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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위험관리 업무의 전문화’라는 한국경제의 말장난
등록 2019.01.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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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최근 원청의 산업재해 관리책임을 확대한 산업안전보건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점진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이 법안이 기업 부담을 늘린다면서 ‘산업안전법 폭탄’이라고 원색적 반대를 하더니, 급기야는 ‘위험의 외주화’가 잘못된 용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위험관리 업무의 전문화’를 하자는 한국경제의 말장난

1월 10일 한국경제 칼럼 <천자칼럼/용어의 함정>(1/10 고두현 논설위원)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용어가 잘못되었다면서 ‘위험관리 업무의 전문화’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고두현 논설위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위험한 업무는 원청업체보다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업체가 더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어서다. 오죽하면 “고층빌딩 외벽 청소를 훈련받은 전문인력이 아니라 빌딩 소유주가 직접 고용한 인력이 하면 더 안전한가”라는 한탄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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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는 잘못된 개념이라고 역설하는 한국경제 칼럼(1/10)

 

기업이 정말로 그런 의도로 위험업무를 하청으로 돌리는 것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한국경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시장경제 논리’대로라면, ‘오랫동안 전문성을 쌓은’ 업체의 업무는 당연히 전문성에 걸맞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험업무를 외주로 돌릴수록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높아져야하며, 위험업무를 맡은 노동자는 원청이 고용했을 때 보다 높은 임금, 좋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나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벌어진 일은 비용절감을 위해 2인 1조로 해야 할 일을 1명에게 맡긴 것이었습니다. 하청·재하청·도급을 남발하는 한국 기업들도 ‘외주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다소 비용이 상승했지만 전문성을 확보’ 했다는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청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갑질’만이 문제가 되었을 뿐입니다.

 

한국경제는 기업이 산업 안전을 위해 고임금을 지급하라는 여론을 펼 수 있나?

한국경제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칼럼에서 인용된 발언이 나온 한국경제 <“청소인력 직접 고용하면 빌딩 외벽청소 더 안전해지나요?”>(2018/12/26 도병욱 기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위험작업을 외부에 맡길 때는 가격경쟁 대신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실비 정산제도로 입찰 방식을 바꿔 고위험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도록 하면 장기근속자가 늘어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대안도 제시했다.


그렇습니다. 한국경제가 기어이 ‘위험관리 업무의 전문화’를 주장해야겠다면, 최소한 그 전문성에 걸맞는 비용을 지급하자고 말해야 합니다. 위험을 부르는 인력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치하자고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에게 묻습니다. 한국경제가 그렇게 위험을 전문적으로 외주화해야 한다고 우기고 싶다면, 기업이 산업 안전을 위해 외주업체에, 외주업체 비정규직에게 고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적정한 금액을 지불하라고 요구하십시오. 그렇게 여론을 주도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장난이나 내놓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2월 26일, 2019년 1월 10일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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