 각오해라” 20명 고발…한국당 “50년도 살 수 있다>

매일경제

<與 “폭력으론 국회 저지못해” 野 “전원 고발당해도 투쟁”>

한국경제

<민주 “한국당 20명 고발” vs 한국 “의원들 부상 … 맞고소 할 것”>

△ 여당과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기계적 중립에 선 기사 (4/24~4/29) ⓒ민주언론시민연합

 

국회 폭력사태는 자유한국당 책임인데…양비론 꺼내든 언론

이번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폭력 사태의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는 2019년 1월 중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원내대표들은 합의문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인을 적극 검토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발 국회파행으로 4월이 다 끝나가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여당과 야3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선거제 및 공수처 신설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논리는 빈약합니다. 앞서 살펴봤듯, 선거제 개편은 비례성 강화, 즉 시민의 뜻대로 의석 수가 구성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의 정당득표율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33.5%를 득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5.5%를 득표했으나, 정당별 의석 비율은 민주당이 41.0%(123석) 새누리당은 40.7%(122석)을 차지했습니다. 실제 정당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간 겁니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정당 득표에서 7.2%를 얻었지만, 의석수는 2%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가능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가 비슷해지도록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겁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의 방만한 권한을 축소시키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기 위함입니다. 검찰의 기소권․수사권 독점은 사회 최상위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와 면죄부 불기소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켰습니다. 실제 2013년 11월 검찰은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독재타도’ ‘국민사찰’이라는 비합리적인 주장을 내세우며 안건 상정을 방해하는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이는 국회 회의 방해를 금지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인 국회법 제165조 국회 회의 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언론은 잘잘못을 가리고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양쪽을 동시에 비난하는 양비론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유한국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보수언론

조선일보는 <사설/‘동물국회’ 시대로 되돌려 놓고 與는 검찰로, 野는 거리로>(4/29)에서 “여당은 제1 야당이 거부하는 선거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민주주의 하는 나라에서 경기 규칙인 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는 법은 없다”며 “야당도 검찰 견제를 위한 공수처법을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타협의 여지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꽉 막혀 꼼짝달싹할 수 없는 정국에도 숨통을 틔울 정치적 해법은 있는 법이다”라고 전합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싸움, 부끄럽지 않은가>(4/28)에서 “대화와 협치 대신 폭력과 투쟁의 폭주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정치판을 보는 국민들은 착잡하다”고 전합니다. 전형적인 양비론입니다. 하지만 여야3당이 선거법 개편을 패스트트랙 지정의 계기는 자유한국당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입니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은 단지 본회의의 안건을 상정할 뿐이지, 법이 통과되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최장 330일간 해당 법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지 분명한 상황에서, 양비론을 펼치는 것은 둘이 같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반면, 한겨레는 <사설/점거감금까지, 국회 거꾸로 돌린 한국당의 폭력>(4/26)에서 이번 국회 폭력 사태의 책임이 자유한국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폭력적인 국회 무력화 시도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폭력적 행태’는 그동안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린, 과거로 되돌아가는 퇴행이고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양비론에 기대지 않고 잘잘못을 분명히 가린 겁니다. 경향신문은 <사설/한국당 시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고 있나>(4/26)에서 “그러나 최근 한국당이 보여준 막무가내식 반대는 보수의 품격과 거리가 멀고 지지층마저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

제목

경향신문

<사설/한국당, 시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고 있나>

동아일보

<사설/협치 팽개친 꼼수와 폭력, 폭주… 공멸 안 하려면 대화하라> / <사설/패스트트랙 놓고 진흙탕 된 국회, 민생 입법도 팽개칠 건가>

조선일보

<사설/‘동물국회’ 시대로 되돌려 놓고 與는 검찰로, 野는 거리로>

중앙일보

<사설/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싸움, 부끄럽지 않은가>

한겨레

<사설/점거감금까지, 국회 거꾸로 돌린 한국당의 폭력>

매일경제

<사설/선거제 막장국회, 진정한 국민의 뜻이 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

<홍영식의 논점과 관점/그들만의 리그 된 선거제 개편>

△ 양비론을 펼친 기사들. 경향신문은 한겨레만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4/24~4/29) ⓒ민주언론시민연합

 

폭력사태가 여야4당 책임?

양비론을 넘어 폭력사태의 책임을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는 여야4당으로 교묘하게 돌리는 기사도 등장합니다. 이는 국회 폭력사태가 벌어진 다음날인 26일 각 언론사의 1면 보도 제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조선일보의 1면 기사 제목은 <이메일 발의 시도, 경호권 발동…밤 까지 ‘동물국회’>(4/26 최승현 기자) 이었습니다. 4면 기사 제목은 <팩스로 교체, 병상서 결재, 이메일로 법안 제출 ‘전례없는 작전’>(4/26 김형원 기자) 이었습니다. 이 제목에선 자유한국당이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고, 회의실을 봉쇄하고,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훼손하는 장면은 지워졌습니다. 대신 감금과 봉쇄에 대응한 이메일 법안 접수와 국회 폭력에 대응한 경호권 발동이 언급됩니다. 물론, 조선일보 기사 내용에선 자유한국당의 폭력행위를 일부 언급합니다. 조선일보는 위 4면 기사에서 “채이배 의원실도 6시간 동안 점거하기도 했다. 여상규 의원 등은 소파를 출입문 앞으로 끌어다 앉았고, 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10분쯤 경찰·소방서에 ‘감금당했다’고 신고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제목에선 이메일 발의, 팩스로 교체, 병상서 결재 등 행위의 주체를 여야4당으로 한정하면서 마치 여야4당의 잘못으로 폭력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패스트트랙 법안, 초유의 ‘전자발의’>(4/27 황대진 기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고, 3면에서는 <인간띠 봉쇄 허 찌른 전자발의…한국당 ‘입법 쿠데타 결사저지’>(4/27 원선우 기자)라고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폭력적인 국회 봉쇄를 ‘인간띠’라고 지창하며 과격성을 희석했고, 전자발의를 ‘입법 쿠데타’로 칭하고 저지하겠다는 한국당의 입장만 담음으로써 교묘히 여야4당의 잘못으로 비치게 만듭니다.

다른 기사들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한겨레는 폭력 사태 다음날인 26일 <선진화법 팽개친 한국당, 패스트트랙 물리적 방해>(4/26 김원철 기자)에서 자유한국당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고, 한국경제는 <패스트트랙 육탄 봉쇄‧의원감금‧경호권 발동…난장판 된 국회>(4/26 하헌형 기자)에서 국회를 봉쇄한 사실까지 넣어 양 당의 행동을 모두 기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제목을 활용한 교묘한 왜곡이 돋보입니다.

 

신문

제목

경향신문

<패스트트랙 막판 진통…국회 ‘극한 대치’>

동아일보

<강행 vs 육탄저지…패스트트랙 정면 충돌>

조선일보

<이메일 발의 시도, 경호권 발동…밤 까지 ‘동물국회’>

중앙일보

<오신환권은희 교체…33년 만에 경호권 발동>

한겨레

<선진화법 팽개친 한국당, 패스트트랙 물리적 방해>

매일경제

<패스트트랙 국회 대치 33년만에 경호권 발동>

한국경제

<패스트트랙 육탄 봉쇄‧의원감금‧경호권 발동…난장판 된 국회>

△ 25일 밤에 벌어진 국회 충돌을 전한 1면 기사 제목 (4/26) (단, 한국경제는 1면 미보도로 6면 첫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유한국당을 투사로 만들기

언론은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기사를 쓰면서 자유한국당의 폭력 행위를 ‘정당한 투쟁’으로 묘사하며 ‘보수결집’을 시도합니다. 대표적인 기사는 매일경제 <웰빙정당 이미지 벗고…전투력 높이는 한국당>(4/29 김명환 기자)입니다. 매일경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 4당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계파 갈등‧웰빙 정당 이미지를 상당 부분 벗는 데 성공하고 제1 야당으로의 야성(野性)을 전방위로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결집 속에 최근 당 지지율이 오르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번 국회 봉쇄는 명분도 논리도 부족합니다. 오르지 정부 여당과 분명한 선을 그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계획된 정치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매일경제는 비판보다는 ‘야성을 발휘’했다고 표현하며 치켜세웠습니다. 언론이 ‘정치 플레이어’로써 직접 뛰며 보수결집을 유도한 나쁜 기사입니다.

또한, 매일경제는 <한국당 “패스트트랙은 좌파정변”…철야농성 돌입>(4/24 고재만 기자)에서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원장이 한 ‘좌파정변’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정변은 혁명이나 쿠데타 따위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을 의미합니다. 지금 상황과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그대로 전하며 한국당을 불의에 항의하는 투사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인상 와중에 “조문 오지말고 투쟁에 집중”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은 일부 언론에 의해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중앙일보는 <한국당 의회 치욕의 날 황교안 “조문 오지 말고 투쟁 집중”>(4/26 김준영 기자)라고 전했고, 동아일보도 <‘장인상’ 황교안 “조문 오지말고 투쟁에 집중을” 의원들에 문자>(4/26 홍정수 기자)라고 전했습니다. 마치 권위주의 시대의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투사의 모습 같습니다. 이렇게 자유한국당은 언론에 의해 ‘투사’로 거듭났습니다.

 

신문

제목

동아일보

<‘장인상’ 황교안 “조문 오지말고 투쟁에 집중을” 의원들에 문자> / <“투쟁밖에 없다”… 비상의총 열고 靑 몰려간 한국당>

조선일보

<인간띠 봉쇄 허 찌른 전자발의… 한국당 입법 쿠데타 결사저지> / <여의도선 “패스트트랙 육탄 저지” 광화문선 “문 정권 독재 저지”>

중앙일보

<한국당 의회 치욕의 날 황교안 “조문 오지 말고 투쟁 집중”>

매일경제

<웰빙정당 이미지 벗고…전투력 높이는 한국당>

△ 자유한국당의 폭력을 ‘정당한 투쟁’처럼 묘사한 기사들 (4/24~4/29) ⓒ민주언론시민연합

 

‘빠루’ ‘망치’ ‘전쟁’…표면적 사안에 집중한 언론

25일 밤과 26일 새벽 국회에 ‘빠루’ ‘망치’가 등장하고 거친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언론도 이러한 사건을 시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빠루’ ‘망치’는 이 국회 폭력 사태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하나의 자극적 장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자주 인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4월 24일부터 30일까지 언론에서 ‘빠루’는 제목에서 6회, 내용에서 19회(중복계산)등장했습니다. 이중 조선일보는 제목에서 빠루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용에서 7회 등장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망치’의 경우 전체 언론에서 제목 2회, 내용 17회 등장했는데, 역시 조선일보가 ‘망치’를 제목에서 1회 내용에서 6회 언급해 가장 많았습니다. 동물국회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동물국회는 전체 언론에서 제목 7회, 내용 17회 등장했습니다. 내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은 한겨레로 제목 2회 내용 5회였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사안을 덮어버리고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단어일 뿐입니다.

 

신문사

종합일간지

경제지

합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동물국회

2(3)회

0(1)회

2(4)회

0(1)회

2(5)회

1(2)회

0(1)회

7(17)회

육탄전

1(3)회

0(1)회

0회

0회

0(2)회

0(2)회

0(1)회

1(9)회

전쟁

(1)회

2회

(3)회

1(2)회

(1)회

0회

0회

8(7)회

전투

0회

(2)회

0회

0회

(1)회

1(3)회

0회

4(6)회

빠루

1(2)회

1(2)회

0(7)회

1(2)회

1(1)회

1(4)회

1(1)회

6(19)회

해머

0회

0(1)회

0(1)회

0(1)회

0회

0회

0(1)회

0(4)회

망치

0(3)회

0(1)회

1(6)회

1회

0(3)회

0(4)회

0회

2(17)회

합계

5(12)회

5(8)회

5(21)회

2(6)회

5(13)회

3(15)회

1(4)회

26(79)회

 △패스트트랙 관련 신문 보도 중 정치혐오 우려 용어 사용횟수 (4/24~4/29) (괄호 안은 본문에서 사용된 횟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제목도 자극적입니다. 중앙일보 <빠루·쇠망치로 문 부수고 갈비뼈 부러지고 막가는 국회> 동아일보 <11년 만에 등장한 ‘빠루’ 야 “폭거” 여 “우리 무관> 한국경제 <빠루·망치·장도리까지 등장한 국회>라고 전했습니다. 국회 폭력 사태의 본질가 거리가 먼 ‘빠루’에 집중한 기사입니다. 한겨레는 <싱겁게 끝난 ‘빠루’ 공방> 경향신문은은 <빠루 장도리…공구국회> 등등에서 빠루 망치를 제목에 사용했습니다.

 

특히, 매일경제는 <한국당 “여, 빠루로 국회 부숴…민주당, 야 의원 18명 고발>(4/26 김명환 기자)에서 여당이 빠루를 사용해 국회를 부쉈다는 자유한국당 측 주장을 그대로 제목에 실습니다. 하지만 이날 빠루를 누가 사용했는지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해당 물품은 모두 국회 사무처의 시설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물품으로 점거돼 있는 의안과의 출입문을 열기 위해 사무처 경위직원들이 사용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의안과 점거 및 의안과 직원 감금상태를 해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한 측의 주장을 그대로 싣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처럼 극한 대립을 부각해 보도하면서, 여당과 야당,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결 구도’가 강하게 각인되고,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은 수면 아래로 잠겨버립니다.

 

신문

제목

경향신문

<빠루 장도리…공구국회>

동아일보

<11년 만에 등장한 ‘빠루’ 야 “폭거” 여 “우리 무관>

중앙일보

<빠루·쇠망치로 문 부수고 갈비뼈 부러지고 막가는 국회>

한겨레

<싱겁게 끝난 ‘빠루’ 공방>

매일경제

<한국당 “여, 빠루로 국회 부숴…민주당, 야 의원 18명 고발>

한국경제

<빠루·망치·장도리까지 등장한 국회>

△ 일명 빠루(노루발못뽑이)를 제목에 사용한 기사들 (4/24~4/29) ⓒ민주언론시민연합

 

 

3. 선거법‧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패스트트랙 이슈, 신문 보도 양적분석

 

국회 극한 대치로 몰고 간 선거법 개정‧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의를 해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이슈가 아닌 셈이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국회 충돌 이전 언론이 해당 법안과 관련된 이슈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기간은 이해찬 민주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처음으로 언급했던 2월 19일부터 4월 29일까지며, 모니터 대상은 5개 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입니다.

 

싸움 나야 관심을 가지는 언론들

이 기간과 모니터 대상 신문에서 ‘선거법 개정‧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패스트트랙’과 관련된 기사는 총 384건이었습니다. 이해찬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패스트트랙을 공론화한 2월 19일부터 갈등이 첨예화되기 전인 4월 21일까지 약 2달간 보도량(편의상 이를 ‘1기간’이라고 표기함)을 살펴봤더니, 총 200건이었습니다. 반면 갈등이 불거진 4월 22일부터 29일까지(편의상 이를 ‘2기간’이라고 표기함) 7일간 보도량은 184건이었습니다. 기간에 비해 관련 보도가 폭증했습니다. 물론, 국회 충돌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생겼으나, 충돌 이전에 언론들이 해당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사별로 보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한겨레는 1기간 76건 2기간 39건으로 충돌 이전부터 많은 보도를 해왔습니다. 경향신문은 1기간 48건, 2기간 39건, 중앙일보도 1기간 32건 2기간 28건으로 비슷한 양을 보였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1기간 23건에서 2기간 46건으로 2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동아일보는 1기간 21건에서 2기간 32건으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는 국회 충돌 이전에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을 덜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싸움이 벌어지고 분란이 생겨야 언론이 관심을 가지다보니 정작 왜 싸우고 있는지 시민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합계

1기간
(2/19~

4/21)

2/19~

3/14 보도량

16건

18.4%

10건

18.9%

7건

10.1%

14건

23.3%

25건

21.7%

72건

18.8%

3/15~

4/21 보도량

32건

36.8%

11건

20.8%

16건

23.2%

18건

30.0%

51건

44.3%

12건8

33.3%

 

합계

48건

55.2%

21건

39.7%

23건

33.3%

32건

53.3%

76건

66%

200건

52.1%

2기간
(4/22~

4/29)

4/22~

4/29 보도량

39건

44.8%

32건

60.4%

46건

66.7%

28건

46.7%

39건

33.9%

184건

47.9%

 

총합계

87건

 

53건

 

69건

 

60건

 

115건

 

3

8
4건

 

△ ‘선거법 개정‧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패스트트랙’ 관련 보도량 비교 (2/19~4/29) ⓒ민주언론시민연합

 

설명하지 않는 언론

앞서 살펴봤듯, 언론은 기계적 균형․양비론․자극적 중계 보도에 열을 올리며 대결 구도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국회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법안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모니터 기간 384건의 기사 중 해당사안을 설명한 보도는 49건으로 전체의 12.8%에 불과했습니다. 이 비율이 가장 높은 신문은 한겨레 20%였고, 가장 낮은 신문은 조선일보 5.8%였습니다. 반면, 단순상황 중계보도의 경우는 213건으로 전체의 55.4%를 차지했으며, 상황을 평가하고 해설하는 보도는 122건으로 31.8%를 차지했습니다.

설명하지 않은 언론에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단번에 이해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렇기에 언론은 자세한 내용을 재차 삼차 알기 쉽게 설명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 설명해줘도 알기 힘든데 언론은 설명을 거의 안하니 사안을 이해하는 시민은 줄어들고, 자유한국당을 이를 이용해 “국민도 모르는 선거법”이라는 선동을 지속합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합계

단순상황중계보도

57건

65.5%

39건

73.6%

28건

40.6%

38건

63.3%

51건

44.3%

213건

55.4%

상황평가해설보도

19건

21.8%

9건

17.0%

37건

53.6%

16건

26.7%

41건

35.7%

122건

31.8%

해당사안설명보도

11건

12.6%

5건

9.4%

4건

5.8%

6건

10.0%

23건

20.0%

49건

12.8%

 

87건

 

53건

 

69건

 

60건

 

115건

 

384건

 

△ ‘선거법 개정‧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패스트트랙’ 관련 언론의 보도 전달태도 분석 (2/19~4/29) ⓒ민주언론시민연합

 

설명도 ‘이해득실’ 문제로만

언론에서 아주 드물게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설명하긴 하지만, 이 설명마저도 문제가 많습니다. 조선일보 <선거법 바뀌면…법여권 과반 수월해져 한국당엔 재앙, 공수처 설치 땐… 정부 검경 이어 제3의 사정기관 확보>(4/27 김경필 기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다소 의석수가 줄 수도 있지만 정의당 등의 의석수가 늘어나면서 전체 범여권 정당의 의석수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범여권 과반’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합니다. 마치 이번 선거제 개편이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선거법 개편은 비례성 강화가 목적입니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실제 정당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가는 반면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은 득표율보다 적은 의석수를 가져가는 건, 그 자체로 부조리하며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의사와 정확히 일치하는 국회 구성이 가능한 선거제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정당의 의석수 늘고 주는 것만 보여주며, 마치 특정 정당에 유리한 것처럼 포장합니다.

 

언론사별로 패스트랙 저지 입장 vs 추진 입장 차이

패스트트랙 저지 입장을 부각한 기사와 패스트트랙 추진 입장을 부각한 기사로 분류해봤습니다. 저지 입장은 51건 추진 입장은 104건으로 상대적으로 추진 입장을 지지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저지 입장은 2건, 추진 입장은 55건으로 그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저지 입장이 22건, 추진입장은 2건으로 두 신문사는 반대의 보도 태도를 보여줬습니다. 국회 전체의 잘못이라고 지적한 양비론의 경우, 총 21건이었는데 중앙일보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가 6건 동아일보가 3건이었으며, 한겨레 2건 경향신문은 1건이었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합계

패스트트랙 저지 입장 부각

5건

5.7%

9건

17.0%

22건

31.9%

13건

21.7%

2건

1.7%

51건

13.3%

패스트트랙 추진 입장 부각

36건

41.4%

4건

7.5%

2건

2.9%

7건

11.7%

55건

47.8%

104건

27.1%

국회사무처 입장

0건

0.0%

0건

0.0%

1건

1.4%

0건

0.0%

1건

0.9%

2건

0.5%

양비론

1건

1.1%

3건

5.7%

6건

8.7%

9건

15.0%

2건

1.7%

21건

5.5%

기타

4건

4.6%

8건

15.1%

0건

0.0%

8건

13.3%

1건

0.9%

21건

5.5%

적용사항없음

41건

47.1%

29건

54.7%

38건

55.1%

23건

38.3%

54건

47.0%

185건

48.2%

합계

87건

 

53건

 

69건

 

60건

 

115건

 

384건

 

△ 선거법 개정‧공수처 설치‧검경수사권 조정‧패스트트랙’ 관련 보도 제목 내용 분석 (2/19~4/29) ⓒ민주언론시민연합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때와 비교돼…

국회 폭력사태는 비단 이번에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TV조선 등 종편 4사를 출범시킨 ‘미디어법’은 직권상정을 통한 날치기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국회에선 폭력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은 단상을 점거했고 이를 탈환하기 위한 민주당과의 격한 몸싸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2009년 7월 22일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다음날인 23일 1면 기사를 살펴봤습니다.

다음날 언론은 몸싸움을 벌인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보도했으나, 기사는 미디어법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은 <신문대기업, 방송 진출 ‘제한적 허용’>(2009/7/22 권대열 기자)입니다. 내용에서 충돌 과정을 설명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사업 참여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1980년 신군부가 위압적이고 강제적인 언론통폐합,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치를 통해 만들어 낸 방송독과점 미디어 산업 구조가 일부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중앙일보는 <신문방송 겸영금지 29년 만에 풀렸다> 동아일보는 <신문‧방송 칸막이 사라졌다>고 제목을 뽑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한나라, 날치기 처리…‘불법 투표’ 논란> 한겨레는 <방송법 변칙 재투표…야당 “원천무효”>며 법안 통과 과정을 문제 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7월 22일에 <다시 뭉친 한나라, 미디어법 처리 탄력>(2009/7/22 윤정호 기자)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21일 오후 여야 협상이 깨질 경우 통과시킬 미디어 관련 법안 최종수정안을 공개하면서 다시 여권이 '직권상정 강행처리'의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급제동이 걸리는 듯했던 미디어법 처리 프로세스에 다시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며 직권상정을 통한 법안 ‘날치기’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묘사합니다. 대상에 따라 판단의 잣대가 고무줄처럼 다른 겁니다.

 

신문

제목

경향신문

<한나라, 날치기 처리…‘불법 투표’ 논란>

동아일보

<신문-방송 칸막이 사라졌다>

조선일보

<신문․대기업, 방송 진출 ‘제한적 허용’>

중앙일보

<신문방송 겸영금지 29년 만에 풀렸다>

한겨레

<방송법 변칙 재투표…야당 “원천무효”>

△ 2009년 7월 22일 ‘미디어법 날치기’ 당시 1면 기사 제목 (2009/7/23) ⓒ민주언론시민연합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2/19~4/29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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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